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뒤에 숨어 정국 혼란·국민 분열 키우는 尹
2025년 01월 05일(일) 20:00
공수처 체포 영장 집행 대치 한남동 관저 찬반 집회 긴장 고조
野 체포 재집행 촉구·與 장외집회 검토…정치권 분열도 커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대통령 체포 및 탄핵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에 불응하면서 정국 혼란과 국민 갈등만 커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법원 체포영장 집행 불응 행위는 대한민국의 사법부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2021년 한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국민 앞에 숨지도 않겠다”고 큰소리 쳤던 윤 대통령이 법원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면서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12·3 비상 계엄’ 배경으로 밝혔던 입법부 부정에 이어 사법부마저 부정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을 꿈꿨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대통령 사저 진입을 막은 경호처와 물리적 마찰을 빚은 데 이어 ‘발포’ 우려도 커지는 등 국정 혼란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점차 리스크 대상국으로 여기고 외국인 관광객도 발길을 끊는 등 전 국민을 향한 ‘계엄·탄핵 청구서’가 구체화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대통령 체포, 국민 분열만 가중=새해 첫 주말인 4일과 휴일이었던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선 내란 혐의로 수사받는 윤 대통령 체포를 놓고 대규모 찬반 집회가 열렸다.광화문에서 열린 탄핵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한남동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탄핵 찬반 진영 간 긴장도 고조됐다.

간밤에 내린 눈 속에서도 국민들은 보온 비닐을 뒤집어 쓰고, 야영을 하는 등 각자의 주장을 펴기 위해 엄동설한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5일 오전 10시께 관저 인근 일신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에 체포영장 재집행을 촉구했다.비상행동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2박 3일간 관저 인근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비상행동은 지난 4일 오후 4시부터,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1시부터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국본은 오후 4시 30분께에는 집회 장소를 광화문에서 한남동으로 옮겼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민주노총과 촛불행동이 각각 한남초와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계속이어갔다.앞서 공수처와 경찰, 경호처가 물리적 충돌을 한 것 처럼 국민들 간 ‘진영 간 갈등’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여야 대결과 갈등으로 치달아=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과 체포에 당력을 모으고 있고, 국민의힘은 야당과 공수처 규탄 장외집회 개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국민의 갈등과 불안은 더욱 커질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극복·국정안정 특별위원회’와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 등 당내 기구를 필두로 계엄 사태의 진상을 알리는 여론전을 펴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로 압박을 이어갈 방침이다. 원내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이 끝날 때까지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자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한 국회 파견단에도 불참한다.

야권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대통령 경호처의 저항으로 불발된 것과 관련, 박종준 경호처장 처벌과 신속한 영장 재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장을 당장 직위 해제하고 특수공무집행 방해, 범인은닉, 직권남용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운영위·법사위·행안위원 합동 비상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한 경호처 해체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힘겨루기’에 나선다. 당 지도부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나 광화문 광장 등에서 집회 중인 보수단체들과 연대하는 형태가 아닌,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이 따로 모여 집회를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선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한 것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을 비판하면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스스로 불러 온 분열=이 같은 여야와 국민의 갈등을 윤 대통령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저 인근의 탄핵 반대 집회 관계자에게 “나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편지를 보내고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보고 있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집회 규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추진하는 쪽과 이를 방어하는 대리인들의 각기 다른 법정 공방도 찬반 진영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