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X 즐기다
2025년 04월 29일(화) 19:40
지난 2020년 6월, 전국의 미술애호가들을 설레게 한 ‘빅뉴스’가 전해졌다. ‘솔섬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풍경 사진의 대가 마이클 케나가 전남 신안에서 전시를 연 것이다. 영국 출신의 마이클 케나는 필름 카메라를 장시간 노출시켜 촬영한 사진들을 전통적인 아날로그 흑백 은염으로 인화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작가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지난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촬영한 흑백사진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나무 숲을 보존하는데 기여한 인연이 있다.

글로벌 명성을 자랑하는 그가 서울도 아닌, 신안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데에는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신안에 머무는 동안 수려한 풍경에 매료돼 섬 사진들을 앵글에 담는 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신안 ‘저녁노을 미술관’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층 규모의 소박한 건물이지만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자연이 빚어낸 바다 정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름만큼 아름다운 미술관은 일년 내내 근사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천사대교로 가는길목인 천사섬분재공원 안에 위치해 있어 계절 따라 피어나는 수많은 꽃과 나무, 분재를 만끽할 수 있어서다.

올 봄, 개관 11주년을 맞은 저녁노을미술관이 또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 ‘뮤지엄 x 즐기다’에 선정돼 5월 한달간 신안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급변하는 공동체, 박물관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뮤지엄 x 즐기다’ 사업은 전국의 박물관·미술관들을 대상으로 우수한 문화자산과 다양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으로 광주·전남에서는 신안 저녁노을 미술관과 담양우표박물관이 최종 선정됐다.

특히 저녁노을 미술관은 기획전 ‘보타니, 섬의 정원’ 전시와 연계한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힐링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흥미롭다. 1004개의 섬에 1개의 미술관을 건립하는 신안의 ‘1도(島) 1뮤지엄’ 프로젝트에 맞춰 미술관의 장소성을 살린 특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성인 대상으로 ‘1004섬 미니 예술 정원’이 진행된다고 하니 특별한 경험이 될 듯 하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은 나들이 하기에 좋은 때다. 매년 이맘 때 열리는 ‘박물관·미술관 주간’은 국민의 문화향유확대를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지엄 축제다. 인파로 넘치는 관광지도 좋지만 예술과 소통하는 미술관은 번잡한 일상으로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 관광객들을 겨냥해 5월에 열리는 함평나비축제 옆 엑스포 공원에는 함평군립미술관이, 대나무 축제가 열리는 담양에는 대담 미술관과 우표박물관, 우주항공축제가 펼쳐지는 고흥에는 남포미술관이 이웃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던 광주 지역 동네 미술관들을 찾는 것도 좋다. 광주 양림동의 한희원 미술관, 이강하 미술관을 비롯해 운림동의 의재미술관, 농성동의 하정웅 미술관, 광산구 최초의 동곡뮤지엄 등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의외로 많다. 그림도 보고 신록도 즐기는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자.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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