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그림의 위로, 미술관 송년회
2025년 12월 09일(화) 07:30 가가
모네·부르조아… 연말, 미술관 속 시간을 걷다
국립현대미술관·호암·우종미술관, 연말맞이 특별전 개최
인상주의부터 현대 설치까지…거장들과 함께하는 송년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9~20세기 인상주의 거장
33명의 44점 한자리에
호암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호암·우종미술관, 연말맞이 특별전 개최
인상주의부터 현대 설치까지…거장들과 함께하는 송년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9~20세기 인상주의 거장
33명의 44점 한자리에
호암미술관
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20여일 후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격동의 시간이었다. 특히 수년째 침체된 경기침체와 고물가는 추운 날씨로 움츠러든 마음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지난 1년을 되돌아 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면 어떨까.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다. 마침 세밑을 겨냥해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호암미술관, 보성우종미술관이 다양한 주제의 대규모 전시회를 기획해 관람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한해의 끄트머리인 12월,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미술관에서 송년회를 보내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련과 샹들리에’
과천관 1층에 들어서자 정중앙에 설치된 대형 원형 기둥이 눈에 띈다. 다른 미술관에서는 보기 힘든 원형 전시실로 기둥을 둘러싼 삼각형의 긴 의자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관람객들이 앉아 있다. 하지만 그냥 멍하니 앉아 쉬고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맞은 편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년)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작품과 함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휴식과 명상을 동시에 만끽하고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작품 한 점, 한 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연출한 의도를 엿보게 한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무대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은 서양미술 100년을 되돌아 보는 ‘수련과 샹들리에’(10월2일~2027년 1월3일)전을 개최해 구름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MMCA 해외명작 시리즈인 이번 기획전은 19~20세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해외거장 33명의 작품 44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 주제인 ‘수련과 샹들리에’는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대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과 20세기 국제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 ‘검은 샹들리에’(2017~2021)에서 따왔다. 제목 그대로 모네에서부터 아이웨이웨이까지 100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두 작품을 축으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페르난도 보테로, 안젤름 키퍼, 마르셀 뒤샹, 니키 드 생팔, 앤디워홀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원형전시실을 나와 2층의 전시실로 향하면 한국 근대미술의 향연을 관람할 수 있다.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과 ‘한국근현대미술 II’다.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집중 조망한 자리로, 오는 2027년 초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근현대미술 I’은 대한제국과 개화기를 지나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흐름 속에 태동한 근현대미술 작가 70명의 작품 145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화순출신인 오지호 화백을 비롯 박래현·김기창 부부, 이중섭, 윤형근, 김환기 등 6인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전시장에 5개의 ‘작가의 방’을 꾸며 밀도를 높였다. 전시 4부의 첫번째 작가의 방인 오지호 공간에서는 한국 근대서양화단의 인상주의 선구자 오지호(1905~1982)의 예술세계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전시장 속 전시장’의 콘셉트인 오지호 방은 국가등록문화재인 ‘남향집’(1939)를 필두로 ‘처의 상’(1936), ‘열대어’(1964), 미완성으로 남은 유작 ‘세네갈의 소년들’(1985) 등 대표작 15점으로 꾸며졌다.
◇호암미술관 ‘루이스 부르조아’ 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자리한 호암미술관은 한국 고미술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연 속 미술관이다. 미술관 앞에 서면 고풍스런 한옥을 연상케 하는 건물이 인상적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수집한 국보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조선 시대 정원 양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유명하다.
방대한 고미술 컬렉션을 지닌 호암미술관이 올해 색다른 기획전을 내놓아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거미’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 ‘루이스 부르조아:덧없고 영원한’전(8월 30일~2026년 1월 4일)이다.
전시 제목인 ‘덧없고 영원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루이스 부르조아가 평생 탐구해온 기억, 트라우마, 신체, 시간과 관련된 내면 심리의 지형도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루이스 부르조아의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점을 아우르고 있다. 1940년대 초기 회화와 ‘인물’(Personages) 연작부터 1990년대 시작된 ‘밀실’(Cell)연작, 말년의 패브릭 작업, 시적인 드로잉부터 실내를 가득 채우는 대형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70여년에 걸친 작가의 작업여정을 따라가며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미술관을 나오면 또 하나의 ‘전시’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미술관을 품고 있는 정원 곳곳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조아의 작품 ‘거미’와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9) ‘실렌티움’(묵시암)이다. 지난 11월 4일 공개된 ‘실렌티움’은 라틴어로 ‘침묵’(Silentium)을 뜻하며, 한국어 명칭 묵시암(默視庵)은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다.
◇우종미술관 ‘Floating View 25’
차와 소리의 고장인 보성군에 자리한 우종미술관은 보성 컨트리클럽하우스 옆에 자리한 ‘골프장 옆 미술관’이다. 시골미술관이라고 해서 만만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화가’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은 물론 한국 서양화단의 선구자 오지호, 이우환, 장욱진, 김창렬, 천경자, 오승윤, 이대원 등 한점 한점이 ‘명작’인 1600여점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첫 기획전으로 개최한 ‘Floating View 25’(11월 7일~12월 14일)는 서양화가 김유섭이 40년 동안 축적해온 회화적 사유와 물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기억, 감정이 화면위에 겹겹이 쌓여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인 ‘Floating View 25’는 말 그대로 떠오르고, 머물고, 사라지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포착된 회화적 풍경을 의미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떠다니는 감정과 기억의 조각들이 화면 위에 머무는 순간을 담아내며 회화가 시간과 물질의 흔적을 품은 공간이자 감각의 창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2층에는 1층 상설전과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우종 미술관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고미술의 향연이다. 미술관의 설립자인 박용하(76) 여수 와이엔텍 회장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 50년 간 고미술과 유물들을 수집해 온 명품들을 엄선해 놓았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국립현대미술관·삼성문화재단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련과 샹들리에’
전시 주제인 ‘수련과 샹들리에’는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대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과 20세기 국제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 ‘검은 샹들리에’(2017~2021)에서 따왔다. 제목 그대로 모네에서부터 아이웨이웨이까지 100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두 작품을 축으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페르난도 보테로, 안젤름 키퍼, 마르셀 뒤샹, 니키 드 생팔, 앤디워홀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원형전시실을 나와 2층의 전시실로 향하면 한국 근대미술의 향연을 관람할 수 있다.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과 ‘한국근현대미술 II’다.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집중 조망한 자리로, 오는 2027년 초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근현대미술 I’은 대한제국과 개화기를 지나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흐름 속에 태동한 근현대미술 작가 70명의 작품 145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화순출신인 오지호 화백을 비롯 박래현·김기창 부부, 이중섭, 윤형근, 김환기 등 6인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전시장에 5개의 ‘작가의 방’을 꾸며 밀도를 높였다. 전시 4부의 첫번째 작가의 방인 오지호 공간에서는 한국 근대서양화단의 인상주의 선구자 오지호(1905~1982)의 예술세계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전시장 속 전시장’의 콘셉트인 오지호 방은 국가등록문화재인 ‘남향집’(1939)를 필두로 ‘처의 상’(1936), ‘열대어’(1964), 미완성으로 남은 유작 ‘세네갈의 소년들’(1985) 등 대표작 15점으로 꾸며졌다.
◇호암미술관 ‘루이스 부르조아’ 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자리한 호암미술관은 한국 고미술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연 속 미술관이다. 미술관 앞에 서면 고풍스런 한옥을 연상케 하는 건물이 인상적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수집한 국보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조선 시대 정원 양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유명하다.
방대한 고미술 컬렉션을 지닌 호암미술관이 올해 색다른 기획전을 내놓아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거미’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 ‘루이스 부르조아:덧없고 영원한’전(8월 30일~2026년 1월 4일)이다.
전시 제목인 ‘덧없고 영원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루이스 부르조아가 평생 탐구해온 기억, 트라우마, 신체, 시간과 관련된 내면 심리의 지형도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루이스 부르조아의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점을 아우르고 있다. 1940년대 초기 회화와 ‘인물’(Personages) 연작부터 1990년대 시작된 ‘밀실’(Cell)연작, 말년의 패브릭 작업, 시적인 드로잉부터 실내를 가득 채우는 대형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70여년에 걸친 작가의 작업여정을 따라가며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미술관을 나오면 또 하나의 ‘전시’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미술관을 품고 있는 정원 곳곳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조아의 작품 ‘거미’와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9) ‘실렌티움’(묵시암)이다. 지난 11월 4일 공개된 ‘실렌티움’은 라틴어로 ‘침묵’(Silentium)을 뜻하며, 한국어 명칭 묵시암(默視庵)은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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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우종미술관에서 관람객이 김유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차와 소리의 고장인 보성군에 자리한 우종미술관은 보성 컨트리클럽하우스 옆에 자리한 ‘골프장 옆 미술관’이다. 시골미술관이라고 해서 만만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화가’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은 물론 한국 서양화단의 선구자 오지호, 이우환, 장욱진, 김창렬, 천경자, 오승윤, 이대원 등 한점 한점이 ‘명작’인 1600여점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첫 기획전으로 개최한 ‘Floating View 25’(11월 7일~12월 14일)는 서양화가 김유섭이 40년 동안 축적해온 회화적 사유와 물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기억, 감정이 화면위에 겹겹이 쌓여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인 ‘Floating View 25’는 말 그대로 떠오르고, 머물고, 사라지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포착된 회화적 풍경을 의미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떠다니는 감정과 기억의 조각들이 화면 위에 머무는 순간을 담아내며 회화가 시간과 물질의 흔적을 품은 공간이자 감각의 창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2층에는 1층 상설전과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우종 미술관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고미술의 향연이다. 미술관의 설립자인 박용하(76) 여수 와이엔텍 회장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 50년 간 고미술과 유물들을 수집해 온 명품들을 엄선해 놓았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국립현대미술관·삼성문화재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