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값 하락이 부른 ‘전세 대란’
2024년 11월 21일(목) 20:05
광주 아파트값 29주 하락…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매물만 쌓여
매입보다 전세 구하는 소비자 늘며 전세 가격 상승…6주 연속 상승세

광주의 한 공인중개업소 유리창 게시판이 매물을 구하는 글로 채워져 있다. <광주일보 DB>

#.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오종균(33)씨는 신혼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오씨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업무 시간 외 인터넷 부동산 플랫폼과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찾아 집 구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구하지 못한 상태다. 오씨는 “신혼부부 경제력 수준에서 입주할만한 전세집이 거의 없다”며 “물론 아파트 연식, 육아하기 좋은 조건 등 나름의 기준을 세웠지만, 그래도 마음의 드는 단지 아파트는 씨가 말랐다”며 하소연했다.



광주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연일 하락하면서, 아파트를 매입하기보단 전세를 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광주 부동산시장에서 전세집은 ‘부르는 게 값이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고금리 상황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계속되면서 매물은 쌓이고 전세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21일 부동산 전문 앱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지역 전세 매물은 2292건으로 전년 같은달(3290건)과 견줘 3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매 매물은 2만2694건으로 전년 같은 달(1만8874건)보다 20% 늘어난 상태다.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려워진 건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이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데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 수요가 있는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에도 지금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시세 하락으로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측에 관망세에 돌입한 상태다. A씨도 최근 매매 대신 전세를 택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A씨는 최근 학교와 가까운 광주시 남구의 한 단지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는 미분양으로 이른바 ‘마이너스 피’가 붙은 단지다. A씨는 “매매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면서 “생각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후에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29주 연속 하락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11월 3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광주의 아파트매매가격은 지난주에 비교해 0.01% 빠졌다. 지난주(-0.03%)와 비교해 감소폭은 줄었지만 29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누적 1.22%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전세가격은 상승했다. 이번주 광주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하면서 올 10월 셋째주부터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입지 및 연식 등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인기가 없는 단지를 뜻하는 ‘못난이’를 제외하면 왠만한 단지의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전세가격도 계속 올라 최근엔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준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받으려는 다주택자들이 아직 짐을 다 털어내지 못했다”면서 “여기에 2026년도 대단지인 민간공원 특례사업 단지들이 입주한다면 전세 매물 찾기에 여유가 생길 수는 있지만, 매매가격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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