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스파이크 - 양태영 태영21병원 내과원장, 대한당뇨병학회 부회장
2024년 09월 25일(수) 19:15
혈당 스파이크(Glucose spike), 당뇨병을 전공하고 있는 의사들도 생소한 말이다. 아직 학술적으로는 명확한 정의가 없는데, 연속혈당측정기에서 보이는 현상을 직관적으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혈당스파이크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당뇨병을 포함한 성인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합병증을 더 빨리, 더 심하게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그 외 단기적으로 수면장애, 편두통,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치매, 우울증 등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식후 혈당이 불쑥 올라갔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식전에 비해 식후 혈당 최고점이 30~40 mg/dL이상 차이가 나면서, 다시 공복 수준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라(정상은 4시간에 걸쳐 서서히 떨어짐) 1시간 이내에 급격히 떨어지고 심지어 저혈당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그동안 일반 혈당측정기로 측정하면 혈당변화의 전체 모습을 보기 어려워서 그냥 식후 고혈당이라고 불렀지만 연속혈당측정기가 보편화되면서 알게 된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포도당을 마신 후 2시간 혈당증가폭을 100이라고 했을 때, 다른 특정한 음식(예, 빵, 수박, 현미, 라면)을 먹고 난 후 혈당이 어느 정도 올라가는지를 상대적으로 표시한 값을 당지수라고 한다. 많은 포도당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당을 지방으로 만들 수 있는 인슐린이 과잉 생성돼 포도당 수치가 줄어 음식물 섭취 전 수치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이미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먹었는데도 허기가 느껴져서 충동적으로 과식하게 된다. 또 식후 혈당 급상승(혈당스파이크)은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및 기타 대사이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당지수를 고려한 식사요법이 추천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당지수에 집착하다 보면 음식섭취를 골고루 못하게 된다. 또한 사람마다 당지수가 다르기도 해서 당지수가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혈당스파이크가 오고 어떤 사람은 혈당변화가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개인차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인차를 본인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과거에 손가락에 찍어서 혈당을 봤던 것과 달리 실시간으로 24시간 연속 혈당을 잴 수 있는 연속혈당기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음식에 의한 혈당변화(혈당스파이크를 포함해서)뿐만 아니라 운동 종류에 따른 혈당 변화 등도 실시간 체크할 수 있으니 개개 특성에 맞는 적절한 음식과 운동을 본인이 알 수 있다. 즉, 전체적인 혈당 흐름을 실시간으로 간단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5~10분 간격으로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서 몇시간 후에 정상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라면을 먹으면 혈당이 많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은 라면 먹고는 올라가지 않은 반면, 당지수가 비교적 낮은 현미밥이라 하더라도 많이 급하게 먹으면 혈당스파이크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운동을 40분 정도 했을 때는 혈당이 50정도(어떤 사람은 100) 떨어지다가 그 이상 운동을 하면 오히려 혈당이 더 올라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제 이러한 개별화된 혈당의 변화를 스스로 파악하면서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요약하면 개별화, 맞춤형으로 음식이나 운동에 대한 본인의 혈당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혈당스파이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탄수화물을 피하고 기본적으로 본인에 맞는 당지수를 고려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즉 음식을 먹은 후 혈당치를 보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고 나에게 맞는 음식으로 나만의 맞춤 식이요법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또한 식사할 때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으면 급격한 혈당상승을 억제할 수 있으며, 천천히 식사하고 식사 후 가볍게 걷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또 다른 건강한 식사요령은 첫 번째, 재료를 알 수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는 가공 식품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둘째는 색깔이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라면만 하더라도 그 라면만 끓이면 색깔이 그냥 갈색이지만, 거기에 파 송송 계란 탁 하면 색깔이 다 갖춰지고 컬러풀하게 골고루 먹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흰밥보단 잡곡밥이 좋다는 의미이다. 쉽지 않다. 매 식사마다 이렇게 먹을 순 없다. 그래도 노력해야 자연스럽게 좋은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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