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년 동안 장흥지역에서 전승돼 온 고유의 전통민속예술인 ‘장흥고싸움 줄당기기’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 농촌지역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대규모 인력이 동원돼야 하는 고줄 제작이 어려운데다 장흥군의 무관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흥군이 최근 5월1일 개최 예정인 ‘제 45회 장흥 보림문화제’(군민의 날)에서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 시연을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지역 문화계가 반발하고 있다.

군은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고줄 제작에 따른 전문 기능보유자 확보와 인력동원(최소한 500명) 등 체계적인 보존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보림문화제 행사에 고싸움 줄당기기 시연을 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는 장흥도호부 시절인 1872년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장흥교 밑에서 서부 고와 동부 고로 나눠 풍년을 축원하는 민속공연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인 1917년에 중단됐다가 지난 1970년 ‘제1회 장흥 보림문화제’(군민의 날)를 계기로 다시 부활했다.

이후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는 ‘장흥 보림문화제’를 상징하는 고유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광주 칠석 고싸움과 함께 대표적인 고을형 축제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지난 1970년 광주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민속예술 공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1982년 KBS 주최의 ‘열전 팔도대항’에서 큰 인기를 차지하는 등 문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의 명칭은 고쌈→고싸움→고줄쌈→고줄놀이로 불려오다 민속학자인 고 지춘상 전남대 교수가 연구한 논문을 통해 ‘고싸움 줄당기기’로 명명돼 오고 있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10여년전부터 ‘고싸움 줄당기기는 역사성과 사회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인 만큼 군의 예산 뒷받침 아래 보존회를 설립해 무형문화재로 보존계승해야 한다’고 군에 건의했으나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며 “정부가 문화재 관리차원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보존·계승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흥=김용기기자 · 중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