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태(宇文泰, 505-556)는 서위의 실력자로 북주의 사실상 창업주다. 자는 흑달이며 선비족 군인 가문 출신이다.

그는 북위 6진의 하나인 내몽고 무천진 출신으로 부친 우문굉은 북위 말년 하급 군인이었다. 부친 사후 반위 선봉에 선 갈영의 군대에 참여해 장령에 임명되었다. 이주영이 갈영의 반란을 진압하자 그의 부장인 하발악 부대에 소속되었다. 하발악의 신임을 얻어 핵심 참모가 되었다. 이주영이 주살되고 조카인 이주조가 반발하는 등 북위 조정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이주조 휘하의 고환이 낙양에 입성해 효무제를 황제로 옹립하고 산서성 진양에 막부를 설치해 실권자가 되었다.

그는 하발악에게 아래와 같이 하북 통일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고환이 감히 권력을 찬탈하여 자립하지 못하는 까닭은 장군이 간섭하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감숙성을 장악하고 그런 다음 서쪽으로 저족과 강족을 정벌하고 북쪽으로 사막 변경까지 힘을 뻗치고 장안으로 군대를 돌려 북위 조정을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하발악은 534년 정적 후막진열의 계략에 말려 피살되었다. 이에 잔여 세력이 우문태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었다. 그해 7월 고환의 전횡에 못이겨 탈주한 효무제를 장안으로 맞이해 서위를 건국했다. 고환은 원선견을 효정제로 세우니 동위다. 북위가 동위와 서위로 분열되었다. 동년 12월 효무제를 독살하고 조카인 원보거를 문제로 옹립하는 한편 자신은 태사, 대총재가 되어 군권을 장악했다.

서위는 동위에 비해 인구나 면적이 적고 경제도 낙후되었다. 그는 한인 귀족 세력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굳건히 하였다. 다수의 한인 관료를 조정에 발탁했다. 학문이 뛰어난 소작을 저작랑으로 국사에 참여시켰다. 이후 승상급인 행태좌승으로 승진시켰다. 소작은 기장법과 호구조사법을 제정해 부역을 골고루 부담토록 했다. 소작이 작성한 부국강병을 위한 6가지 지침인 ‘육조조서’를 공포했다. “정권을 진 사람은 마음이 곧아야 하고 시비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농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인재를 등용할 때 가문만 보지 말고 능력을 봐야 한다.” “법률이 공정해야 한다”는 등 육조조서는 국정의 지도이념이 되었다. 556년 번잡한 관제를 간결하게 바꾼 6관제(六官制)를 공포했다. 부병제(府兵制)의 전신인 24군도 창설했다. ‘개부’라고 칭하는 사령관이 각각 1군을 통솔했다. 그 위에 대장군이 있고 최상에 주국(柱國)이라는 최고사령관이 있다. 우문태가 바로 서위의 승상 겸 최고사령관이 되었다.

부병제 덕에 서위의 군사력이 크게 증강되어 동위와 대등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부병제에 바탕을 둔 군사제도가 서위를 계승한 북주가 동위를 계승한 북제를 멸망시키고 하북을 통일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는 신하들의 충성과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당나라때 중신 영호불은 우문태 당시의 서위를 “재야에 남은 인재는 없고 조정에 군자가 많구나”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낙후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균전제를 회복해 충분한 노동력을 확보했다. 성인의 군대 복무 연령을 15세에서 18세로 늦추어 농업 생산에 투입했다. 납세제도도 과감히 개혁했다. 풍년이 들면 세금을 전액 내고 생산량이 반이면 반만 내고 흉년에는 3분의 1만 내도록 했다. 노동력을 징벌할 때도 백성들의 요역이 과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소작, 나변 등 한족 관료의 조언을 받아 한화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한족과 선비족의 통혼을 장려하고 한족 문화를 지원했다. 호한(胡漢) 민족의 융합과 국력 신장을 도모하였다.

556년 임종을 맞았다. 조카 우문호에게 “내 여러 자식들이 모두 어리고 밖의 도둑들이 아직 강성하다. 천하의 일이 너에게 달려 있다. 노력해서 나의 뜻을 이루도록 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는 영웅호걸을 제어해 그 힘을 쓸 수 있었다. 성격이 질박하고 소박함을 좋아해, 헛된 가식을 숭상하지 않았다. 정신이 밝고 통달했으며, 유교를 숭상하고 옛 것을 좋아했다. 서위 조정은 실권을 장악한 우문호에게 선위를 강요받았다. 이에 북주 왕조가 성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