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황후(獨孤皇后, 543-602)는 수 문제 양견의 정실 부인으로 문제가 황제가 되고 천하를 통일하는데 크게 내조한 인물이다.

문헌황후 독고씨는 서위의 선비족 대사마 독고신의 딸이다. 이름은 독고가라(獨孤伽羅)다. 그녀는 14세 되던 해 수국공 양충의 아들 양견과 혼례를 치루었다. 그녀는 자신 이외의 여자로부터는 자식을 보지 않겠다는 결혼 조건을 내걸었고 양견은 이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양견은 5명의 아들을 얻었는데 모두 그녀가 낳은 자식들이다. 양용, 양광, 양준, 양수, 양양이 그들이다. 문제는 “오자(五子), 어머니가 같다. 가위 친형제로구나”라며 이를 크게 자랑스러워했다.

그녀의 여식이 북주 선제의 황후로 들어가 황실의 외척이 되었다. 선제는 스스로 천원 황제라 칭하고 기행을 일삼으며 중신들을 이유없이 죽였다. 결국 580년 22세에 요절하고 정제가 뒤를 이었지만 권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581년 황실과 조정의 추대를 받아 양견이 황제가 되어 수나라를 창시했다. 증선지의 십팔사략에 따르면 그녀는 남편이 외손자 정제를 퇴위시키고 정권을 잡으려 하자 밀서를 보내 “당신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니 이제는 말에서 내릴 수 없다”며 남편의 결단을 촉구했다. 소위 기호지세 부득하(騎虎之勢 不得下)의 고사다.

589년 남조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재통일하는데 그녀는 좋은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문제와 독고황후를 이성(二星)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자신 이외의 여성에 대해 남다른 질투심을 품고 있고 윤리적 결벽성이 심했다는 점이다. 남편인 문제가 다른 후궁에게서 자식을 얻지 못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중신들의 축첩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신하들마저 정처(正妻)외에 다른 여자를 곁에 두는 꼴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황족이나 중신 가운데 첩에게서 자식을 본 사람은 처벌되거나 좌천되었다. 황태자인 장남 양용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정처인 원씨 대신 측실인 윤씨를 보다 가까이했다. 후첩박처(厚妾薄妻)의 과오를 그냥 넘어갈 독고황후가 아니었다. 결국 장남을 폐하고 차남인 양광을 새로운 후계자로 선정했다.

후일 수양제가 되는 양광으로의 황태자 변경이 수왕조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나머지 아들들도 대부분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그녀의 지나친 결벽성이 황실 집안뿐 아니라 왕조의 운명을 그르쳤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황후의 질투심 때문에 후궁을 셋 이상 두지 못했다. 중신 위지형의 딸 위지씨를 가까이 하자 그녀의 목을 베어 잘린 목을 상자에 담아 남편에게 보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문제는 궁 바깥으로 몸을 피했다. 그는 찾아온 재상 고경에게 “난 신분이 천자이면서도 자유가 없구나”라고 한탄했다. 고경이 “일개 후궁의 일 때문에 천하의 정사를 폐할 수는 없다”고 설득해 마지못해 환궁했다. 이 일 때문에 결국 고경은 그녀의 미움을 사 사약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경이 사약을 받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가 상처하자 황후는 후처를 권했다. 그러자 고경은 자신은 이제 나이가 들어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사양했다. 그런데 후일 그가 첩에게서 자식을 얻자 황후는 크게 배신감을 느껴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황후로서는 “유순하고 효성스러웠으며 부녀의 덕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현명한 조강지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번은 돌궐족이 명주 한 상자를 8백만전에 구입하도록 요청했는데 그녀는 이를 공이 있는 장수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황후의 일족이 법을 어기면 예외없이 엄벌에 처했다. 602년 문제보다 2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혼자가 된 문제는 후궁인 선화부인에게 애정을 다 쏟았다. 황후를 존중했지만 인간적으로는 경원시했다고 볼 수 있다. 604년 문제 사후 수양제가 즉위하니 왕조는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청나라 사가 조익은 “예로부터, 궁궐의 시샘은 수의 독고황후보다 더한 자는 없었다”고 그녀를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