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와 우거지가 주는 교훈
2026년 01월 25일(일) 19:25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쓰레기 부산물 인식 벗고 건강 식재료로 귀한 대접
초라한 겉모습 때문인지, 버려야 하는 쓰레기라는 인식에서인지 시래기와 우거지는 그리 귀한 대접은 받지 못했다. 서민적인 식재료의 느낌이랄까. 궁핍한 시절을 버티게 해준 저장 식품 정도로 취급되던 이것들이 최근에는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일부러 찾아 먹는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햇빛과 찬 바람을 맞으며 깊고 구수한 맛을 품은 시래기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된장국과 푹 삶아 믹서에 간 짱뚱어를 우거지·된장·고춧가루·생강 등 갖은 재료와 함께 끓여낸 짱뚱어 추어탕은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진미이자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든든한 한 끼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무청 혹은 배춧잎 말린 것 모두를 시래기로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흔히 무청 말린 것은 시래기, 배춧잎 말린 것은 우거지로 구별하는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아마도 실생활 무청을 많이 쓰고 푸성귀나 사람이 기른 채소의 겉대를 손질해 말린 것을 의미하는 우거지로는 배추 이외의 다른 채소를 잘 사용되지 않는 데서 오는 습성이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시래기의 어원이 ‘채소 쓰레기’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민간어원설에 따른 오해로 보이며 실제로 그렇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기에 창고(광) 혹은 밭에 말라 비틀어진 부스러기(부시래기, 뽀시래기)에서 왔다는 말도 있지만, 썩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우거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졌는데 웃+걷(다)+-이, 즉 웃자란 것이나 위에 있는 것을 거둔 것이라고 본다.

시래기는 무의 줄기인 무청을 잘라 햇볕에 바싹 말려 만든다. 김장하고 남은 무청을 모아다가 가지런히 엮어 말려 겨우내 먹었다. 무청 중 제일은 시래기무에서 난 무청이다. 일반 무보다 뿌리가 작고 줄기가 연하며 잎이 많은 품종을 통틀어서 시래기무라고 부른다. 최상의 시래기를 얻기 위해 고안한 품종이다. 여름작물을 거둔 밭에 시래기무를 심고 60일 동안 키운 다음 뿌리는 버리고 무청만 잘 다듬어 주렁주렁 매달아서 말리면 된다. 햇볕 아래서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가면 차광막을 친 뒤 그늘에서 서서히 맛이 들게 기다린 뒤 활용한다.

질 좋은 시래기를 고르고 싶으면 줄기 두께를 잘 살펴보면 된다. 오동통 실하게 살이 오른 것이 연하고 맛 좋다. 말린 시래기를 뜨거운 물에 푹 삶고 그 물이 식을 때까지 반나절 이상 물속에 그대로 두고 불려 조금의 뻣뻣함도 없어질 때까지 그대로 둬야 한다. 또 더욱 식감을 좋게 하고 싶다면 겉껍질을 벗겨내 사용하면 된다.

시래기와 함께 뜨끈한 국물 요리에 들어가 맛을 더해주는 재료가 바로 우거지다. 주로 배춧잎을 많이 활용한다. 생배추는 상하기 전 먹을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지만, 냉동 보관한 우거지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집에서 우거지를 만들려면 배추 겉잎을 찬물로 꼼꼼히 씻는 것부터 해야 한다. 냄비에 줄기 부분이 먼저 잠기도록 넣은 후 물이 끓기 시작하면 눌러 잎 부분까지 푹 잠기도록 삶는데 잎을 삶는 물에 소금을 약간 풀면 간이 밸 뿐 아니라 초록색이 더 선명해진다. 삶은 우거지에 일어난 하얀 껍질을 손으로 죽 당겨 벗겨내면 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삶아낸 우거지를 야외에 걸어 이틀 정도 말려 사용하기도 한다.

어쨌든 알맹이만 귀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시래기와 우거지가 가진 의미는 특별하다. 버려질 뻔한 무청과 배추 겉잎은 시래기와 우거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식탁을 빛내기에 더욱 그렇다. 그 자체로 영양과 맛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이고 다른 재료와 함께하면 풍미를 더 하는 멋진 조연이 돼 주연만 주목하는 불공정한 세상에 일침을 놓는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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