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견(楊堅, 541-604)은 수나라의 초대 황제로 589년 남조의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해 300여년의 분열 시대를 마감했다.

그는 수국공 양충의 아들로 현재의 섬서성 위남현에 해당하는 홍농화음 출신이다. 후한의 명신 양진의 14세손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인 양충은 서위의 실력자 우문태의 측근으로 북주 정권을 창출하는데 공을 세웠다. 부친의 공적 덕분에 대장군이 되었고 주국으로 승진했으며 부친의 작위인 수국공을 세습하였다. 한족으로 알려져 있으나 부친이 보륙여(普六茹)라는 선비계의 성을 하사받은 기록으로 볼 때 집안이 원래 선비계였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장녀가 북주 선제의 비가 된 까닭에 황실의 외척이 되어 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선제는 제위에 오르자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공신들을 이유 없이 제거했다. 이에 따라 북주 정권이 위기에 빠졌다. 즉위 다음해 일곱 살에 불과한 태자 우무연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후일의 정제다. 스스로 천원(天元) 황제라 칭하고 기행을 일삼았다. 국정이 나락에 빠진 가운데 580년 22세로 요절했다. 결국 황후의 부친인 양견이 조정의 추대를 받아 정권을 잡았다. 581년 정제로부터 양위를 받아 수 왕조를 창건했다.

청나라의 사가 조익은 그를 평하여 “예로부터, 천하를 얻기에 수 문제와 같이 쉬었던 일이 여지껏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쉽게 대권을 차지한 것이다. 이렇다한 반대세력이 없어 천하를 손쉽게 움켜잡을 수 있었다. 그의 처 독고씨는 북주의 중신인 독고신의 넷째 딸이다. 당왕조를 창시한 고조 이연의 모친은 독고신의 아홉째 딸이다. 수·당 왕조의 외척에는 선비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황제에 취임하자 과감히 개혁에 나섰다. 주·군·현의 지방조직을 주·현으로 이원화했다. ‘백성은 적고 관은 많다’는 비효율을 뜯어고쳤다. 과거제도 개혁이야말로 그의 영단이었다. 587년 과거시험을 실시했다. 지금까지는 구품관인법에 따라 중정(中正)이라는 관리가 문벌에 따라 관리를 추천했다. 그해 전국에서 600명을 추천받아 특별시험을 치러 관리로 발탁했다. 이때부터 과거라는 시험 지옥이 시작되었다. 북위·북주로부터 이어진 부병제와 균전제를 대폭 보완하고 강화했다. 왕조의 경제·군사적 토대가 굳건해졌다.

589년 남조의 진나라를 정벌해 멸망시켰다. 이로써 오랜 분열 시대를 마감했다. 진나라의 진숙보는 장강의 이점을 믿고 수나라의 남침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 진황제는 조신에게 “왕의 기운이 이곳에 있다. 제의 군대가 3번 쳐들어오고, 주의 군대가 2번 쳐들어 왔으나 꺾이고 실패했다. 저들이 무엇을 하겠는가”라며 깊이 대비하지 않았다.

자치통감에 따르면 그는 성품이 엄격하고 신중했다. 정사에 부지런해 새벽마다 조정에서 정사를 살피고 해가 기울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백성을 잘 돌보고 농사와 잠업을 살피고 부역과 세금을 경감했다. 특히 검소하여 수레, 의복, 사용하는 물건 중 낡고 피폐해진 것들을 수시로 꿰매서 사용했다. 후궁들은 모두 세탁한 옷을 입게 했다. 이에 따라 나라의 창고가 가득찼다. 제위 초기 400만호인 호구가 말년에는 8백9십만호로 늘어났다. 그러나 시기심이 강하고 잔인하며 가혹하게 감찰했고 아첨에 휘둘려 공신과 옛 친구 중에 끝까지 자리를 보전한 자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황후인 독고씨의 영향력이 커 매사를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황제 부부를 이성(二聖)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남편에게 고도의 정절을 요구했다. 지나치게 결벽증이 심했다. 장남 양용이 정실인 원씨를 멀리하고 측실인 윤씨를 총애했다. 황태자비 원씨가 급사하자 그녀는 양용이 죽인 것이라 생각하고 황태자 폐립을 주장했다. 이에 차남인 진왕 양광이 황태자가 되니 후일의 수양제다. ‘첩에 후하고 처에 박한’ 인물을 극도로 미워한 독고황후의 아집이 수왕조의 몰락을 자초한 것이다. 604년 대보전에서 죽었다. 황태자 양광이 시해했다는 설이 많다. 천하를 재통일한 황제의 석연찮은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