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말부터 급속하게 진행된 세계화는 시장의 세계화와 함께 지방화를 가속화시켰다. 즉, 국가 간 경쟁이 퇴색되는 대신 도시와 지역이 전 세계적 생존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제 도시나 지역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업 활동과 관광, 이주 등 분야에서 매력을 뽐내며 생존을 추구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문화 도시, 경제 도시, 환경 도시, 교육 도시, 정주 도시 등 그 전략도 다양하다.

세계화와 지방화의 동시진행 속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지역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을 정립하고, 지역 주민을 통합하여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실천하는 과정은 통찰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은 지역내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제한 없는 소통과 협의를 통해 주민이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할 책무가 있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마다 많은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혈연과 지연, 학연 등등 온갖 ‘연’을 찾아 짝짓기에 열중하는가 하면, 온·오프라인을 동원,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흩뿌리며 표 모으기에 동분서주한다. 정작 지역주민들은 ‘누구를 왜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대부분은 일상에 바빠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골라야 할 시점이 멀리 있지 않다.

세계화 시대,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리는 지방 정부의 대표자 선택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성장 과정과 도덕성, 정책 능력 등은 이제 더 이상 대충 넘기는 사안이 아니라 선택의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려면 유권자들의 성숙되고 사려깊은 판단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정치를 바꾸고, 지역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지방 정부를 대표하는 자치단체장은 최소한 세 가지 측면의 리더십을 갖춰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세계사적 안목과 혁신 주도력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와 사회, 과학 기술, 문화는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통찰하고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 세계의 지역들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고,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등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며 지역의 성장 비전과 전략을 이끌어낼 미래지향적 안목과 혁신적 마인드가 필수적이다.

둘째, 지역의 비전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지역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활성화하고, 주민의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통과 통합 능력이다. 얼마나 폭넓고 원만하게 지역 사회 다양한 추제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셋째, 중앙 정부와의 협상력이다. 이것은 구태의연할뿐더러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대통령이나 여당 마케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지역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중앙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추진력과 협상력은 리더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골목대장을 뽑는 게임이 아니다.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는 현 세대는 물론 10년 내지 100년 후 미래 세대의 삶의 질까지 결정되는 엄중한 책임 행위이다. 두 달후면 유권자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유권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자. 이제 유권자가 힘을 제대로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