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온기 가득 광주 자선냄비…“QR코드로도 기부”
2025년 12월 21일(일) 20:00 가가
광주일보 기자가 6시간 동안 충장로 자선냄비 ‘케틀메이트’로 참여해보니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시민들 추위 속 나눔 실천
앱 설치 없이 NFC로도 기부…3곳서 24일까지 모금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시민들 추위 속 나눔 실천
앱 설치 없이 NFC로도 기부…3곳서 24일까지 모금


지난 19일 오후 광주시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윤준명 기자(왼쪽)가 ‘구세군 자선냄비’ 1일 케틀메이트로 나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와 함께 ‘딸랑 딸랑’ 소리가 울려퍼지자, 광주시민들의 온정도 함께 피어올랐다.
꼬깃꼬깃한 현금을 기부하는 어르신부터 “젊은 시절 자선냄비 도움을 받아 희망을 얻었다”며 큰 금액을 쾌척하는 시민, 부모 손을 잡고 용돈을 자선냄비에 넣는 어린이까지 시민들의 온기로 자선냄비는 불황에도 ‘펄펄’ 끓었다.
광주일보는 지난 19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구세군 전라지방본영의 협조를 받아 광주시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6시간 동안 자선냄비 케틀메이트(봉사자)로 참가해 종을 치며 기부를 독려했다.
낮 12시부터 첫 근무를 시작하며 케냐 국적의 엘비스(30)씨와 함께 자선냄비를 지켰다. 고국에서부터 구세군 교회를 다녀오던 그는 9년 전 조선대 유학생으로 광주에 온 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매년 자선냄비 모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엘비스씨는 숙련된 솜씨로 종을 치며 기부를 독려했다. 종을 치는 동작이 어색해 애를 먹는 취재진에게 종을 잘 치는 법도 가르쳐줬다. 거리에 맑은 종소리가 울리자 발걸음을 멈추는 시민들도 점점 늘어갔다.
이날의 첫 기부자는 올해 수능을 마친 이승아(18)양이었다. 친구와 함께 충장로를 찾은 그는 책가방을 뒤져 모금함에 돈을 넣었다.
이 양은 “길을 지나던 어르신 부탁으로 심부름을 하고 받은 돈인데 좋은 데 쓰였으면 해서 기부했다”며 “교과서에서만 보던 자선냄비를 실제로 보게 돼 신기하고 뜻깊다”고 환하게 웃었다.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부모의 손을 잡고 길을 지나던 최서아(5)양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폐를 쥐고 다가왔다.
최 양은 “부모님이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이라고 했다. 나중에 크면 남을 돕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다섯 살이라고는 믿기 힘든 인터뷰였다.
기부 행렬은 해가 저물 때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참여하는 시민의 모습도 다양했다. “너무 적은데 괜찮냐”고 민망해하며 동전을 보태는 시민도 있었고 지갑에서 고액권을 꺼내 흔쾌히 내놓는 이도 있었다.
올해부터 도입한 NFC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앱 설치가 필요한 QR코드 방식과 달리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기부할 수 있어 호응이 높았다.
김영호(58)씨는 “현금만 받던 과거의 자선냄비와 달라 신기하다”며 “젊은 세대는 현금을 잘 쓰지 않는만큼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웃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점점 내려 앉으면서 기온은 더욱 떨어졌다. 추위에 다리가 발끝부터 저려오고 쉼 없이 종을 울려온 팔도 점차 무거워졌다. 그때마다 행인들은 “고생 많다”, “좋은 일 한다”며 말을 건네거나 따뜻한 간식을 쥐어주며 응원을 전해 힘을 북돋웠다.
케틀메이트들은 두 시간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했다. 저마다 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달랐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케틀메이트 강송이(여·30)씨는 오후 2시께 교대를 하러 오면서 수개월 동안 모아온 묵직한 동전 뭉치를 자선냄비에 털어넣었다. 강씨는 중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처음 거리에 나던 이후 연례행사처럼 모금 활동을 해 왔다고 한다. 강씨는 암 투병으로 최근 2년간 케틀메이트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항암 치료를 받고 몸을 가눌 수 있을 만큼 회복되자 곧장 봉사에 나섰다.
강씨는 “매년 당연하게 해오던 일을 못 하다 보니 오늘이 더 기다려졌다”며 “우리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려운 분이 많다. 모금액은 그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또 그 희망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작은 나눔이라도 함께한다면 행복은 무한히 커진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께부터 자선냄비를 지킨 케틀메이트 박민자(여·54) 구세군 교회 광주본영 사관(목사)도 광주 시민들의 온정은 다른 지역과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거리 모금액이 줄었지만, 광주 지역은 매년 거리 모금만으로도 1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목표액을 달성해왔다고 한다.
박 사관은 “구세군은 시민들이 모아준 소중한 마음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 하나하나가 희망의 빛이 돼 세상을 밝힌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세군은 올해 전국 275곳에 자선냄비를 설치했으며, 광주에서는 오는 24일까지 충장로, 서구 광천종합버스터미널, 광산구 수완지구 등 3곳에서 거리 모금을 진행한다. 올해는 외빈이 참여한 시종식 대신 지난 1일 지역 노숙인들을 초청해 식사 250인분을 나누며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꼬깃꼬깃한 현금을 기부하는 어르신부터 “젊은 시절 자선냄비 도움을 받아 희망을 얻었다”며 큰 금액을 쾌척하는 시민, 부모 손을 잡고 용돈을 자선냄비에 넣는 어린이까지 시민들의 온기로 자선냄비는 불황에도 ‘펄펄’ 끓었다.
낮 12시부터 첫 근무를 시작하며 케냐 국적의 엘비스(30)씨와 함께 자선냄비를 지켰다. 고국에서부터 구세군 교회를 다녀오던 그는 9년 전 조선대 유학생으로 광주에 온 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매년 자선냄비 모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양은 “길을 지나던 어르신 부탁으로 심부름을 하고 받은 돈인데 좋은 데 쓰였으면 해서 기부했다”며 “교과서에서만 보던 자선냄비를 실제로 보게 돼 신기하고 뜻깊다”고 환하게 웃었다.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부모의 손을 잡고 길을 지나던 최서아(5)양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폐를 쥐고 다가왔다.
최 양은 “부모님이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이라고 했다. 나중에 크면 남을 돕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다섯 살이라고는 믿기 힘든 인터뷰였다.
기부 행렬은 해가 저물 때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참여하는 시민의 모습도 다양했다. “너무 적은데 괜찮냐”고 민망해하며 동전을 보태는 시민도 있었고 지갑에서 고액권을 꺼내 흔쾌히 내놓는 이도 있었다.
올해부터 도입한 NFC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앱 설치가 필요한 QR코드 방식과 달리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기부할 수 있어 호응이 높았다.
김영호(58)씨는 “현금만 받던 과거의 자선냄비와 달라 신기하다”며 “젊은 세대는 현금을 잘 쓰지 않는만큼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웃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점점 내려 앉으면서 기온은 더욱 떨어졌다. 추위에 다리가 발끝부터 저려오고 쉼 없이 종을 울려온 팔도 점차 무거워졌다. 그때마다 행인들은 “고생 많다”, “좋은 일 한다”며 말을 건네거나 따뜻한 간식을 쥐어주며 응원을 전해 힘을 북돋웠다.
케틀메이트들은 두 시간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했다. 저마다 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달랐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케틀메이트 강송이(여·30)씨는 오후 2시께 교대를 하러 오면서 수개월 동안 모아온 묵직한 동전 뭉치를 자선냄비에 털어넣었다. 강씨는 중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처음 거리에 나던 이후 연례행사처럼 모금 활동을 해 왔다고 한다. 강씨는 암 투병으로 최근 2년간 케틀메이트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항암 치료를 받고 몸을 가눌 수 있을 만큼 회복되자 곧장 봉사에 나섰다.
강씨는 “매년 당연하게 해오던 일을 못 하다 보니 오늘이 더 기다려졌다”며 “우리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려운 분이 많다. 모금액은 그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또 그 희망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작은 나눔이라도 함께한다면 행복은 무한히 커진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께부터 자선냄비를 지킨 케틀메이트 박민자(여·54) 구세군 교회 광주본영 사관(목사)도 광주 시민들의 온정은 다른 지역과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거리 모금액이 줄었지만, 광주 지역은 매년 거리 모금만으로도 1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목표액을 달성해왔다고 한다.
박 사관은 “구세군은 시민들이 모아준 소중한 마음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 하나하나가 희망의 빛이 돼 세상을 밝힌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세군은 올해 전국 275곳에 자선냄비를 설치했으며, 광주에서는 오는 24일까지 충장로, 서구 광천종합버스터미널, 광산구 수완지구 등 3곳에서 거리 모금을 진행한다. 올해는 외빈이 참여한 시종식 대신 지난 1일 지역 노숙인들을 초청해 식사 250인분을 나누며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