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가을 보약 ‘늙은호박’이 골칫거리라니
2024년 11월 04일(월) 07:00 가가
면역력 강화 등 효과…바른 보관·요리법으로 건강 챙기자
시골에선 보통 할아버지가 기거하는 곳이 동네 사랑방이자 가을에 수확한 농산물의 저장 창고 역할을 했다. 할아버지 방에는 수확한 고구마는 물론 방앗간에서 갓 쪄온 쌀 등이 쟁여져 있기 마련이었다. 창고 등 저장공간이 부족한 데 그 이유가 있었겠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농산물의 적정한 저장온도를 고려한 선인들의 지혜다. 이 특별한 공간의 주인공이 여럿 있지만, 문과 가까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자리 잡은 황금빛을 자랑하는 ‘늙은호박’은 빠트릴 순 없는 존재다.
며칠 전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를 만나 호박 이야기를 했는데 여려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얘기인즉 밭 여기저기에 호박을 심었는데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애호박이었을 땐 호박전도 하고 무침도 해 먹었지만, 그 수가 많다 보니 다 못 먹고 할 수 없이 놔두었더니 늙은호박이 됐고 이제 처분이 곤란할 정도라는 것이었다. 주라는 사람도 많지 않아 밭에서 썩히기 일쑤라고 했다.
요즘이야 이런 대접을 받지만, 사실 늙은호박은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에도 보관하기에 좋고 영양소가 풍부해 사람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의 하나였다. 한의학에서 ‘가을 보약’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호박죽이나 호박엿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며, 우려서 차로 마시거나 호박씨를 강정, 식혜에 곁들여 먹기도 하는 등 쓸모 많은 식재료다.
특히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베타카로틴 함유량은 단호박이나 적색 파프리카보다 늙은호박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A와 비타민C도 많이 함유돼 있어 면역력을 강화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 외에도 늙은 호박은 수분이 많고 칼륨 함량이 높아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이 뛰어나 전통적으로 수분 조절에 효과적인 채소로 애용된다.
늙은호박은 부기 제거가 필요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 노인, 산모들에게도 특히 좋다고 한다. 늙은호박 속 당분은 소화와 흡수가 잘 돼 위장이 약한 사람도 먹을 수 있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또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춰주기도 한다.
이렇듯 쓸모 있는 늙은호박이 이름 탓인지 홀대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황당하면서도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다양한 쓸모가 사라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먹거리가 풍족해지고 식재료가 다양화하면서 구황작물 중의 하나인 늙은호박 역시 서민들의 눈에서 멀어졌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식재료를 보관법을 몰라 구매하기를 주저하거나 사 놓고도 상한 채로 내버려 둔다면, 농가나 소비자 모두에게 큰 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농산물은 저장이나 보관법이 작물을 잘 키우는 것 만금 중요한데 늙은호박도 예외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농작물을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저장하기 좋은 상태의 것을 골라야 하는데 늙은호박도 마찬가지다. 상태가 좋은 늙은 호박을 고르려면 껍질이 단단하고, 노란 담황색인 것이 좋다. 크기는 크고 윤기가 흘러야 하며, 표면의 골이 깊고 꼭지가 움푹 들어갔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통째로 보관할 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이리저리 옮기지 말고 한 자리에 두어 보관해야 하고, 온도가 높으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썰어서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호박을 반으로 잘라 씨와 속을 긁어낸 뒤 껍질을 칼로 깎아낸 다음 주황색 속살을 적당한 크기로 썬다. 이것을 체에 밭쳐 햇볕에 널어 말린다. 햇볕에 말리면 호박의 베타카로틴 성분이 강화되고 단맛까지 증가해 더 좋은 상태가 된다.
농사를 짓다 보면, 키우는 것 못지않게 저장하거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치를 깨달아 가기 마련이다. 모든 농작물이 다 그렇겠지만, 천덕꾸러기가 된 늙은호박이 주는 이런 시사점은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bigkim@kwangju.co.kr
늙은호박은 부기 제거가 필요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 노인, 산모들에게도 특히 좋다고 한다. 늙은호박 속 당분은 소화와 흡수가 잘 돼 위장이 약한 사람도 먹을 수 있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또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춰주기도 한다.
이렇듯 쓸모 있는 늙은호박이 이름 탓인지 홀대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황당하면서도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다양한 쓸모가 사라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먹거리가 풍족해지고 식재료가 다양화하면서 구황작물 중의 하나인 늙은호박 역시 서민들의 눈에서 멀어졌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식재료를 보관법을 몰라 구매하기를 주저하거나 사 놓고도 상한 채로 내버려 둔다면, 농가나 소비자 모두에게 큰 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농산물은 저장이나 보관법이 작물을 잘 키우는 것 만금 중요한데 늙은호박도 예외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농작물을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저장하기 좋은 상태의 것을 골라야 하는데 늙은호박도 마찬가지다. 상태가 좋은 늙은 호박을 고르려면 껍질이 단단하고, 노란 담황색인 것이 좋다. 크기는 크고 윤기가 흘러야 하며, 표면의 골이 깊고 꼭지가 움푹 들어갔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통째로 보관할 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이리저리 옮기지 말고 한 자리에 두어 보관해야 하고, 온도가 높으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썰어서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호박을 반으로 잘라 씨와 속을 긁어낸 뒤 껍질을 칼로 깎아낸 다음 주황색 속살을 적당한 크기로 썬다. 이것을 체에 밭쳐 햇볕에 널어 말린다. 햇볕에 말리면 호박의 베타카로틴 성분이 강화되고 단맛까지 증가해 더 좋은 상태가 된다.
농사를 짓다 보면, 키우는 것 못지않게 저장하거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치를 깨달아 가기 마련이다. 모든 농작물이 다 그렇겠지만, 천덕꾸러기가 된 늙은호박이 주는 이런 시사점은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