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高歡, 496∼547)은 북위, 동위의 실권자로 북제 왕조 건국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사실상의 창업 군주로 평가된다.

효문제는 낙양 천도를 단행하고 적극적 한화정책을 추진했다. 낙양을 중심으로 불교문화가 성행하고 선무제에서 효명제까지 20여년간 번영했다. 그러나 지나친 한화정책과 급속한 문치주의는 북방 민족 출신의 북위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종실과 후궁, 환관 등을 둘러싼 궁중정치의 혼란이 심화되었다. 우림의 변은 중앙 군인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이었다. 이어 변경의 육진의 난으로 사실상 북위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계호족 출신의 이주영은 휘하에 고환, 후경 등을 거느렸고 6진의 난 진압의 공으로 정계의 실력자가 되었다. 530년 입궐한 이주영을 효장제가 주살함으로써 그의 권력 독점은 종식되었으나 이에 반발한 이주영의 조카 이주조가 군사를 동원해 효장제를 죽이고 새 황제를 옹립했다.

고환은 북위 6진의 하나인 회삭진 출신의 선비족 계통으로 이주영 밑으로 들어갔다. 여러 싸움에서 두각을 나타내 이주조로부터 걸출한 장군으로 인정받아 진주자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반란군 20만명을 통솔하여 식량 확보를 목적으로 하북성 신도로 진군했다. 신도의 유력 세력인 고건 형제 등은 그와 연대하였다. 양 세력의 연합이 이루어졌고 북위 황실의 원장을 황제로 옹립했다. 이주조군과 고환군은 하북성 업의 교외인 하릉산에서 격돌했는데 결과는 이주조군의 대패였다. 이주씨의 횡포에 불만이 누적된 주변 세력이 등을 돌리고 고환 세력에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낙양에 입주한 고환은 원수를 황제로 옹립하니 효무제다. 그는 산서성 진양에 막부를 세워 조정을 좌지우지했다. 장안에는 6진의 하나인 무천진 출신의 우문태가 독자적 세력을 구축했다. 534년 효무제가 고환의 전횡에 못이겨 우문태쪽으로 탈주했다. 이에 원선견을 황제로 옹립하니 효정제다. 북위는 이를 계기로 효정제를 받드는 고환의 동위와 효무제를 맞이한 우문태의 서위로 양분되었다. 고환은 수도를 업으로 이전했다.

그는 오랜기간 북방에 거주하여 선비풍의 하육혼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6진의 난을 거치면서 세력을 갖춘 무장들과 함께 연합정권을 구축하였다. 이들을 훈귀(勳貴)라고 불렀다. 훈귀에는 북진 출신의 호족 또는 호족화된 한인이 많았다. 그의 통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북의 귀족들의 협력을 유도하면서 강력한 군국주의 체제를 구축해야 했다. 그러나 하북, 하남의 귀족들은 문치주의에 익숙해 있어 그의 군국주의 노선에 마냥 협조적일 수는 없었다. 특히 동위는 강남의 양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역도 비교적 활발해 남조의 화려한 귀족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문치주의와 군국주의의 균형을 어떻게 적절히 유지하느냐가 동위 왕조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는 자치통감에 “성품이 침착하고 치밀해서 종일토록 근엄해 사람들이 속마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침략을 꾸미는 것이 신과 같았고 군대를 통제함에 법령이 엄숙했다. 듣고 판단하고 명확하게 살피니 속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신하들이 기꺼이 따랐다고 한다.

537-543년 수차례 우문태의 서위와 격돌했다. 534년에는 낙양 교외 망산 싸움에서 크게 이겼으나 계속된 전쟁으로 국력이 소진되 장안 토벌에는 나서지 못한채 동위와 서위는 장기간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하루는 아들들의 재주를 시험하기 위해 불러모아 뒤엉킨 삼실 한 뭉치씩을 나누어주고 풀도록 하였다. 다른 아들들은 모두 한 올씩 뽑아내느라 진땀을 흘렸으나 둘째 아들 고양은 칼로 삼실을 베어버리고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 장차 큰일을 할 인물이라 생각했다. 고환 사후 맏아들 고징이 대장군으로 동위의 실력자가 되었으나 549년 8월 난경에게 살해당했다. 태원공 고양이 부대를 지휘해 변고를 진압했다. 그의 정신과 풍채가 빼어나고 부드럽고 밝으며, 말이 민첩하고 막힘이 없어 모두들 따랐다고 한다. 550년 승상 제군왕이 되었다가 양위를 받아 황제에 즉위하니 북제의 문선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