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미술관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를 찾아온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는 이들을 보면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우리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 유형은 갤러리나 미술관 문턱이 너무 높다고 스스로 생각해 출입을 포기하고 “내가 가는 장소가 아니야” 라 단정하며,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를 시도하지 않았던 경우이다.

그런데 갤러리에 일단 들어와 그림을 감상하고 디렉터에게 설명을 듣고 나니, 작가가 그림을 통해 무얼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좋았다며 그림 감상이 특별한 사람만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전시가 있을 때마다 방문해 감상의 즐거움에 빠진 관람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에 대한 질문도 하고, 느낀 점을 말하기도 하고, 또 관람자 스스로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면서 자주 그림 감상의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이야기를 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 관람자들이 저마다 문화인의 소양을 점점 쌓아가고 있음을 바라볼 때, 갤러리 디렉터로서 관람자를 위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내 마음 속에 꾹 눌러준다.

두 번째 유형은 미술품 감상하는 일을 취미로 하는 관람자이다. 이런 관람자는 그림이 좋아서 항상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를 수시로 출입한다. 그리고 미술이나 음악 강좌가 있으면 시간이 되는 대로 참여하는 호사가이다. 예술품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림을 보는 안목도 소유하고 있으며, 작가에 대한 호불호와 이론도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를 스스로 만들어 감상하는 기회를 누린다. 정치가, 사업가, 고위 관직 등 도드라진 직업 군이 아닌 보통의 직업을 가지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뇌를 섹시하게 하는 지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런 관람자가 갤러리에 오면 기분이 좋고 담소로 이어져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르는 소통의 마법에 빠져 든다. 그리고 그림이 정말 본인 마음에 감흥을 줄 때는 가끔 구매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는 더불어 행복감을 느낀다.

세 번째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컬렉터(Art collector)이고, 예술 전반에 대한 서적을 탐독하고 작품을 수시로 관람하며,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전공자를 능가하는 실력을 소유하고 있는 관람객이다. 이 유형은 굉장히 긴장감을 주는 관람자이며 디렉터와 힘겨루기를 하는 아름다운 고통을 맛보게 한다. 물론 이런 분들로 인해서 실력을 갖추는 데 더욱더 정진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많다. 그리고 컬렉터 관람자는 좋은 그림(예술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그림)을 반드시 구매하기 때문에 작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가교 역할을 하는 갤러리 운영자로서 보람 또한 느낀다.

예술품은 의식주처럼 필수품이 아니기 때문에 컬렉터가 존재해야만 작가와 디렉터가 할 일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컬렉터는 두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그림을 구매해 선물하거나 소장하는 유형이고, 또 하나는 예술성이 있는 작품을 구매해 경매 시장에 내놓아 차액을 취하는 재테크 유형이다. 이러한 컬렉터 관람자는 문화 예술이 정체되지 않고 활성화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나에게는 세 가지 형태의 관람객 모두 소중하다. 첫 번째 유형은 조금씩 예술 문화에 눈을 떠가는, 아기 걸음마 같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문화인이어서 좋고, 두 번째는 예술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문화가 최고의 행복이듯 쌍방에게 행복한 코드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다. 또 세 번째 유형은 예술 문화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작가와 디렉터에게 내공을 쌓게 해주니 좋다.

어떠한 관람객이든 갤러리를 찾아주는 이는 모두 문화인이며 사랑과 소통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