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등 어린이들 사이에서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각종 제품이 쏟아져 광주·전남 학부모들의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100개에 달하는데다 가격대가 높은 ‘굿즈’(Goods) 종류도 매일같이 발매되는 탓에 ‘파산핑’(파산+티니핑), ‘등골핑’(등골+티니핑)이라 불릴 정도다.

고물가에 생활비가 부담이 높지만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얄팍한 상술인줄 알면서도 지갑을 열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호소다.

캐치! 티니핑은 지난 2020년부터 시즌을 거듭하며 방영되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지난 4월까지 시즌 4가 방영됐다.

귀엽고 알록달록한 색의 특징적인 캐릭터 때문에 ‘제2의 뽀로로’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고 2030 성인들도 굿즈를 구입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관객 111만명을 기록했고 티니핑을 주제로 한 뮤지컬 ‘두근두근 싱어롱 콘서트!’도 전국 순회공연을 다닐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티니핑 애니메이션의 시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캐릭터가 줄잡아 100여개에 달한다.

부모들은 새 캐릭터가 나올때마다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시달린다. 캐릭터 당 제품 하나 가격은 과하게 비싸진 않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추가로 나와 아이들이 추가로 구매하려하는 탓에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캐릭터만큼 장난감의 종류도 다양화 되고 있어 부모들은 “굿즈별로 다 모으다가 파산하겠다”고 푸념한다.

24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남구 봉선동의 한 대형마트 장난감 매대에는 티니핑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티니핑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 메이커, 꽃다발, 무대세트, 집 만들기 등 품목도 다양했다. 가격은 9900원에서 7만3900원까지 이뤄져 있었고, 인형은 2만~3만원대다.

이날도 티니핑 장난감은 동이 나 직원이 메인 매대에 ‘하츄핑 냉장고’, ‘사랑의 하츄핑 하우스’ 티니핑 시리즈 장난감을 가득 채워넣고 있었다.

광주시 광산구의 한 대형 장난감 할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티니핑 시즌 5를 앞두고 티니핑 장난감을 사 모으는 자녀들이 꾸준히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판매가 주를 이뤄 오프라인 구매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달 30개씩 꾸준히 판매될만큼 인기가 좋다고 할인점 관계자는 설명했다.

티니핑 시리즈는 대형프랜차이즈들과 콜라보(커피업체, 햄버거 업체 등)를 진행해 최근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어 부모들의 부담감은 더해지고 있다.

광주지역 맘카페 학부모들은 “갖다 붙이기만 하면 모두 핑이냐”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장난감의 퀄리티도 좋지 않아 쉽게 부서진다는 불평도 있다.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에서 딸을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주말이면 ‘사랑의 하츄핑’ 영화를 보고 점심으로 햄버거업체에서 티니핑 관련 세트를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굿즈를 구매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광주시 북구 양산동에 사는 원모씨의 집에 250여만원 상당의 티니핑 인형과 피규어가 놓여 있다. <독자제공>

광주시 북구 양산동에 사는 원모(42)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에 하나 둘 모으다보니 250만원이나 썼다”고 토로했다. 하나씩 사주다보니 어느새 100개가 넘는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이 원씨의 설명이다.

또 학부모들은 티니핑 뮤지컬을 보기 위해 열띤 티켓팅을 하기도 했다. 맨 앞자리를 예매하기 위해선 예매창이 열리는 때를 기다려 이른바 ‘티켓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부모들은 시즌 5가 나올 때 추가로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시즌 5에는 최대한 사주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아이를 현혹하는 캐릭터가 쏟아져 나올 게 뻔하다”며 “상술인줄 알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거부하기는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