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도산사건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특수법원인 광주회생법원이 들어설 전망이다.

회생법원은 가정법원과 같이 특정분야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법원이다. 오는 2026년 광주회생법원이 설치되면 한 해 2만여건에 달하는 호남권 도산사건을 도맡게 돼 법인·개인 채무자가 신속한 판단과 처분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광주회생법원 설치 근거가 담긴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날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포함한 대안이 의결되면서 28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6년 3월 1일부터 광주회생법원이 관할(광주·전남·전북·제주) 도산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회생법원이 생기면 도산사건 처리만 담당하기 때문에 법관의 전문성이 높고, 신속한 사건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접수→개시→인가→종결’로 이어지는 사건 진행 단계마다 소모되는 시간도 단축된다.

실제 그동안 전담 판사가 도산사건을 맡게 되면 민사사건과 다른 재판부도 겸하고 있는 탓에 도산사건이 후순위로 밀리는 사례도 있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특히 기업 회생 사건의 경우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는 등 ‘골든 타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특수법원인 회생법원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광주지방법원에는 매년 1만건에 달하는 도산사건(법인회생, 일반회생, 법인파산, 개인파산, 면책, 개인 회생)이 접수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광주·전주·제주지법에 접수된 도산사건은 총 1만8486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9년 9148건이 광주지법에 접수됐고 이후 8819건(2020년)→9179건(2021년)→8545건(2022년)→9706건(2023년)으로 1만건에 육박하는 도산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전주지법과 제주지법도 매년 각각 5000건과 2000건이 넘는 도산사건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법원은 이미 회생법원 설치를 위한 물적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로, 오는 2026년 개원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회생법원장실은 광주지법 본관 3층에 마련돼 있으며, 판사실과 신청실 등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종합청사 별관도 신축했다.

회생법원의 정확한 인적규모는 법원 행정처에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만 3000여건의 도산사건을 담당하는 부산회생법원의 경우 부산회생법원장 등 총 11명의 판사로 구성됐다.

현재 광주지법에서는 5명의 법관(파산전담 단독 2명, 합의부 3명)이 도산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전담 판사는 1년마다 변경되지만, 회생법원의 경우 판사가 근무하는 기간 동안 최소 2~3년을 맡게 된다.

전국적으로 회생법원은 2017년에 개원한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지난해 3월 개원한 수원·부산 등 총 3곳 뿐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균택(광주 광산갑) 의원은 “광주에는 회생법원이 없어 광주지법에서 도산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주회생법원 설치를 통해 도산사건의 전문적이고 신속한 처리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에는 인천 고등법원과 대전·대구 회생법원 설치안도 담겼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