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제(隋煬帝, 569-618)는 수나라를 창건한 문제의 차남으로 이름은 양광이다. 2대 황제가 되어 대운하 건설, 전쟁 등을 일으켜 수나라를 멸망시킨 망국의 군주다.

그는 문제와 독고황후 사이에 태어난 다섯 아들 중 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독고황후의 아집이 그를 역사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독고황후는 남편의 정절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여성이었다. 장남 양용이 “첩에 후하고 처에 박한” 행태를 보이자 용납할 수 없었다. 장남을 폐하고 차남인 양광을 새로운 후계자로 삼았다. 604년 문제가 죽자 제위에 올랐다. 문제의 죽음에 관해서는 살해당했다는 주장이 오랜기간 제기되었다. 정사인 수서(隋書)에 의하면 그는 마음에 두고 있던 문제의 후궁 선화부인을 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 사실을 알게된 문제가 분노해 황태자를 바꾸려 했다. 이를 양광과 그 일파가 저지했고 그런 와중에 문제가 죽었다. “이런 이유로 중외에 매우 이론이 많았다”고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양제는 문제로부터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통치기구는 견고했고 민생은 안정되었다. “창고가 차서 넘쳐흐른다”는 말처럼 풍요로웠다. 문제 초기 전국은 400만호였는데 말년에는 890만호가 넘었다. 양제는 막대한 국고를 운하 건설, 궁전 조성, 전쟁 수행에 쏟아부었다. 수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자 남북간 교통이 중요해졌다. 정치의 중심은 북쪽이었지만 물산은 남쪽이 풍부했다. 남쪽 물자의 대량 수송이 없이는 왕조를 지탱할 수 없었다. 수도 장안과 양자강 하류인 양주까지를 연결하는 대운하가 건설되었다. 동서 및 남북으로 연결된 수로가 만들어져 물자 유통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운하 건설에 1억5천만명이 동원되었다. 낙양에서 강주를 연결하는 통제거를 건설하는데만 백만여명이 동원되었는데 인부의 3분의 2가 죽었다고 한다.

양제는 도처에 화려한 궁전을 건설했다. 장안에서 양주까지 강 연변에만 40여개소나 되었다고 한다. 낙양 부근의 서원은 주위가 일백 킬로미터가 넘을 정도였다. 양주의 이궁 역시 천하의 수도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강남 지방의 희귀한 석재와 재료를 운반하는데 이백여만의 백성이 동원되었다.

3차례에 걸친 고구려 원정이 양제의 몰락을 재촉했다. 주변의 국가들은 사신과 공물을 보내거나 왕이 직접 내조하는 등 수나라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나 고구려는 시종일관 이를 무시했다. 612년 100만 대군을 동원했으나 만주의 요동성조차 함락시키지 못할 정도로 실패작이었다. 613년 2차 정벌은 요동성 함락을 목전에 두었으나 예부상서 양현감의 반란으로 인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614년 3차 정벌 역시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인해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양제 정권은 사위인 우문사급과 그의 부친 우문술이 중심이었다. 양제 즉위에 크게 기여한 양소는 제거되었다. 황제에게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양소의 아들 양현감은 친구 이밀의 영향을 받아 반란을 일으켰다. 양제는 측근들에게 “양소가 병사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간 일족이 모두 죽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양현감의 反 양제 감정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강남의 사치와 풍광에 빠진 양제는 여러 차례 양주로 남하했다. 황제가 타는 배인 용주(龍舟)는 길이가 2백자나 되고 배를 끄는 사람이 1천명을 넘었다. 황제 일행이 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무려 8만여명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각지에서 봉기가 일어나자 양주에서 수도로 귀향할 생각이 없어졌다. 여차하면 양주를 거점으로 삼아 천하의 절반이라도 보전하자고 생각했다. 궁중에 있는 100개 방에 미녀를 두고 날마다 새방을 찾아가는 황음을 일삼았다. 618년 3월 양제가 살해되었다. 그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곁에 있던 소황후에게 “좋은 머리, 과연 누가 이것을 자를 것인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측근인 우문위장군 우문화급이 황제를 죽였다. 황족도 이때 거의 다 살해되었다. 교토대 미야자키 이치사타 교수는 그를 “전쟁과 대운하에 미친 중국 최악의 폭군”으로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