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리도 기후정의 위해 연대”
2024년 09월 25일(수) 13:00
광주·전남 지역민 113명, 기후정의행진 참가
기후·여성 인권·노동 등 다양한 이슈 논의

지난 7일 강남역 일대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광주·전남·북 시도민의 모습 <손상용 노동광장 위원 제공>

올여름 광주·전남의 온열질환자가 400명을 넘겼다.

지난 8월 13일에는 전남도교육청의 발주를 받아 장성군 남면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삼성에어컨을 설치하던 故 양준혁 청년 노동자(27)가 숨졌다.

‘기후’가 중요한 키워드가 되면서 최근 강남역 일대에서는 907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다. 광주·전남 시도민들도 기후재난의 부정의를 말하고자 행사에 참가했다.

광주시청에서 출발한 113명의 시도민은 버스 3대에 나눠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특히, 2호차 버스에는 각화중 학생들과 전남대 대학생 등 청년들이 다수 탑승한 모습이었다.

착시효과 모형 만들기 부스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강남역에 도착한 시도민들은 피켓 만들기, 자전거 꾸미기 등 여러 부스에 참여하며 기후 문제와 환경에 관해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피켓 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이가온 학생(각화중학교 2년)은 “가슴에 재활용 마크가 달린 로봇을 만들었던 활동이 재밌었다”며 “로봇이 멋지니까 사람들이 많이 구경하면서 재활용하겠다는 마음도 가질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몇몇 학생들은 기후 문제를 밝히는 간이행진에 참여했다.

송다은 학생(고산초등학교 5년)은 “피리를 불면서 간이 행진할 수 있어 재밌었다. 나중에 또 행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대다수는 기후정의를 외치는 현장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행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시도민들 각자가 만든 슬로건이 적힌 피켓이었다. 각화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각화중 도덕교사 박승철(43) 씨는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지금 당장 기후정의’라는 말을 적었다며 웃어 보였다.

박 씨는 “기후정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을 얻으면 좋겠다”고 행사에 참여한 의도를 밝혔다.

한편, 대학생 참가자인 유태현(전남대학교 3년) 씨는 ‘연대’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유 씨는 “3명이 하는 것보다 100명이 함께 하는 게 변화가 빠르다”며 “이 행사에서는 기후 말고도 여러 개의 의제를 제시할 수 있어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본 집회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그 후에는 본 집회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함께 ‘기후재난 못 살겠다. 안전한 삶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기후정의송을 불렀다.

집회에서는 농민·송전탑 건설 지역주민·청소년기후행동 회원 등 여러 참가자가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에서 나아가 ‘전쟁, 4대강 사업 등 환경 파괴 정부사업, 그린 워싱’과 같이 다양한 이슈들을 언급했다.

특히, 이번 행진에서 강조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발전HPS 지부 노동자 박규석 씨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그는 “노동자들이 탈핵·탈석탄으로 인한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이끌고, 관련 업종에서 일했던 분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의미를 밝혔다.

강남 일대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역삼역(구글코리아), 선릉역(쿠팡 로켓연구소), 포스코사거리(포스코센터)를 거쳐 삼성역까지 행 진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든 채였다.

이번 행사는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자본 기업들이 모여있는 강남에서 열린 만큼, 각 기업 건물이 행진 거점이 되었다.

행진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 기업 건물에 ‘과도한 환경 파괴 사업 중단하라’와 같은 전단을 붙이는 퍼포먼스도 행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은정 광주환경운동연합 조직홍보국장은 “기후재난과 온열질환에 시달리는 전라도 상황을 얘기하고 싶다”며 “환경운동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삶의 잘못된 시스템을 이야기할 기회”라며 행사를 조직한 계기를 밝혔다.

또, “농촌이 다수 분포해 있는 전라도 특성상, 폭염 안내원같이 기후재난에 관련된 직업을 두어야 한다는 제안을 광주 시민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글·사진=남진희 대학생 기자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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