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 사회를 예견한 ‘제3의 물결’의 저자인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그가 생전에 세계를 돌며 강연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합니까”였다고 한다. 항상 준비된 그의 대답은 “미래를 덮고 있는 커튼을 걷어내는 데 가장 커다란 원천은 신문”이라는 것이었다.

포브스지가 세계 억만장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생에서 첫 번째 직업이 신문 배달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도 어린 시절 신문 배달을 했다. 그는 최근 신문이 사양 산업이라는 얘기를 듣고서도 63개의 지역 신문을 거느린 미디어 제너럴을 사들였다. ‘신문은 정보의 보고’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똑똑한 신문은 거뜬히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란 예측이 유력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은 여전히 신문을 사랑한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확산과 영상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이 신문에서 빠르게 이탈하면서 ‘신문의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정보기술(IT)의 첨단을 달리는 한국이 유독 정도가 심하다. 국내 인터넷뉴스 구독률은 종이 신문 구독률을 추월한 지 오래다. 예전에는 “화장실이 있는 한 신문은 영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변기에 앉아서도 태블릿PC를 두드리는 시대다.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 ‘파하드 만주’가 얼마 전 쓴 칼럼 ‘두 달간 종이신문만 봤더니’가 화제다. 그는 두 달간 스마트폰 뉴스 앱을 껐다. 대신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신문 3종과 주간지 하나만 집에서 읽었다. 쉴 새 없이 긴급 속보를 알리던 스마트폰을 끄고 나니 괴물에서 해방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책도 읽고 더 나은 남편과 아버지가 됐다고 썼다.

온라인에선 뉴스 자체보다 논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논평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킨다. 파하드 만주는 종이 신문 읽기는 외롭지만 뉴스와 직접 만나는 기회라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쏟아내는 부정확한 정보 대신, 진짜 뉴스만 가려 전달해주는 게 종이 신문의 미덕이라고도 했다. “수백 명의 전문가가 나를 대신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서 집까지 배달해준다” 며 종이 신문의 효용성을 예찬한다.

신문을 흔히 ‘살아 있는 역사의 기록’ 또는 ‘정보의 백화점’이라고들 말한다. 미국 CIA가 수집하는 정보도 80% 이상이 신문을 통해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신문 산업은 위기에 놓여있다. 인터넷과 영상 문화에 탐닉하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신문 등 인쇄매체가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은 신문 산업의 위기 극복을 국가 과제로 삼아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만 18세가 되면 1년간 무료 신문 구독권을 주고, 벨기에는 국가가 신문을 구매해 학교에 무료로 배부한다. 핀란드는 7∼16세를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 장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신문·방송·잡지·인터넷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그룹으로의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등 국가별로 다양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매일 뉴스와 논평을 전하는 신문은 균형 잡힌 비판 의식을 키우고 사고의 자율성을 향상시킨다. 신문은 읽기 문화 확산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정평이 나 있다.

신문은 잘 차려진 밥상이라고도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면은 밥과 김치, 된장찌개이다. 특집은 특별메뉴 삼겹살, 기획은 계절나물 무침과 장아찌, 어린이 지면은 메추리알 장조림 같다. 밥상만 받고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기울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바로잡고 민족을 일깨우기 위해 출발한 신문들이 대한민국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현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신문, 앞으로도 신문이 그런 역할을 계속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