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농사는 정말 하늘이 알아서 하는 것일까?
2024년 09월 23일(월) 07:00
작황이 중요하지 않은 세상…지속 가능한 농업 여건 마련이 우선

벼멸구 피해를 받은 벼.

농사를 짓다 보면 작황이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태풍과 가뭄 등 자연재해에 농사를 망칠 수 있고, 병해충이 극성을 부려 제대로 된 결실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어서다. 결국 ‘농사는 하늘이 알아서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첨단기술 시대에는 이런 말이 통용되지 않는듯싶다.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농사법이 이미 충분하게 개발돼 활용되고 있고, 우리 주식인 쌀처럼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규칙이 깨진 작물이 여럿 생겨나 작물의 잘되고 못된 정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한데 요사이 일련의 사례를 보면 농사의 원리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구나 하는 색각이 들 때가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상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면서 폭염과 강우 등으로 농작물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국제교역이 확대되면서 병해충 문제를 전 세계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벼멸구 사태만 봐도 그렇다. 벼 수확기를 앞두고 기록적인 폭염으로 고온 현상이 지속하면서 전국적으로 벼멸구가 확산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난데없는 집중호우까지 덥치면서 풍작을 위협할 변고가 발생한 것인데, 농민들은 최근 쌀값 폭락에다 벼멸구까지 겹쳐 생계가 위태롭다고 호소하고 있다.

벼멸구는 벼를 숙주식물로 하는 해충으로, 6~7월 중국에서 유입돼 벼 포기 아래에 서식하다 벼 출수 이후(8~9월) 볏대의 즙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이 때문에 볏대가 노랗게 타들어 가다 쓰러지는데, 심하면 벼가 고사한다. 또 멸구의 배설물 때문에 그을음병도 생겨 누렇게 변색한다.

사실 우리 농경지에는 풍작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병과 충(벌레), 특히 해충이 천지다. 앞서 말한 멸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충이 발생해 농작물 수확량과 품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 논에는 벼멸구, 흰등멸구 등 멸구류와 이화명나방, 혹명나방 등의 나방류, 먹노린재와 벼물바구미 등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밭은 산이나 잡초가 무성한 초지와 인접하기 때문에 논과는 다른 해충이 득실거린다. 월동하는 보리, 밀 등은 추위로 인해 충해가 거의 없는 반면, 옥수수와 수수, 콩 등이 자라는 여름은 해충의 최성기로 이 시기에는 볏과에 속하는 식물은 모두 먹어 치우는 멸강나방, 조명나방 등과 노린재류가 가장 무서운 적이다. 콩밭에는 노린재류, 옥수수밭에는 나방류 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여기에 채소가 자라는 하우스나 과수가 자라는 과수원에도 다양한 해충이 발생하고 있다. 농경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진딧물은 어린잎, 꽃봉오리 등 약한 부위에 마치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어 즙을 빨아 먹는 곤충으로 엄청난 숫자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시설이나 노지를 가리지 않고 작물 종류에 상관없이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파밤나방, 담배거세미나방, 도둑나방 등 나방류 애벌레들은 농업인들에게 고민을 주고 있다. 외국에서 유입된 총채벌레와 온실가루이는 시설 재배지에 크게 확산하고 있으며, 과수와 꽃에도 다양한 해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니 이 해충들을 다 어떡하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농약 개발 등 해충 방제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잡지 못하는 해충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충 방제를 위해선 농약을 써 왔는데, 최근에는 해충만 박멸하고 원 작물이나 다른 식물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환경친화적 농약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농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천적을 이용하는 생물적 방제 기술이 조명받고 있는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겠다. 친환경 농업의 핵심 실행 수단으로 떠오르는 천적 활용 방제에 관한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igkim@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