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일상생활 어려움 없게 돕고 싶어요”
2024년 11월 28일(목) 19:30
2024 으뜸인재 <18>목포제일여고 이호경·이나해·백현지
교통약자 보도환경 실태조사로 전남도 ‘청소년 사회탐구 캠프’ 대상
점자스티커 제작·배포…횡단보도 음향 신호기 등 시설 개선 이끌어

왼쪽부터 목포제일여고 백현지 학생, 김주란 담당 교사, 이호경·이나해 학생.

“시각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그들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전남도가 진행한 ‘청소년 사회탐구 캠프’ 에 참여, 대상을 수상한 목포제일여고 3학년 이호경·이나해·백현지 학생은 ‘시각장애인의 눈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자’는 주제로 목포지역 ‘교통약자 보도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씨투’(Let’s see together)라는 팀명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보행 시 겪는 불편함과 위험 정도를 파악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 주제를 선정했다.

이호경 학생이 비슷한 주제로 발표했던 경험이 있는 점을 살려 탐구 주제를 정했고 연구 범위를 지역사회로 확대해 진행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회의원의 물고기 ‘코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지역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그들 눈으로 보고 살펴보는 연구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요. 시각장애인이 답한 일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길 찾기’라는 통계도 있었거든요.”

김 의원은 지난 2023년 6월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 마무리 발언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코이’라는 물고기에 비유,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의 탐구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목포지역 행정복지센터, 병원, 공공기관 등이 들어선 곳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에 대해 이뤄졌다. 목포 하당·용해·옥암동 등 목포 전역 23개가 넘는 동네 보도 곳곳을 훑고 목포대·무안경찰서·무안 청계파출소·영암군청·신안군청 등도 살폈다. 또 연구 담당 김주란 교사의 자문을 매번 받았다.

“발표회 한 달 뒤 목포시에서 장애인 전국체전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연구 범위 내 점자 블록과 횡단보도 음향 신호기 관찰 및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죠. 한 사람이 1주일에 2~3개의 동을 돌아다니며 확인하기로 했어요.”

우선적으로 횡단보도 점자블록의 훼손 및 방향부적정 여부,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작동 여부, 비신호 횡단보도 현황 등을 확인했다. 음향신호기는 목포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청구, 설치 현황과 장소를 파악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동네의 횡단보도 점자블록 상태, 음향신호기 작동 여부 등을 꼼꼼히 찍고 정리해 인스타그램(see together_jeil)에 올리는가 하면, 개선이 필요한 도로의 경우 안전신문고에 접수, 신고했다.

“훼손된 점자블록 등을 파악해 안전신문고에 68건을 접수했어요. 5건은 정비를 완료해 개선했다는 답변도 받았고요. 나머지는 예산이 확보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니,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음향신호기는 98대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9건을 안전신문고로 접수했는데, 모두 개선했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비시각장애인들이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점자책을 활용, 직접 점자스티커를 제작해 여러 기관에 보내주기도 했다. 이들은 ‘온수’,‘냉수’라고 쓴 점자 스티커를 제작한 뒤 행정복지센터, 유치원, 어린이집, 초·고교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고 이들의 연구 취지에 동의한 기관에 스티커와 점자 교육 자료를 보내줘 해당 기관 화장실, 음수대 등에 부착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우리 모두 함께 바라보자’는 팀명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항이 아닌, 강물을 만들어주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