양현감(楊玄感, ?∼613)은 수나라 중신 양소의 아들로 홍농 화음 출신이다. 부친 덕에 중신이 되었으나 후일 양제에게 반기를 들어 거사했다.

그는 권신인 부친의 군공으로 주국이 되었다. 606년 부친이 죽자 그의 직위인 월국공을 이어받았고 예부상서로 발탁되었다. 어릴적에 멍청한 모습을 하고 있어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였는데 그때마다 양소가 그렇지 않음을 변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성해서는 문학과 독서를 즐겨 많은 문사들과 친교를 맺었다. 말타기와 활쏘기에도 뛰어나 문무겸전했다는 평을 들었다. 양소는 문제의 차남인 양제가 형 양용을 대신해 황태자가 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문제가 말년에 양제를 폐하고 형을 다시 복귀시키려는 계획을 알아채고 황제를 시해하였다. 이에 따라 양제 정권의 일등공신이 되었는데 이로 인해 양제와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되었다. 606년 병사했지만 독살설이 제기되었다.

이런 연유로 양제에 대해서는 충성심이 적었고 은근히 경멸하는 듯한 기미를 보였다. 양제가 1, 2차 고구려 정벌을 감행할 때 하남의 여양에서 물자 운송의 최고 책임자로 있었으나 고의로 수송을 지연시켜 전선을 곤란에 빠뜨렸다. 613년 6월 여양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을 일으킨 연유에 관해서는 사서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있다. “양소는 자신의 공적을 믿고 오만하였으며 양제에 대해 신하의 예를 잃은 적도 있었다. 황제는 양소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가지게 되었다. 양소가 죽은 이후로 양현감은 일족이 살해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고, 동생들과 함께 반란을 꾀하였다.”

고구려 정벌로 양제가 멀리 요동에 나가 있어 장안이 비었고 천하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노려 왕조 타도의 기치를 내걸은 것이다. 반란 결심에는 친구인 이밀의 영향이 컸다. 이밀은 북주 팔주국의 일원인 이필의 손자로 가문의 격이 높았다. 그는 관직에는 나가지 않고 독서와 문학으로 소일했다. 생전에 양소는 이밀을 높이 평해 아들에게 “너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인물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반을 결정하자 이밀과 상의했다. 이밀은 세가지 계책을 건의했다. 첫째, 요동에 가 있는 양제의 배후를 찌를 것. 둘째, 수도 장안을 공략할 것. 셋째, 준수도인 낙양을 칠 것. 그는 낙양을 공격하는 세 번째 안을 채택했다. 양제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위험하고 수나라 군대가 강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장안 역시 너무 멀어 공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양에 가까운 낙양을 공격했지만 수군의 방비가 예상외로 강해 함락시킬 수 없었다. 장안을 공격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지만 그 사이 양제가 보낸 우문술과 내호아 등의 수군에게 격파되었다.

보급 물자 책임자인 양현감의 직계 부하는 운반부와 선원뿐이었다. 모병에 응한 젊은이까지 합쳐 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가담해 10만의 대군이 되었다. 낙양 공격이 난관에 봉착한 것은 낙양 유수인 번자개가 완강히 버텼기 때문이다. 양제의 대응도 생각보다 훨씬 신속했기 때문이다. 말타기와 활쏘기에 능한 그도 낙양 공략에 성공할 수 없었다. 만약 번자개가 항복해 낙양을 접수할 수 있었다면 수왕조는 멸망하고 새 왕조를 창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안에서 위문승이 낙양을 구하러 왔고 요동 원정군도 되돌아왔다. 10만의 군대가 급속히 줄어들어 수백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동생 양적선에게 “치욕은 받기 싫다. 한 칼에 베어달라”고 부탁해 죽임을 당했다. 그의 머리는 양제가 머무는 곳으로 보내졌고 나머지 사체는 낙양 시내에 전시된 후 토막토막 잘라져 불태워졌다. 양제는 “현감이 한번 부르면 따르는 자가 10만이나 되었다. 모두 주살하지 않으면 후일 이를 응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에 살해된 자가 3만여명, 유배된 자가 6000명이 되었다. 양현감이 낙양을 포위했을 때 곡물창고를 열어 나누어 주었는데 쌀을 받은 사람은 모두 낙양 남쪽에 생매장 되었다. 양현감의 반란으로 천하의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결국 5년 뒤인 618년 양제는 강도에서 시해되고 수왕조는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