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경(侯景, 503-552)은 동위 왕조의 장군으로 자는 만경이다. 남조의 양나라에 투항했다가 쿠데타를 일으켜 양나라를 사실상 멸망의 길로 내몰았다. 스스로 한나라를 세워 제위에 올랐다.

그는 북위의 6진 가운데 하나인 회삭진의 진병 출신이다. 북위가 낙양 천도 이후 강력한 한화정책과 문치주의를 추구함에 따라 한인 관료와 하북 지주 계급의 권력이 강화되었다. 반면에 선비족 출신의 군인세력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되었다. 이에 반발해서 일어난 것이 우림의 난과 6진의 난이다. 선무제에서 효명제 치세에 걸친 20여년간 낙양의 왕후귀족의 삶은 사치스럽기 그지없었다. 524년 북위 세력의 붕괴를 초래한 6진의 난이 일어났다. 528년 북위의 장군 이주영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자 그 휘하로 들어갔다. 이주영은 호태후파와 효명제파의 권력 투쟁을 이용해 낙양에 들어가 호태후 일파 2천여명을 주살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후경은 갈영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정주자사에 임명됐다. 이주영이 입궐하다 주살되자 고환의 군대에 합류했다. 사도로 임명되고 정주자사를 겸한채 10만 군사를 이끌고 하남지역을 통치하였다.

고환이 죽고 그의 아들 고징이 대장군으로 정권을 장악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그는 “고환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죽으면 저런 선비족 애송이 따위에게 협력할 수는 없다”며 노골적으로 고징을 무시하였다. 고징은 후경의 권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란을 도모했으나 대패하자 부득이 강남의 양나라로 투항했다. 양무제 소연은 북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그의 투항을 받아들였다.

후경의 투항을 놓고 양나라 조정이 양분되었다. 상서복야 사거는 “근래에 위와 화친하면서 변경에 전쟁이 없었다. 지금 반역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양무제는 “후경을 얻으면 변방의 북쪽이 깨끗해 질 수 있다. 기회란 얻기 어려운 것인데, 어찌 융통성이 없는가”라고 답했다. 중신 주이가 황제의 뜻을 헤아려 “지금 거절하고 들이지 않는다면, 뒤에 오려는 자들의 희망을 끊을까 두렵다”며 황제를 지지했다. 무제는 그를 대장군으로 삼고 하남왕에 봉했다. 신하 주홍정이 이전에 “나라가 몇 년 뒤에 전쟁을 당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후경의 투항 소식을 듣고 “난리의 시작이 여기에 있구나”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동위는 후경의 투항을 방치할 수 없었다. 이에 토벌군을 보내니 양무제도 조카인 소연명을 도독으로 해 구원군을 보냈다. 양측의 싸움은 양나라군의 대패로 끝났다. 반세기 가까이 양나라군은 전쟁다운 전쟁을 치러보지 못했다. 그러나 동위군은 지난 20여년간 계속 전투를 치렀다. 소연명은 동위의 포로가 되고 후경은 800여 부하를 이끌고 양나라 수춘으로 도망쳤다. 다음해 동위의 고징이 화의를 청하자 후경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다가 붙잡혀 동위로 소환되느니 수도 건강을 치기로 결심했다. 8월 양자강을 건너 건강으로 들어가 궁성을 포위했다. 장군 양간은 선방했지만 약 5개월 만에 궁성이 함락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었고 시체에서 흘러나온 진물로 개천이 가득찼다고 한다.

그는 병사 500여명으로 자신을 호위한체 무제를 알현했다. 86세의 무제는 여전히 관록이 있어 감히 올려다보지 못하고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후경은 부하 양승귀에게 “지금 황제를 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을 스스로 두렵게 한다. 하늘의 위엄이 아니겠는가? 범하기 어렵다. 다시 알현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결국 무제는 유폐되어 죽었다. 죽기 직전 입이 써서 꿀을 찾았으나 얻을 수 없었다. “하, 하” 두 번 소리 내고 죽었다고 한다.

그는 소강, 소등 등을 황제로 옹립했다. 결국에는 한왕의 지위에 올랐다가 양위를 받아 국호를 한으로 연호를 태시로 바꾸었다. 양무제의 일곱째 아들 상동왕 소역이 왕승변, 진패선 등과 함께 후경을 공격했다. 패해 도망가던 중 부하 양곤에게 살해되었다. 이후 양나라는 멸망하고 557년 남조의 마지막 왕조인 진나라가 수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