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楊素, ?∼606)는 수나라 홍농 화음 출신으로 자는 처도다. 문제 양견을 도와 수나라 건국과 천하통일에 크게 기여했다. 후일 문제가 황태자 양용을 폐하고 양광을 태자로 봉하도록 계책을 꾸몄다. 그러나 양광이 2대 황제가 된 후에는 경원시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을 즐겨했고 문장이 뛰어났다. 인물과 기상이 장대해 영웅호걸의 풍모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북주 정권에 출사해 북제를 멸하는데 공을 세웠다. 이 공으로 거기대장군이 되었다. 문제가 수나라를 창건한 후 강남의 진나라를 토벌하는데 진왕 양광을 보좌했다. 강남의 반수(叛隨) 세력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워 월국공에 봉해졌고 재상 고경과 함께 조정 대사를 좌지우지했다. 상서우복야, 납언 등을 역임해 조정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581년 수나라를 창건한 문제에게 가장 큰 과업은 진나라를 멸해 천하를 통일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진을 칠 계획을 상소하였다. 천하통일이 된 후 농공행상에서 크게 보상을 받으려면 확실한 전공이 필요했다. 그가 진을 공격한 3군 중 하나인 측익군(側翼軍)의 지휘권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의 강력한 방어세력을 뛰어난 책략과 용맹으로 격파했고 고지혜와 왕국경이 이끄는 반수세력도 계책을 세워 완전히 괴멸시켰다. 이러한 공적으로 재상인 상서좌복야 고경 아래의 상서우복야 자리에 올랐다. 그는 문제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었다. 왕국경의 세력을 토벌하던 중 문제가 그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장안으로 불러올렸다. 그러나 지금 잔여세력을 완전히 소탕치 않으면 대세를 그르칠 것을 우려해 끝까지 적을 추격하고자 한다는 상소문을 올렸다. 문제는 이에 깊이 감동받아 기꺼이 그의 청을 가납했다. 문제가 수도에 인수궁을 조성한다고 하자 자신을 공사 책임자로 임명해달라고 청했다. 그는 고경이 지은 대흥성에 버금가는 대규모 황궁을 조성했다. 그러나 너무 화려하게 지은 까닭에 비용이 많이 들고 사람들도 많이 다치거나 죽었다. 황제가 이를 못마땅해 한다는 소식을 듣자 독고황후를 찾아가 다음과 같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황제는 모름지기 황제의 기백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제가 지은 궁을 사치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황후가 그를 적극 변호해 문제의 신임을 다시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가 황후 몰래 위지씨 집안의 여자를 후궁으로 총애하자 황후가 질투심으로 그녀를 죽여버렸다. 이에 상심한 황제가 궁궐을 벗어나자 고경과 양소가 뒤따랐다. 고경이 “폐하, 어찌 일개 아녀자에 대한 불만으로 천하 대사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황제를 달래 환궁토록 하였다. 그는 나중에 황후에게 고경이 그녀를 일개 아녀자에 비교했다고 고자질했다. 이때부터 고경은 황후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장남 양용을 폐하고 차남인 양광을 새로운 황태자로 옹립하는 작업이야말로 그의 최대 승부수였다. 그가 아끼는 동생 양악이 아래와 같이 부추겼다. “형님이 지금은 비록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못마땅해 하는 자들이 많다. 황제가 죽으면 형님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진왕 양광을 옹립해야 권세를 계속 누릴 수 있다.” 결국 양광과 양소는 한팀이 되어 장남 양용을 폐하는데 성공했다. 독고황후가 “처에 박하고 첩에 관대한” 장남을 못마땅해 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604년 문제의 병이 위중해지자 양광이 정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문제는 양광이 자신의 후궁인 선화공주를 범하려 한 사실을 알고는 그를 폐하려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양광과 양소는 가짜 조서를 만들어 병사들을 이끌고 인수궁을 포위했다. 그날 밤 문제가 살해되고 양광이 새 황제가 되었다. 양소의 권세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질투심 강하고 의심많은 독재자 양제가 이를 용납할리 없었다. 606년 양소는 큰 병을 얻었다. 양제가 매일 의사를 보내고 약을 하사했다. 그는 황제가 자신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한 행동임을 알아채고 약을 먹지 않은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양자간의 미묘한 감정 싸움이 후일 그의 아들 양현감의 반란으로 이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