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성(張孫晟, 552-609)은 하남성 낙양 출신으로 자는 계성이고 선비족 출신이다. 수 문제와 양제 시절 돌궐족을 담당해 북방 외교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18세때 북주에 출사해 사위상사가 되었는데 실력자 양견에게 중용되었다. 6세기 중반 이후 돌궐은 유연을 대신해 북방 최대의 세력이 되었다. 579년 북주의 선제는 양국간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조왕 우문탁의 딸 천금공주를 돌궐의 사발략 칸에게 시집보냈다. 그는 사절단 일원으로 돌궐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과 친교를 맺었다. 또한 주요 지형과 부족간 역학관계 등도 소상히 파악했다. 사발략은 그의 무예와 풍채가 뛰어난 것을 높이 사 자주 같이 사냥에 나섰다. 한번은 수리 두 마리가 엉켜 싸우고 있었다. 사발략은 “공의 뛰어난 솜씨를 보고 싶은데 한번에 모두 맞출 수 있겠지요”라며 활 솜씨 보기를 희망했다. 그는 화살 한발로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았다. 일전쌍조(一箭雙?).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맞춘다는 뜻의 고사가 여기서 유래했다. 그는 사발략의 동생 처라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 채 귀국했다. 북주의 대승상 양견은 그를 봉거도위로 발탁했다.

581년 문제 양견이 수나라를 창건했다. 나어린 정제로부터 왕위를 넘겨받은 문제는 대내적으로는 정권을 공공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북방의 돌궐과 강남의 진나라를 잘 아울러야 했다. 북주 황족 출신의 천금공주는 사발략에게 수나라 공격을 간청했다. 사발략은 40만 군사를 동원해 하북성 산해관을 공격하는 등 수의 북방 경계선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돌궐 대책이 국정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그가 문제에게 건의한 대책은 합약리강(合弱離强)이었다. 약하면 합치고 강하면 분리하는 계책이었다. 사발략 칸의 지위가 가장 높았다. 삼촌 달두 칸은 강한 군대를 보유했지만 겉으로는 사발략에게 복종하고 있었다. 처라후도 야심이 큰 인물이었다. 사발략의 형 아파도 세력은 약하지만 야심이 있었다. 이들을 서로 대립하게 만들면 돌궐의 힘이 약화될 것이었다. 동과 서 양쪽에서 사발략이 견제 받게 되면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고 그 틈을 노려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었다. 문제는 그의 계책을 채택하고 거기장군으로 승진시켰다.

일차적으로 수나라는 달두와 사발략을 이간시키는 모략을 꾸몄다. 달두가 수에 파견한 사신을 사발략이 보낸 사신보다 상석에 앉히는 등 우대해 사발략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 다음으로 처라후를 설득해 수나라에 귀순토록 하였다. 또한 처라후의 아들 염간으로 하여금 “북방의 철륵 등이 반란을 꾀해 남하하려는 돌궐의 배후를 찌르려 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게 하였다. 후미에 위협을 느낀 사발략은 부득이 남하 계획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아파 칸을 설득해 수와 우호관계를 맺도록 하였다. 이에 사발략은 아파의 근거지를 기습해 그의 모친을 살해했다. 아파는 부득이 서쪽의 달두 칸에게 의탁하고 사발략을 공격했다. 동서에서 협공을 당한 사발략은 수와의 화해에 나섰다. 수에 귀순한 돌궐 귀족들은 “돌궐에서는 장손성을 크게 두려워해 활소리만 들어도 천둥치는 소리라 하고 달리는 말을 보면 번개가 번쩍인다고 했다”며 크게 존경하였다.

587년 이후 사발략과 처라후가 죽자 아들인 옹려와 염간이 새로운 칸이 되었다. 수나라는 온건한 염간 세력과 혼인관계를 맺고 옹려 세력을 견제하였다. 옹려는 달두와 동맹해 염간을 기습했다. 이로 인해 그의 일족이 살해되고 휘하의 부족 세력이 모두 흩어졌다. 장손성은 염간을 설득해 귀순토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돌궐이 크게 분열되었다. 600년 옹려가 살해되자 수나라는 그의 건의에 따라 서쪽의 달두를 정벌해 돌궐의 화근을 근본적으로 없애려 하였다. 진왕 양광을 총대장으로 정벌에 나서 샘물에 독을 풀어 사람과 가축을 죽이는 전략을 써 정벌에 성공했다. 수양제는 “그가 한번 성을 내면 그 위엄이 나라 밖까지 뻗쳤다”며 그의 무용을 높이 평가했다. 장손성 덕에 수·당 초기 북방의 안정이 구현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