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상영했던 드라마 ‘기억’에서 주인공의 아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교실 내 절도 사건마저 누명을 당하는 등 억울한 사건들이 계속되는 것을 보았다. 부모님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통받는 상황을 보면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으로 형언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학교 폭력이란 무엇인가?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공갈, 강요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 및 일선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지금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학교폭력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제각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수많은 학생들을 몇 안 되는 교사들이 관리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의 학교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 언어 폭력 34.1%, 2위 집단 따돌림 16.6%, 3위 스토킹 12.3%, 4위 신체 폭행 11.7%, 5위 사이버 괴롭힘 9.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체 폭력에 비해 언어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이 높은 순위로 나타난 것은 적잖은 충격이다. 이런 문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더 큰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 폭력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교사의 평소 관심이 중요하다. 교사가 초기에 이를 발견하고 현명하게 판단하여 대응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그 사건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고의성 여부의 판단이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학교 폭력은 경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악감정을 바탕으로 고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심각한 것이다. 둘째, 지속성 여부이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일어난 것인지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왔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일정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힘의 균형을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덩치가 큰 학생이 덩치가 작은 학생을, 다수의 학생이 소수 1∼2명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힘의 불균형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힘의 균형 여부를 파악하여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 학생의 정신적 피해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고려하여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판단해야 한다.

최근 가정의 해체와 더불어 다문화 가정과 한 부모 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학교 폭력의 초기 대응부터 대처까지 학교와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부모와 가정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미숙한 우리의 자녀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청소년기 자녀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아낌없이 격려하고 자녀의 잘못된 행동은 훈육하되 서로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녀들도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 장래의 꿈과 목표 등에 대해 먼저 부모에게 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하며 부모 또한 평소에 진심으로 살피고 이해해야 한다.

지난 2009년 광주시도 지역 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효율적인 학교 폭력 대응을 위한 예방책으로 ‘광주시 학교 폭력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피해 학생의 보호와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선도를 통해 그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학교 폭력 대책위원회 및 학교폭력 예방 감시단 등을 운영 지원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학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교 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때문에 각 가정의 부모와 학교·교사를 비롯한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청소년과 소통하려는 문화를 형성하고 학교 폭력 예방 인프라 구축 및 확충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