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농민들 “배추 납품 대금 10억 못 받았다”
2026년 01월 25일(일) 19:35
경찰, 농업회사법인 내사 착수
해남의 배추·절임배추 농민들이 특정 유통업체로부터 10억원에 달하는 배추 거래 대금을 못 받았다고 호소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25일 해남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농민들에게 배추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농업회사 법인 A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해남 지역 10여명의 농가들이 지난해 11~12월 A사에 배추, 절임배추 등을 납품했다가 대금을 못 받은 사건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A사가 대금 일부만 지급한 뒤 나머지를 미루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사기가 아닌 단순 채무불이행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 피해자들 주장이다.

A사는 농가와 농산물 가공·유통업체 등 거래처를 연결해주는 중간 거래상(브로커)으로, 농민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벤더’로 불리는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해당 법인에 시가 9억 5000만원 상당의 배추를 납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g당 700원 기준으로 1357t규모, 절임배추로만 보면 20kg기준 3만여 상자 규모다.

피해자들은 지난 6일부터 해남군 일대에 ‘절임배추, 배추를 납품하고 피해를 본 분들 연락주세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해남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박례용(54)씨는 “지난해 해당 법인을 통해 배추를 거래했는데 돈을 아직까지도 주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억 2000만원 중 처음에는 4000만원만 주고 잠적하더니, 현수막이 걸리고 나서도 2000만원만을 보내주는 데 그쳤다. 이제는 아예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은 “예전처럼 농가가 소규모로 직접 주문받아 처리하는 방식은 거의 사라졌고, 농가와 절임배추 공장, 절임배추 가공업자와 마트 등 대형 거래처 사이에 제3 업체가 끼는 거래가 늘었다”며 “납품을 받아가면서도 그간 쌓인 신뢰를 내세워 내년에 주겠다고 계속 미루다가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이 피해를 봐도 고소·고발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 등 공공이 아니라 유통 질서를 정리하고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추가 피해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과거부터 유사한 ‘대금 떼먹기’ 사례가 반복돼 왔다는 점을 토대로 피해호소 인원과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남뿐 아니라 무안 양파 등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양상이 확인된 바 있다.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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