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2026년 02월 08일(일) 19:25 가가
농주로 사랑받던 우리 술 막걸리
지역 농산물 활용 다양화…커지는 과음 경고 문구 우려
지역 농산물 활용 다양화…커지는 과음 경고 문구 우려
농사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술을 빚는 주재료가 농산물이거니와 고된 농사일 할 때 마시는 농주(農酒) 한잔이 농부엔 허기를 달래주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중 막걸리는 근·현대화를 거치며 서민을 대표하는 술로 소주와 맥주가 일상화기까지 농민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왔다.
막걸리는 쌀농사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애환을 같이한 술이다. 막걸리란 이름은 ‘금방 거른 술’ 또는 ‘마구 거른 술’을 뜻한다. 이 외에도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해서 국주(國酒), 배꽃이 필 때 막걸리용 누룩을 빚는다고 해서 이화주(梨花酒), 흐리고 탁해서 탁주(濁酒), 빛깔이 하얘서 백주(白酒) 등으로 불렀다.
막걸리는 고조선시대부터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잔치와 제사상, 명절 등 다양한 공동체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술로 애용됐다. 조선시대부터 누구나 가정에서 빚을 수 있어 농민과 서민들의 대표적인 술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엔 개인의 주조가 금지되고 양조장 중심 소비가 일반화됐다. 광복 후엔 쌀 부족으로 밀막걸리가 제조되기도 했다. 그 뒤 경제가 성장하고 쌀 공급도 넉넉해지면서 1990년대부터 쌀막걸리가 술시장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밀가루가 원재료였던 막걸리 시장은 2000년 들어 주원료로 쌀이 보편화하면서 다양화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 생산이 늘어난 것인데 남아도는 쌀의 활용도면에서도 효율적인 상황이 됐다.
지역의 쌀과 물, 누룩, 공기, 그리고 사람의 손맛까지 총동원되어 만들어지는 술인 만큼 양조 방식에서도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정성스럽게 빚는 삼양주(밑술에 1·2 덧술을 더해 세 번 빚는 술로 맛과 향이 깊고 도수가 높은 고급 발효주) 방식 막걸리도 늘고 있고 스파클링처럼 톡 쏘는 탄산 막걸리, 가볍고 달콤한 무탄산 저도주 막걸리, 심지어 캔 막걸리까지 등장했다. 블루베리, 복분자, 단호박, 곤드레, 쑥, 감귤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컬러 막걸리는 우리의 눈과 입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쌀·토란 등 곡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주 ‘마리주’와 프리미엄 증류주 ‘네오 40’ 역시 주목을 받는 성공사례 중 하나다. 네오 40은 가루미(바로미 2) 쌀을 원료로 한다. 흑백요리사2의 우승자 최강록 셰프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프리미엄 증류주다. 곡성의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는 네오 40에 이어 올해는 도수를 낮춘 ‘네오25화이트’를 출시해 미국 식품의약청 인증과 수출 절차를 마치고 미국 현지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한데 최근 막걸리 등 주류 시장에 악재가 생겼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과음 경고문구 표기 내용 전부개정 고시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올 9월부터 주류 판매용 용기에 표기하는 음주 경고에 음주운전과 관련된 문구를 추가하고, 경고문구 외에 경고그림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문구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글자 크기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기존에는 과도한 음주에 따른 건강상 문제를 경고하는 문구만 표시했는데, 개정안은 경고 내용과 효과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음주 경고를 강화하는 규제 시행은 간신히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전통주업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영세한 전통주업체들이 소비 위축으로 타격을 받으면 쌀 등 원료로 쓰이는 국산 농산물 소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막걸리가 진화 중이고, 그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막걸리는‘전통술’이지만, 결코 ‘옛것’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오래된 방식을 되살리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맛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술 막걸리의 부흥을 위해서 말이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막걸리는 고조선시대부터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잔치와 제사상, 명절 등 다양한 공동체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술로 애용됐다. 조선시대부터 누구나 가정에서 빚을 수 있어 농민과 서민들의 대표적인 술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엔 개인의 주조가 금지되고 양조장 중심 소비가 일반화됐다. 광복 후엔 쌀 부족으로 밀막걸리가 제조되기도 했다. 그 뒤 경제가 성장하고 쌀 공급도 넉넉해지면서 1990년대부터 쌀막걸리가 술시장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쌀·토란 등 곡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주 ‘마리주’와 프리미엄 증류주 ‘네오 40’ 역시 주목을 받는 성공사례 중 하나다. 네오 40은 가루미(바로미 2) 쌀을 원료로 한다. 흑백요리사2의 우승자 최강록 셰프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프리미엄 증류주다. 곡성의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는 네오 40에 이어 올해는 도수를 낮춘 ‘네오25화이트’를 출시해 미국 식품의약청 인증과 수출 절차를 마치고 미국 현지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한데 최근 막걸리 등 주류 시장에 악재가 생겼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과음 경고문구 표기 내용 전부개정 고시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올 9월부터 주류 판매용 용기에 표기하는 음주 경고에 음주운전과 관련된 문구를 추가하고, 경고문구 외에 경고그림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문구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글자 크기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기존에는 과도한 음주에 따른 건강상 문제를 경고하는 문구만 표시했는데, 개정안은 경고 내용과 효과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음주 경고를 강화하는 규제 시행은 간신히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전통주업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영세한 전통주업체들이 소비 위축으로 타격을 받으면 쌀 등 원료로 쓰이는 국산 농산물 소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막걸리가 진화 중이고, 그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막걸리는‘전통술’이지만, 결코 ‘옛것’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오래된 방식을 되살리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맛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술 막걸리의 부흥을 위해서 말이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