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규(拓跋珪, 371-409)는 중국 오호 십육국시대 북위를 세운 황제다. 전진의 부견이 383년 비수대전에서 대패한 후 죽자 하북의 혼란을 평정하고 북위를 세웠다. 말년에 폭정으로 아들에게 살해되었다.

그는 선비족 출신으로 대왕(代王) 탁발십인건의 손자다. 부친은 탁발식 모친은 하란부 출신 하씨 부인이다. 376년 전진의 부견은 대나라를 공격해 멸망시켰다. 그와 모친은 촉땅으로 유배되었다. 비수대전 이후 일족인 유현이 대왕으로 즉위하자 정적인 그를 죽이려 하였다. 이에 모친과 함께 모친의 친가인 하란부로 망명했다. 386년 주변 부족 수령들의 추대로 위왕이 되고 국호를 북위로 바꾸었다. 내몽고 호화호특 남방에 해당하는 성락에 도읍을 정했다. 유현이 그의 숙부인 굴돌과 연합해 그의 세력을 와해시키려 했다. 이에 후연의 모용수에게 도움을 청해 유현을 공격했다. 선비족내 독고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모용수와 연합해 대승을 거두었다. 이후 오르도스 일대서 흉노계 부족을 평정해 대량의 인구와 가축을 획득했고 수도 성락 주변에 농경을 실시해 국력을 강화했다. 중국 북방 흥안령산맥에서 출발한 선비계 탁발부가 북중국의 유력한 왕조가 된 것이다.

긴밀했던 북위와 후연의 동맹관계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북위의 부상에 위기의식을 가진 후연의 모용수는 탁발규의 아우 탁발고를 억류하고 말을 진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자 탁발고는 살해되고 양국은 적대관계가 되었다. 385년 후연을 배반하자 모용수가 태자 모용보로 하여금 8만 군대를 거느리고 위를 공격했다. 그가 군대를 풀어 공격하니 연의 병사 중 죽은 자가 만을 넘었다. 태자 모용보 등은 말을 타고 도망가 간신히 죽음을 면했다. 386년 태자 모용보가 새로 즉위하자 후연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397년 수도 중산을 포위하니 중산에서는 기근이 심해졌다. 모용린을 의대에서 대파하고 중산을 점령했다. 황하 입구의 여러 지방을 확보했다. 398년 도읍을 평성으로 옮기고 이듬해 황제에 취임하니 도무제다.

황제에 즉위한 후 연호를 천흥으로 고치고 한족 대신 최굉의 건의에 따라 모두 상투를 틀고 관모를 쓰게 했다. 한족의 풍습을 채용한 것이다. 국가를 진흥코자 지식인을 널리 받아들였다. 오경박사를 두고 국자학과 태학을 키우니 학생이 3천명이나 되었다. 정복 지역의 주민 10만명을 평성으로 이주시키고 토지를 분배했다. 이를 통해 국가재정의 기초를 튼튼히 하였다. 궁전과 종묘를 짓고 통일된 도량형을 도입해 행정체계를 정비했다. 중산, 업 등 요지에 행대(行臺)를 설치해 점령지 행정의 기초를 다졌다. 이에 새 왕조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북위 왕조는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널리 보급된 불교를 적극 보호하였다. 당시 하북은 불교가 널리 전파되었고 유력한 승려가 수백명의 신도를 거느린데다 일부 호족은 일족과 함께 불교에 귀의했다. 이에 따라 불심을 잡는 것이 민심 확보의 관건이었다. 도무제는 불교 교단을 감독하는 도인통(道人統)이라는 직책을 만들고 승려 법과를 1대 도인통으로 임명했다. 이로서 불교 교단이 왕권에 예속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법과는 천자를 ‘당금의 여래(如來)’라며 왕권을 따를 것을 천명하였다.

그는 명군인 동시에 폭군이었다. 도성 이전, 행대 설치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등연, 왕덕, 왕헌 등 한인 사족을 등용해 적극적으로 한화정책(漢化政策)을 추진했다. 호적을 정리해 경작지를 나누어 주는 계구수전(計口授田)을 실시했다. 불행하게도 통치 말년에 접어들자 이유없이 왕족과 신하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유악은 관복이 선명하고 아름다워 제왕같아 보인다는 이유로 살해되었다. 북위에 살던 모용수 일족이 망명하려하자 300여명을 살해했다. 안색이 변하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해도 때려죽였다. 결국 황자 중 일인인 탁발소가 황제를 시해했고 태자인 탁발사가 즉위하니 명원제다. 도무제는 외척의 정치 간섭을 경계해 명원제의 생모를 살해한 바 있다. 명원제 때에 이르러 유목국가인 북위가 본격적으로 농업국가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