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부터 22년 동안 환경·기후 운동을 펼쳐 온 이유진(46)씨가 제16회 들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들불상은 1970년대 말 노동운동을 하며 5·18 민주화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들불야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신영일·윤상원·박용준·김영철·박효선·박관현·박기순씨 등 들불야학 출신 열사 7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인권·평등·평화 발전에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주어진다.

이씨는 환경운동가로서 들불상을 수상해 눈길을 끈다. 심사위는 시대적 과제인 기후 위기가 우리 생명과 삶을 넘어 인권, 불평등까지 심화시킨다고 보고, 이에 대응하는 운동을 해온 것이 대동세상을 꿈꾸며 민주화의 주춧돌을 놓은 들불열사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기후 위기는 인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기상재난·이변이 발생하면 농민과 노동자들, 냉·난방 설비가 없는 이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반대로 에너지전환을 앞당기면 당장 화력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부터 사라진다”며 “이같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대책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후위기 속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더 늦기 전에 환경 개선을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현행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되면, 20~30년 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한다는 것. 이 경우 습구온도(상대습도 100%일 때의 온도)가 인간 생존 한계온도인 35도를 넘어서게 된다.

“기후 위기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보니 심각성을 알리기도 힘들다. 개인적 실천을 넘어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큰 변화기도 하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인프라, 정책 등이 뒷받침되도록 모든 시민들이 함께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999년 미군기지 철수에 따른 환경문제를 접하고 녹색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자체, 마을공동체 등을 기반으로 광주·서울·경남 등에서 에너지자립마을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탰으며 제도 변화를 위한 정책 제언, 교육, 환경 운동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별보좌관,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광주시 그린뉴딜 총괄 정책자문 등을 맡고 있다.

이씨는 “광주시가 선언했듯, 2045년이 되기 전 탄소중립 사회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나아가 기후대응 충격이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깨끗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