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은 정상 배. 뒷줄은 A사 봉지에서 출하된 검은 반점 및 얼룩진 배.

나주배원예농협(이하 원협)에서 지정한 수출용 배 봉지가 농가들의 한 해 농사를 망쳐 말썽이다.특히 조합원들이 오래전부터 A사 제품에 대해 하자를 호소해 왔지만 원협은 오히려 수출용 배 봉지로 지정해 주고 권장해 오다 올해 농가에 큰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다.

조합원들은 “6~7년 전부터 A사 제품이 비가 오면 젖어서 찢어지고, 일부 봉지는 약품이 과다하게 묻어 배 싸기를 하면 봄부터 배에 큰 반점이 생기기 시작해 출하기가 다가오면 검은색으로 변한다”는 민원을 제기해 왔다.

나주배 농가가 올해 원협을 통해 구매한 A사의 배 봉지는 19 농가에서 ‘130호 봉지’ 64만2400매, 312농가에서 ‘129호 봉지’ 1268만9500매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30호 봉지의 경우 봄에 봉지를 싸는 과정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 작업 인부들이 두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또 문제의 봉지를 사용한 배는 배 싸기를 한지 1주일이 지나자 배가 검게 변하는 과피 괴사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130호 제품 중 약품이 과다하게 묻어 공장 한쪽에 쌓아둔 제품이 원협에 납품과정에서 잘못 반출됐다”며 “생산물보장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문제없이 보험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29호 봉지를 사용한 312 농가 중 130호 봉지 피해와 같은 증상으로 농사를 망친 농가들은 원협과 A사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원협과 A사가 130호 봉지로 피해를 본 일부 농가와 쉬쉬하며 암암리에 보상 협상을 진행하고 다수의 129호 피해농가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천면 원곡리에서 배 과수원을 하는 송대웅씨는 “올해 수출용 배 생산을 위해서 A사에 129호를 사용했는데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다른 농가의 피해도 취합하고 있는데 130호 봉지 피해보다 129호 봉지 피해 농가가 훨씬 많은데도 A사와 원협은 손을 놓은 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합원 K씨는 “그동안 배에 검은 반점이 생기면 봉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농약을 잘못했나 자책해 왔다”며 “올해는 시험 삼아 같은 나무 가지에 일부는 A사 129호 봉지를, 나머지 가지에는 B사 봉지를 쌌는데 B사는 정상적인 배가 나왔고, A사 봉지로 싼 가지에는 배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사는 봉지 피해 호소를 농가에 탓으로 돌리고,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여야 할 원협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김현례 나주배원예농협 전무는 피해조사 및 보상과 관련해 “농가들이 배 봉지로 피해를 보았다는 것은 돌아다니는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