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의 매력, 필름 카메라<1> 레트로의 부활
2024년 11월 24일(일) 12:20 가가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 ‘어나니머스 프로젝트’
이화여대 필름사진학회 ‘이미지스트’
이화여대 필름사진학회 ‘이미지스트’
필름 카메라는 1888년 코닥의 조지 이스트만이 롤 필름을 개발하며 시작됐다.
롤 필름을 코닥 카메라에 내재한 후 판매한 것이 필름 카메라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후 필름 카메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약 30년 동안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 라이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계식 SLR이 아닌 자동 SLR을 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에 밀려 2000년대 중반부터 자취를 감췄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레트로’의 매력에 빠진 ‘2030’ 세대들에게는 90’s 패션, LP에 이어 이제는 필름 카메라가 큰 인기다.
필름 카메라는 디카(디지털카메라), 폰카(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을 들여 현상소를 방문해야 하지만 필름 카메라의 이러한 번거로움 마저 낭만적인 요소다.
디렉터 ‘리 슐만’의 ‘어나니머스 프로젝트’는 빈티지 마켓에서 수집한 80만 장 이상의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이다.
지난 2022년 서울 서촌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5월에는 부산에서도 전시를 마쳤다.
‘어나니머스 프로젝트’는 전시에 다녀온 ‘2030’들이 자신의 SNS에 방문 인증을 올리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해당 전시의 디렉터 ‘리 슐만’은 촬영한 사진의 거의 모든 것을 편집할 수 있는 요즘과 달리, 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하고 자기가 바라보는 그대로를 프레임에 담아냈던 슬라이드 사진의 불완전함에 대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프로젝트 소개 영상을 통해 이야기했다.
과연 필름카메라의 어떤 점이 ‘2030’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을지, 이화여자대학교 필름사진학회 ‘이미지스트’의 회장 서예은(여·20)씨와 대화를 나눴다.
-‘이미지스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1965년부터 이어진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소속 필름사진학회입니다.
그 시절에는 흑백 사진밖에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흑백사진학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필름사진학회로 명칭을 바꿔서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미지스트는 사진을 잘 찍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누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학회에 소속된 회원 수가 궁금합니다.
▲현재 23학번 6명, 24학번 5명으로 총 11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24년도 학회 모집 경쟁률은 거의 1~1.5 정도입니다. 경쟁률이 높진 않았지만 학회 지원 자격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에 소속된 신입생으로 한정돼있어, 아쉽게도 지원 자격이 안 되는 분들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필름사진학회 ‘이미지스트’에서는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학회에서는 크게 출사 및 전시회, 굿즈 판매, 타 동아리와의 협업을 진행합니다. 일단 3월에 신규 모집이 끝나면 선후배가 같이 필름 카메라를 사러 갑니다. 그 후에 출사를 나가게 되는데, 올해에는 짝 출사와 한강 단체 출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미지스트 인스타그램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학회원들이 제출한 사진에 대해 비평하는 식으로 크리틱을 진행합니다. 학교 대동제 때는 이미지스트 이름으로 부스를 내 필름 굿즈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중앙 태권도 동아리의 프로필을 찍어드리는 등의 동아리 협업과 가장 큰 행사인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전시회의 경우에는 친구들이나 가족분들도 많이 오시고 교수님들도 보러 오시고 하는 편이라 가장 인기 있는 활동입니다.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2030 세대 내에서 필름 카메라 열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마트폰으로도 전문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뭔가 ‘느림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느린 사진이 힙하고 가치 있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학회원들도 느린 사진의 감성이 필름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직접 조리개를 돌려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까 기다리면서 마침내 그 사진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찍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진 한 장 한 장이 엄청 소중해지는 경험을 필름 카메라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름 사진이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르게 자글자글한 그레인의 느낌이라든지, 빛이 사진에 비치는 그런 느낌들을 독특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필름 카메라의 구매 방법과 정보들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종로나 을지로 쪽에 위치한 중고 카메라 숍에서 카메라를 구입하고, 필름 카메라에 대한 정보는 학회의 인수인계 자료와 네이버 카페를 통해 얻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회원들이 들어올 때마다 카메라 클래스를 여는데, 이 클래스에서는 기본적으로 필름 카메라에 대한 상식뿐만 아니라 가까운 현상소에 대한 정보나 어떤 종류의 필름을 구매하는 게 좋은지 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미지스트’ 서예은 회장에게 필름 카메라란 무엇인가요?
▲필름 카메라란 ‘매번 새로운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풍경을 찍어도 사용하는 필름에 따라 아니면 또 사용하는 카메라에 따라 아니면 어떻게 카메라를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결과물이 나오는 게 필름 카메라예요. 가끔은 그런 필름 카메라 때문에 원하는 느낌의 사진이 안 나와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원하는 느낌을 딱 필름 카메라를 통해 얻어냈을 때 그 모든 힘듦이 잊힙니다.
/글·사진=김다예 대학생 기자
/정리=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롤 필름을 코닥 카메라에 내재한 후 판매한 것이 필름 카메라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후 필름 카메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약 30년 동안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을 장악했다.
그 결과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에 밀려 2000년대 중반부터 자취를 감췄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레트로’의 매력에 빠진 ‘2030’ 세대들에게는 90’s 패션, LP에 이어 이제는 필름 카메라가 큰 인기다.
필름 카메라는 디카(디지털카메라), 폰카(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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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서 열렸던 ’어나니머스 프로젝트‘ 전시 중 일부. |
‘어나니머스 프로젝트’는 전시에 다녀온 ‘2030’들이 자신의 SNS에 방문 인증을 올리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해당 전시의 디렉터 ‘리 슐만’은 촬영한 사진의 거의 모든 것을 편집할 수 있는 요즘과 달리, 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하고 자기가 바라보는 그대로를 프레임에 담아냈던 슬라이드 사진의 불완전함에 대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프로젝트 소개 영상을 통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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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필름사진학회 ‘이미지스트’. <이미지스트 제공> |
-‘이미지스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1965년부터 이어진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소속 필름사진학회입니다.
그 시절에는 흑백 사진밖에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흑백사진학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필름사진학회로 명칭을 바꿔서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미지스트는 사진을 잘 찍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누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학회에 소속된 회원 수가 궁금합니다.
▲현재 23학번 6명, 24학번 5명으로 총 11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24년도 학회 모집 경쟁률은 거의 1~1.5 정도입니다. 경쟁률이 높진 않았지만 학회 지원 자격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에 소속된 신입생으로 한정돼있어, 아쉽게도 지원 자격이 안 되는 분들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필름사진학회 ‘이미지스트’에서는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학회에서는 크게 출사 및 전시회, 굿즈 판매, 타 동아리와의 협업을 진행합니다. 일단 3월에 신규 모집이 끝나면 선후배가 같이 필름 카메라를 사러 갑니다. 그 후에 출사를 나가게 되는데, 올해에는 짝 출사와 한강 단체 출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미지스트 인스타그램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학회원들이 제출한 사진에 대해 비평하는 식으로 크리틱을 진행합니다. 학교 대동제 때는 이미지스트 이름으로 부스를 내 필름 굿즈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중앙 태권도 동아리의 프로필을 찍어드리는 등의 동아리 협업과 가장 큰 행사인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전시회의 경우에는 친구들이나 가족분들도 많이 오시고 교수님들도 보러 오시고 하는 편이라 가장 인기 있는 활동입니다.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2030 세대 내에서 필름 카메라 열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마트폰으로도 전문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뭔가 ‘느림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느린 사진이 힙하고 가치 있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학회원들도 느린 사진의 감성이 필름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직접 조리개를 돌려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까 기다리면서 마침내 그 사진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찍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진 한 장 한 장이 엄청 소중해지는 경험을 필름 카메라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름 사진이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르게 자글자글한 그레인의 느낌이라든지, 빛이 사진에 비치는 그런 느낌들을 독특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필름 카메라의 구매 방법과 정보들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종로나 을지로 쪽에 위치한 중고 카메라 숍에서 카메라를 구입하고, 필름 카메라에 대한 정보는 학회의 인수인계 자료와 네이버 카페를 통해 얻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회원들이 들어올 때마다 카메라 클래스를 여는데, 이 클래스에서는 기본적으로 필름 카메라에 대한 상식뿐만 아니라 가까운 현상소에 대한 정보나 어떤 종류의 필름을 구매하는 게 좋은지 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미지스트’ 서예은 회장에게 필름 카메라란 무엇인가요?
▲필름 카메라란 ‘매번 새로운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풍경을 찍어도 사용하는 필름에 따라 아니면 또 사용하는 카메라에 따라 아니면 어떻게 카메라를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결과물이 나오는 게 필름 카메라예요. 가끔은 그런 필름 카메라 때문에 원하는 느낌의 사진이 안 나와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원하는 느낌을 딱 필름 카메라를 통해 얻어냈을 때 그 모든 힘듦이 잊힙니다.
/글·사진=김다예 대학생 기자
/정리=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