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새해엔 해피 미니멀 라이프
2026년 01월 04일(일) 16:35

생활의 중심이 단순해지면 하루의 리듬도 가벼워진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늘 정리를 이야기한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고, 마음도 한 번쯤 가볍게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리’는 단순한 계절 행사나 집안일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삶의 태도로 확장되고 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애쓰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하며 살아가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오늘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내일의 삶을 지치지 않게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려는 이유다.

집을 둘러보다가 문득 숨이 막힌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별히 어질러 놓은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진다. 물건은 늘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당장 버릴 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공간은 여전히 가득 차 있는 기분이다. ‘우리집도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해볼 수 있을까.’ 마음 깊숙이 숨겨두었던 미니멀한 삶에 대한 워너(wanna)가 조용히 깨어나는 순간이다.

집이 어지럽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꼭 물건이 흩어져 있을 때만은 아니다. 바닥에 먼지가 없고 식탁 위가 비교적 정돈돼 있어도 마음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특별히 묵직한 뭔가를 산 게 아닌데도 물건이 계속 늘어난 것 같고 집은 그대로인데 공간이 줄어든 것 같다. 더 많이 가지지 않았는데도 피로한 삶, 정리를 해도 개운하지 않은 일상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미니멀 라이프가 다시 하나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요즘의 미니멀 라이프는 과거처럼 극단적인 비움이나 버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텅 빈 집을 목표로 하기 보다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맞는 ‘삶의 크기’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무엇을 줄일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자리가 정해진 물건은 돌아갈 곳을 안다. 정리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조희진씨 제공>
◇‘You Only Need One’ 정말 필요한가 질문 필요

한때 유행하던 ‘YOLO(You Only Live Once)’는 지금을 즐기기 위한 소비를 정당화하는 언어였다. 여행, 취미, 경험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는 태도는 멋진 삶처럼 보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부터 YOLO의 소비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고정 지출은 늘고, 주거 비용은 상승했고, 집 안에는 물건이 쌓이면서 집이 좁아졌다. 즐기기 위해 산 것들이 오히려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이때 등장한 흐름이 ‘YONO(You Only Need One)’다. 하나면 충분하다는 이 말은 단순히 절약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한 번 더 던지게 한다. 많이 갖는 대신 오래 쓰고 잘 쓰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는 제안이다.

한국정리수납협회 소속 강사로 활동하며 정리수납 전문 업체 ‘원데이 정리수납’을 창업한 조희진 대표는 이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정리’하면 무조건 버리는 걸 떠올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이걸 왜 샀을까’를 더 많이 고민해요.”

조 대표는 정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물건이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새 상품이라는 점을 자주 언급한다. 홈쇼핑에서 세트로 구매한 옷,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포장도 뜯지 않은 생활용품들이다. “버리지 못해서 쌓인 물건이라기보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들인 물건들이죠.”

‘YONO’는 특정 세대의 유행이 아니다. MZ세대의 소비 키워드로 주목받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30~40대는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60대는 체력과 생활 반경을 고려해 소비 기준을 바꾼다. ‘더 많이’보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미니멀 라이프는 유행을 따라가는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라 지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현실적인 해법이 되고 있다.

홍채읍 씨 가정의 깔끔한 거실 공간. 여백이 생긴 공간은 관리가 쉬워진다. <홍채읍 씨 제공>
◇집은 그대로인데, 물건은 계속 늘어난다(?)

미니멀 라이프가 요즘 들어 다시 이야기 되는 배경에는 생활 환경의 변화가 있다. 집의 크기나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 들어오는 물건의 종류와 기능은 꾸준히 늘어났다. 조희진 대표는 10년 전과 지금의 거실을 비교한다.

“과거에는 소파와 TV, 에어컨 정도면 충분했던 거실이라는 공간에 이제는 공기청정기, 제습기, 안마기 같은 가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어요. 미세먼지와 습도 변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있으면 편한 물건’이 ‘없으면 불편한 물건’이 되면서 하나둘씩 집 안으로 들어온 거죠.”

개인 취미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베이킹 도구, 운동 기구, 낚시와 자전거 장비처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물건들이 생활공간으로 들어왔다. 문제는 집이 이 변화를 감당할 만큼 넓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본 가구와 수납 구조는 그대로인데 물건만 늘어나면서 공간은 점점 답답해졌다.

1인가구의 증가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1인가구라고 해서 물건이 적은 것은 아니다. 주방, 욕실, 옷방, 생활용품까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은 동일하다. 다만 공간이 좁고 동선이 짧다 보니 ‘지금의 생활과 맞지 않는 물건’이 더 빨리 눈에 띈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에서는 미니멀 라이프가 선택이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다. 비우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보이는 물건과 불필요한 도구를 줄인 미니멀 주방. <홍채읍씨 제공>
◇“미니멀은 결심이 아니라 습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늘 정돈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광주 남구에서 살고 있는 홍채읍 씨가 그런 경우다. 홍씨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식탁 위에는 늘 티슈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바닥에 물건이 흩어져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냥 습관이에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어요.”

홍씨는 외출하기 전 집을 한 번 정리하고 나간다. 급하지 않은 이상 그대로 나가지 않는다. “돌아왔을 때 어지러운 집을 보면 그때부터 또 정리해야 할 것 같잖아요. 집은 쉬려고 들어오는 곳인데, 일거리가 보이면 싫어요.” 그에게 정리는 노동이 아니라 다음 시간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준비다.

그의 집에는 ‘제자리’가 분명하다. 겉옷은 겉옷 바구니, 수건은 수건 바구니, 양말도 따로 바구니에 들어간다. 빨래 바구니만 여섯 개다. 밖에서 활동이 많은 남편의 옷은 따로 분리돼 있다. 특별한 교육의 결과가 아닌 처음부터 “그냥 다 그렇게” 해 왔을 뿐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마지막에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리하라고 잔소리하기보다 돌아갈 자리가 분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도 또렷하다. 그는 설거지를 남기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 모임이 있어 술을 마신 날에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서 설거지가 남아 있는 걸 보는 게 싫어요. 그 심란함을 안 느끼고 싶어서요.” 그에게 정리는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의식에 가깝다.

정돈된 옷장은 아침을 단순하게 만든다. <조희진 씨 제공>
이같은 습관은 소비에서도 드러난다.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그는 오래 고민한다. 남편이 “또 2년 고민하겠네”라고 말할 정도다. 옷을 사러 갔다가 계산대 앞에서 되돌아 본래 자리에 내려놓고 나온 적도 적지 않다. “지금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확신이 없으면 사지 않는다.

최근 구입한 이동식 모니터 역시 몇 년을 고민한 끝에 들인 물건이다. “사고 나니까 만족도가 높아요. 잘 쓰고 있고요.” 홍씨는 자신이 미니멀 라이프를 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불편하지 않게 살고 싶었고 그 기준이 쌓여 지금의 생활이 됐다.

조희진 대표는 이런 사례를 두고 “정리는 기술이 아니라 생활 습관”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를 결심하지만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습관이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건을 썼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아주 작은 행동들이 반복될 때 집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정리는 단기간에, 한번에 끝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활의 기본값을 바꾸는 일이라는게 조 대표가 늘상 강조하는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덜 가지는 삶을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다. 내 공간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고 그것을 잘 쓰고, 필요해질 때까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들이는 삶이다.

새해를 맞이하거나 새학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다시 비우기를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버렸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기로 선택했느냐다. 미니멀 라이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삶을 가볍게 만들기보다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잃지 않는다면 당신의 미니멀 라이프도 충분히 의미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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