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기억의 파편이자 정서의 지형도”
2026년 03월 04일(수) 11:00
윤혜란 작가 오는 19일까지 드영미술관서
‘스며든 기억_지켜낸 것들, 딸의 하늘 아래’전

‘문전(紋塼),사라짐을 새기다’

‘스며든 기억_지켜낸 것들, 딸의 하늘 아래’

동구 드영미술관에서 진행 중인(오는 19일까지) 윤혜란 개인전의 주제다. 작가에게 회화는 단순한 회화가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기억의 파편이자 정서의 지형도”로 수렴된다.

특히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전통과 현대, 언어와 형상의 관계다. 기저에는 시간과 감정이 응결돼 있거나 끊임없이 변화하며 흐른다. 찬찬히 살펴보고 음미해야 작품의 미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윤 작가는 “나는 잊혀진 것들, 사라진 문자, 지나간 사물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 안에 깃든 사람의 마음을 느겨보고자 한다”며 “그 마음이 오늘의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매번 처음처럼 붓을 든다”고 했다.

작품은 서예의 곧은 필선과 수채화의 유연한 번짐이 상호 침윤하며 새로운 생명성을 획득한다. 고전적 감각과 현대적 색채의 결합은 관람객에게 익숙한 듯 낯선, 친밀한 듯 거리감을 선사한다.

‘문전(紋塼), 사라짐을 새기다’는 환상적이며 작품이다. ‘무늬 문(紋)’ 자와 ‘벽돌 전(塼)’ 자가 결합된 말로 ‘벽돌에 무늬를 새기다’라는 뜻을 의미한다. 고대 유물의 어떤 벽면을 작가가 상상속에서 구현한 것 같은 작품으로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역류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환기한다.

벽면에 새겨진 문자와 가운데 돌올하게 표현된 유물은 옛 시간을 상정하고 있다면 하얀 새는 시간을 초월해 오늘에 당도한 예술의 힘으로 다가온다. 벽면의 문자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사이, 상상의 이미지는 확장되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윤 작가는 “투명한 수채의 레이어 사이로 드러나는 문자의 흔적, 시간을 머금은 오브제 위에 새겨진 붓의 결은 과거의 정서와 지금의 감각이 어우러지는 ‘느린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언급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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