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으로 최고를 빚는 막걸리 명인들…전통주 명맥 잇는다
2024년 11월 18일(월) 21:30 가가
[굿모닝 예향-남도 전통주 장인을 찾아서]
‘톡톡 톡톡톡’ 막걸리 익어가는 소리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막걸리는 쌀과 누룩, 물 세 가지 재료만으로 빚는 전통주다. 그만큼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에서 빚어지는 술은 최고의 풍미를 자랑한다. 남도에는 대를 이어 전통제조법으로 술을 빚거나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새로운 막걸리를 탄생시키는 곳이 많다. 우리지역 전통주의 맛을 이어가는 막걸리 장인들을 만나본다.
장기 저온 발효공법으로 제조한 생막걸리
마니아 사이에서 ‘최고의 막걸리’로 꼽혀
◇담양 ‘죽향도가’ 대대포 막걸리 권재헌·장유정= “어떤 쌀을 쓰느냐에 따라 술맛도 달라집니다. 쌀로 빚은 막걸리와 통쌀, 싸래기로 만든 막걸리는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좋은 쌀을 쓰면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게 저희의 철학입니다.”
막걸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막걸리’로 손꼽히는 ‘대대포 막걸리’. 3대째 전통주를 빚고 있는 담양의 ‘죽향도가’ 권재헌·장유정 부부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대대포 막걸리의 시작은 1932년 권 대표의 할아버지대로 올라간다. 일제때부터 구례에서 막걸리를 만들어오던 ‘구례주조장’의 창업주가 할아버지였으며 권 대표도 이 곳에서 막걸리를 배웠다. 이후 1999년 담양으로 건너와 기존 주조장을 인수해 지금의 ‘죽향도가’를 차렸다.
죽향도가의 브랜드가 된 ‘대대포 막걸리’는 담양에서 재배한 친환경 유기농쌀과 전분당을 첨가해 장기 저온 발효공법으로 제조한 프리미엄급 생막걸리다. ‘대대포’가 사랑받는 이유는 술 빚는 사람들의 정직함 때문이다. 술 맛을 좌우하는 쌀은 친환경 유기농쌀을 사용한다. 발효기간은 10일에서 15일 걸리는데 이처럼 발효과정이 길어지면 음주 후 두통을 유발하는 성분인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증발하기 때문에 숙취가 발생하지 않는다. 누룩을 쌀 발효 과정에 넣지 않고 별도로 혼합시키는 것도 죽향도가만의 기술이다.
이렇게 탄생한 대대포 막걸리는 깔끔한 맛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우리술 품평회’와 전남도의 ‘남도 전통주 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청결 유지 위해 30도 이상 온도서 고온발효
깔끔함·탄산감 고루 갖춘 캐주얼한 막걸리
◇나주 ‘다도참주가’ 장연수·현오·봉수 삼형제= “‘밝은 곳에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술’. 다도참주가가 생각하는 좋은 술이란 좋은 재료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빚은 술입니다.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생각하며 위생과 맛, 전통이 공존할 수 있는 제조 방법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햇살 비칠 참(?), 술 담는 집(酒家) ‘참주가’는 나주시 다도면에서 3대에 걸쳐 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1대 할머니와 2대 부친 장영균에 이어 3대째인 장연수·현오·봉수 삼형제가 함께 막걸리를 빚고 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면서 자식들을 먹여 키워야 했던 할머니가 밀주를 만들어 파셨고 거기에 영향을 받아 아버지가 17세부터 양조장에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배달일, 지점장, 공장장까지 지내다가 1986년 직접 양조장을 차렸다. 부친의 뒤를 이어 큰 아들 장연수 대표가 가업에 뛰어들었고 이어 두 동생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완전체가 꾸려졌다.
다도참주가 막걸리는 30도 이상의 온도에서 고온발효를 한다. 효모가 가장 편안해하는 온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곰팡이 균과 세균들도 좋아하는 온도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청결이 요구되는 발효법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설비와 공정을 재조정해 안정화에 성공했다.
국(麴·누룩) 만드는 공정은 오동나무를 이용한 전통 제조 방법을 그대로 유지한다. 오동나무 전통국 제조법은 30분 간격으로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적절한 온도 유지를 위해 술밥을 큰 보자기로 덮고 다시 이불을 덮어준다. 보쌈 공정이 끝나면 오동나무 상자에 옮겨 27시간 배양한다. 배양시간 동안 온도와 습도의 유지도 중요하다.
수제입국을 이용한 참주가 생막걸리는 깔끔한 맛과 담백함, 향기로운, 탄산감, 부드러움까지 갖춘 캐주얼한 막걸리다. 생막걸리 외에도 ‘참주가 솔 막걸리’, ‘참주가 딸링’, ‘참주가 라봉’도 출시중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탁주 부문 대상을, 올해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토란 칩 활용한 제조방법 지적재산권 출원
캔 막걸리·우주멜론미 젊은층에 인기 높아
◇곡성 ‘시향가’ 토란 생막걸리 양숙희= “끈적거리는 토란 특유의 뮤신 성분 때문에 토란으로 술을 빚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찾아낸 게 토란칩이었고, 이를 이용해 토란막걸리 제조방법 지적재산권 출원까지 성공했습니다.”
젊은층 사이에 ‘캔 막걸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곡성 ‘시향가’의 양숙희 대표는 ‘술 잘 빚는 예쁜 누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직접 토란 농사부터 알토란 건조, 제분작업, 양조까지 도맡은 데다 시향가의 막걸리 전 제품을 특허청에 특허까지 받은 추진력도 갖추고 있다.
토란 막걸리는 14가지 제조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 얇게 썬 생토란을 건조시켜서 토란칩을 만든 다음 고두밥을 찔 때 토란칩을 넣는다. 토란칩을 만들 때 토란 특유의 미끈거리는 뮤신 성분을 줄이기 위해 쌀뜨물에 씻는 과정을 거치는데 고두밥에 넣기 전 다시 한번 쌀뜨물에 ㅆㅓㅅ어준다. 쌀은 곡성 친환경 쌀을 사용한다.
15일동안 숙성시킨 다음 술을 걸러주는데 이때 토란칩도 같이 짜낸다. 막걸리에 들어가는 토란 함량은 20%. 시향가에서는 연간 2.5~3t의 토란을 사용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토란을 넣어 만든 생막걸리는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모주처럼 달큰하다. 알코올 도수는 8도.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이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막걸리에서 배 향이 난다는 점이다.
시향가에서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출시한 캔 막걸리 ‘말이야 막걸리야’와 곡성의 또 다른 특산물인 멜론을 이용한 ‘우주멜론미’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저온 장기발효·제성 후 4차례 걸쳐 덧술
자연탄산 풍부하고 숙취 없는 술로 입소문
◇영암 ‘삼호주조장’ 도갓집 생막걸리 이현진= “술을 두고 각양각색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맞는 말 같아요.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발효 과정에 몇 번 젓는지, 몇도의 온도에 맞추는지에 따라 술 맛이 달라지거든요. 3대째 이어오고 있지만 할아버지가 만든 술과 제가 만든 술의 맛이 미세하게 차이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3대째 막걸리를 빚고 있는 영암삼호주조장 ‘도갓집’ 막걸리는 막걸리 마니아들 사이에 이미 잘 알려진 지역 특산주다. 영암과 인근 목포, 신안에서만 판매되는데도 불구하고 타지역까지 입소문이 난 건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삼호주조장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이현진 대표다. 아버지 이부송 대표의 뒤를 이어 3대째 가업을 잇는 중이다. 할아버지는 함평에서, 아버지는 신안 도초면에서 40여 년간 주조장을 해오다가 지난 2004년 이곳 영암으로 터를 옮겼다.
‘도갓집’의 하루는 쌀을 쪄서 고두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된다. 밀이 아닌 100% 쌀을 이용한다. 반나절 물에 담갔던 쌀을 다시 서너시간 물빼는 과정을 거친다. 증기로 쪄서 고들고들한 고두밥을 만들고 밥이 식으면 밑술 작업에 들어간다. 발효 첫 과정에서 밑술을 넣어 효모를 배양하고 증식시킨다. 4차에 걸쳐 덧술을 더한다. 날씨나 환경에 따라 발효기간은 15~20일 소요된다. 미생물 활동이 왕성해 침전물도 일반 막걸리에 비해 적다.
‘도갓집’ 막걸리는 저온 장기발효와 제성(물 첨가과정) 후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향과 자연탄산이 풍부해 술이 맑고 뒷맛이 개운하다. 술을 마신 후에도 숙취가 없어 젊은층이 많이 찾는 막걸리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광주일보DB
마니아 사이에서 ‘최고의 막걸리’로 꼽혀
◇담양 ‘죽향도가’ 대대포 막걸리 권재헌·장유정= “어떤 쌀을 쓰느냐에 따라 술맛도 달라집니다. 쌀로 빚은 막걸리와 통쌀, 싸래기로 만든 막걸리는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좋은 쌀을 쓰면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게 저희의 철학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대대포 막걸리는 깔끔한 맛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우리술 품평회’와 전남도의 ‘남도 전통주 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 ![]() |
3대째 막걸리를 빚고 있는 나주 ‘다도참주가’ 장연수 대표. |
청결 유지 위해 30도 이상 온도서 고온발효
깔끔함·탄산감 고루 갖춘 캐주얼한 막걸리
◇나주 ‘다도참주가’ 장연수·현오·봉수 삼형제= “‘밝은 곳에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술’. 다도참주가가 생각하는 좋은 술이란 좋은 재료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빚은 술입니다.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생각하며 위생과 맛, 전통이 공존할 수 있는 제조 방법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햇살 비칠 참(?), 술 담는 집(酒家) ‘참주가’는 나주시 다도면에서 3대에 걸쳐 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1대 할머니와 2대 부친 장영균에 이어 3대째인 장연수·현오·봉수 삼형제가 함께 막걸리를 빚고 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면서 자식들을 먹여 키워야 했던 할머니가 밀주를 만들어 파셨고 거기에 영향을 받아 아버지가 17세부터 양조장에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배달일, 지점장, 공장장까지 지내다가 1986년 직접 양조장을 차렸다. 부친의 뒤를 이어 큰 아들 장연수 대표가 가업에 뛰어들었고 이어 두 동생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완전체가 꾸려졌다.
다도참주가 막걸리는 30도 이상의 온도에서 고온발효를 한다. 효모가 가장 편안해하는 온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곰팡이 균과 세균들도 좋아하는 온도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청결이 요구되는 발효법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설비와 공정을 재조정해 안정화에 성공했다.
![]() ![]() |
전통주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누룩. <다도참주가 제공> |
수제입국을 이용한 참주가 생막걸리는 깔끔한 맛과 담백함, 향기로운, 탄산감, 부드러움까지 갖춘 캐주얼한 막걸리다. 생막걸리 외에도 ‘참주가 솔 막걸리’, ‘참주가 딸링’, ‘참주가 라봉’도 출시중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탁주 부문 대상을, 올해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 ![]() |
토란막걸리로 지적재산권 출원시킨 곡성 ‘시향가’ 양숙희 대표. |
토란 칩 활용한 제조방법 지적재산권 출원
캔 막걸리·우주멜론미 젊은층에 인기 높아
◇곡성 ‘시향가’ 토란 생막걸리 양숙희= “끈적거리는 토란 특유의 뮤신 성분 때문에 토란으로 술을 빚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찾아낸 게 토란칩이었고, 이를 이용해 토란막걸리 제조방법 지적재산권 출원까지 성공했습니다.”
젊은층 사이에 ‘캔 막걸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곡성 ‘시향가’의 양숙희 대표는 ‘술 잘 빚는 예쁜 누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직접 토란 농사부터 알토란 건조, 제분작업, 양조까지 도맡은 데다 시향가의 막걸리 전 제품을 특허청에 특허까지 받은 추진력도 갖추고 있다.
토란 막걸리는 14가지 제조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 얇게 썬 생토란을 건조시켜서 토란칩을 만든 다음 고두밥을 찔 때 토란칩을 넣는다. 토란칩을 만들 때 토란 특유의 미끈거리는 뮤신 성분을 줄이기 위해 쌀뜨물에 씻는 과정을 거치는데 고두밥에 넣기 전 다시 한번 쌀뜨물에 ㅆㅓㅅ어준다. 쌀은 곡성 친환경 쌀을 사용한다.
15일동안 숙성시킨 다음 술을 걸러주는데 이때 토란칩도 같이 짜낸다. 막걸리에 들어가는 토란 함량은 20%. 시향가에서는 연간 2.5~3t의 토란을 사용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토란을 넣어 만든 생막걸리는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모주처럼 달큰하다. 알코올 도수는 8도.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이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막걸리에서 배 향이 난다는 점이다.
시향가에서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출시한 캔 막걸리 ‘말이야 막걸리야’와 곡성의 또 다른 특산물인 멜론을 이용한 ‘우주멜론미’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 ![]() |
3대째 막걸리를 빚는 영암 ‘삼호주조장 도갓집’ 이현진 대표. |
저온 장기발효·제성 후 4차례 걸쳐 덧술
자연탄산 풍부하고 숙취 없는 술로 입소문
◇영암 ‘삼호주조장’ 도갓집 생막걸리 이현진= “술을 두고 각양각색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맞는 말 같아요.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발효 과정에 몇 번 젓는지, 몇도의 온도에 맞추는지에 따라 술 맛이 달라지거든요. 3대째 이어오고 있지만 할아버지가 만든 술과 제가 만든 술의 맛이 미세하게 차이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3대째 막걸리를 빚고 있는 영암삼호주조장 ‘도갓집’ 막걸리는 막걸리 마니아들 사이에 이미 잘 알려진 지역 특산주다. 영암과 인근 목포, 신안에서만 판매되는데도 불구하고 타지역까지 입소문이 난 건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삼호주조장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이현진 대표다. 아버지 이부송 대표의 뒤를 이어 3대째 가업을 잇는 중이다. 할아버지는 함평에서, 아버지는 신안 도초면에서 40여 년간 주조장을 해오다가 지난 2004년 이곳 영암으로 터를 옮겼다.
‘도갓집’의 하루는 쌀을 쪄서 고두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된다. 밀이 아닌 100% 쌀을 이용한다. 반나절 물에 담갔던 쌀을 다시 서너시간 물빼는 과정을 거친다. 증기로 쪄서 고들고들한 고두밥을 만들고 밥이 식으면 밑술 작업에 들어간다. 발효 첫 과정에서 밑술을 넣어 효모를 배양하고 증식시킨다. 4차에 걸쳐 덧술을 더한다. 날씨나 환경에 따라 발효기간은 15~20일 소요된다. 미생물 활동이 왕성해 침전물도 일반 막걸리에 비해 적다.
‘도갓집’ 막걸리는 저온 장기발효와 제성(물 첨가과정) 후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향과 자연탄산이 풍부해 술이 맑고 뒷맛이 개운하다. 술을 마신 후에도 숙취가 없어 젊은층이 많이 찾는 막걸리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광주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