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도(拓跋燾, 408-452)는 북위의 3대 황제로 개국 군주 도무제의 증손이다. 2대 명원제의 장자로 한인귀족을 대거 등용해 국력을 신장시키고 하북을 통일해 북위의 전성기를 열었다.

423년 16세의 나이로 즉위했다. 한인 귀족 최호 등의 보좌에 힘입어 424-425년 외몽골의 유연을 공격, 멀리 고비사막 이북인 막북 지방으로 내쫓았다. 426년에는 장안을 점령했다. 427년에는 하국 수도 통만을 점령하고 431년에는 관중 전역을 장악했다. 이어 북연 북량을 차례차례 멸망시켜 439년 하북통일을 완성했다. 이로써 북중국의 5호 16국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중국 북방 흥안령산맥 출신의 선비족이 중원의 패자가 된 것이다. 398년 태조 도무제가 평성으로 도읍을 옮긴지 40여년만이다.

그는 대외 정복 전쟁과 더불어 적극적인 내정개혁에 착수했다. 개혁의 키워드는 한화정책(漢化政策)이었다. 한족과 비한족의 통혼을 장려하고 다수의 한인 지주 관료를 발탁했다. 그는 도무제 시절 상투를 틀고 관모를 쓸 것을 건의한 최굉의 아들로 학문이 깊고 경륜이 뛰어나 하북 통일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도무제 때 황제를 도와 문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있었고 명원제 때 황태자 시절 스승이란 인연으로 크게 쓰였다. 태무제 때까지 연속 중용되어 삼조원로(三朝元老)로 불리었다.

북위 왕조는 불교의 전성기였다. 3대에 걸쳐 황실은 불교를 적극 보호했다. 수도 평성과 그 주변에 많은 사찰이 건립되었다. 국가권력에 힘입어 불교가 널리 전파되었고 세를 넓혀갔다. 중앙의 도인통(道人統) 아래 적극적인 불교 관리 기구가 만들어졌다. 사원이 지방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중화사상이 강한 최호에게 불교는 인도에서 넘어온 이교였다. 불교를 견제하기 위해 구겸지라는 도교계통의 도사를 태무제에게 천거했다. 황제는 점차 불교에서 도교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사실 유목국가적 전통의 북위 지배계층에게 사색적인 불교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승려는 군대징집에서 면제되었다. 이에 따라 남조의 유송과 대규모 전쟁을 벌여야 하는 왕조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438년 태무제는 50세 이상인 자에게만 승려 자격을 허용한다는 조서를 내렸다. 젊은 사람은 농사를 짓거나 병력에 종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446년부터 철저한 배불(排佛)이 실시되었다. 중국에서는 4번의 불교탄압이 있었다. 역사에서는 이를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법난(法難)이라고 하는데 그 시초가 태무제 때의 법난이었다. 장안의 승려를 모두 죽이고 불전과 불상을 불태웠다. 수도 평성에서도 유사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그는 인물됨이 씩씩하고 강건하고 사납고 용맹스러웠다(勇武嚴酷). 성에서 적과 맞서 진을 치면, 화살과 돌이 날아오는 것을 무릅쓰고 친히 나섰다. 좌우에서 사상자들이 계속 나와도 정신과 안색이 태연자약했다.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 어떨 때는 병사를 바로 장수로 발탁하기도 했다. 근본을 따지지 않고 그 사람의 재능만을 보고 썼다. 듣고 살피는 것이 자세하고 빈틈이 없었고 아래 사람에게 속이는 일이 없었다.

450년 유명한 국사사건(國史事件)이 일어났다. 최호는 북위의 역사를 편찬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중국의 전통에 따라 ‘되도록 실록에 따른다’는 방침에 따라 역사를 서술했다. 과거의 북위 역사를 있는 그대로 서술함에 따라 선비족의 불만이 폭발했다. “국악(國惡)을 폭양했다”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태무제는 최호를 비롯해 관계자 128명을 처형하고 5족을 모두 주살하였다.

450년 황제는 강남의 유송을 정벌하기 위해 친정했다. 남쪽의 회하까지 도달했으나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남연주, 서주, 예주 등 6주를 파괴했다. 죽이고 노략질한 것이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장정들은 참수하거나 허리를 잘랐고 간난 아이들은 창끝에 꿰서 돌리면서 춤추고 놀았다. 452년 환관 종애가 황제를 시해했다. 종애의 모함으로 황태자가 근심끝에 죽자 황제에게 주살될 것을 우려해 시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