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상아탑…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2025년 12월 24일(수) 00:20 가가
광주·전남 대학들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상아탑에서 교수 갑질로 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고 교수들의 뇌물수수가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이번에는 폐과를 막기 위해 교수들이 학생 대신 대리시험을 치다 적발되기까지 했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전희숙 판사는 광주의 한 사립대학 교수 3명과 조교 1명에게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내용이 충격적이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모집한 학생들이 제적을 당해 학과가 문닫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 대신 시험을 치르다 적발됐다. 총 29회에 걸쳐 학생들의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채점한 뒤 교무처에 제출한 혐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생이 성적을 조작한 교수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다 함께 적발됐다는 사실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학교로부터 입학생 유치와 학생 유지를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상황에서 학과 존립이라는 압박을 받은 점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안타깝지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전남의 한 사립대가 가짜 학생을 만들고 편법 전과를 하다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적이 있다.
학과 유지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교수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하지만 이런 환경을 조장한 대학의 책임은 더 무겁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한다. 자연스런 구조조정은 생태계를 맑게 하는 정화작용을 한다. 정부는 ‘좀비 대학’이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하도록 혈류를 끊어야 한다. 일그러진 상아탑의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