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금이 1000원 오른 첫날부터 이용객이 반토막 났어요.”

광주시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인상된 첫날인 지난 1일 밤 9시 30분께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 광주송정역 일대. 50여대 택시가 두 줄로 늘어서서 승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택시 승강장에는 단 한명의 승객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상된 요금을 의식해서인지 승객들은 양 손에 캐리어를 끄는 등 짐을 가득 들고서도 택시 승강장을 지나쳐 주차장이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기 일쑤였다.

광주에서 21년동안 택시기사로 일해 온 정상원(68)씨는 “토요일 저녁은 승객이 많아 하루 평균 20명 정도는 태웠어야 하는데 이제 고작 10명 태웠다”며 “송정역 택시 승강장에서 1시간 30분 동안 승객을 기다리는 일은 난생 처음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 택시 기본요금(2㎞ 기준)이 지난 1일자로 1000원 인상됐다. 2019년 1월에 3300원으로 인상된 지 4년 6개월만이다.

이는 광주시가 지난달 5일 물가대책위원회를 열고 택시요금 인상안을 심의·확정한 데 따른 조치로,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3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랐으며 모범택시와 대형승용택시 기본요금은 3900원에서 5100원으로 인상됐다. 기본요금 외 거리와 시간, 할증요금은 변동 없이 기존 요금체계를 유지했다.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 첫 날부터 광주시 택시기사와 승객 양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승객들은 요금이 크게 올라 택시를 이용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으며, 택시기사는 이용객이 반토막났다고 하소연했다.

3년 전 택시 업계에 뛰어든 정대천(58)씨는 “기본요금 인상에 대학교 방학까지 겹치니 이전보다 승객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체감된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정씨는 “상무지구, 수완지구 등 주말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 인근에서 기본요금으로 단거리를 이동하던 승객들이 많았는데, 다들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며 “고작 요금 1000원이 올랐다고 단번에 승객이 반토막 날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튿날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소 승객이 많이 몰리던 광주시 서구 광천동 광천터미널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 앞에서도 승객을 태우지 못한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45년 경력의 택시기사 김호웅(72)씨는 “당장 오늘 오전에도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택시를 탄 학생이 기본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말을 해 마음이 무거웠다”며 “요금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승객을 떠나게 만들어 택시 업계에 손해를 불러올 것 같아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승객들은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택시 요금이 터무니없이 비싸졌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1일 방학을 맞아 부모님을 만나러 광주에 온 김화영(여·24)씨는 “서울에서도 지난 2월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른 뒤 택시 타기가 꺼려져 어떻게든 지하철 막차를 챙겨 타는 습관이 생겼다”며 “부모님도 택시 요금 걱정을 하시면서 꼭 버스를 타라고 신신당부 하셨다”고 말했다.

2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려고 광천터미널을 찾은 김지윤(17)양도 “5분만 이용해도 요금이 5000원이 넘어가는 택시가 어떻게 대중교통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안 그래도 용돈이 부족한 학생들이 앞으로 택시를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