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성(蕭道成·427-482)은 남난릉 출신으로 자는 소백이다. 한미한 가문 출신으로 하급 병사에서 시작해 유송 왕조를 무너뜨리고 남제를 건국했다. 시호는 고제다.

그는 유송의 문제때 하급 군인이 되었다. 여러 전투에서 군공을 세워 군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471년 산기상시와 태자좌위솔이 되었다. 내란을 진압해 중령군장군으로 승진해 군의 실력자가 되었다. 5세기 후반 유송 왕조는 황족간 극렬한 내분에 휩싸였다. 창업군주 유유의 뒤를 이어 선정을 베푼 문제가 453년 황태자에게 피살되었다. 황태자는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다수의 황족과 귀족을 죽였다. 강주에 주둔한 황자 유준이 황태자의 폭거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켜 새로운 황제가 되니 효무제다. 효무제 역시 무자비한 친인척 숙청을 단행했다. 황태자와 그의 아들을 죽이고 머리와 몸체를 따로따로 전시했다. 왕실은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으로 무너졌다. 효무제는 재물을 크게 탐해 지방관이 조정에 돌아올 때는 반드시 진상토록 하였다. 노름을 좋아해 가신들을 등쳐먹곤 했다고 한다. 뒤를 이은 명제는 죽은 형 효무제의 아들을 열여섯이나 죽였다. 유송의 멸망은 황족 내부의 싸움으로 촉진되었다. “아! 이제는 두 번 다시 왕가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효무제의 여덟째 아들 유자란의 절규는 당시의 참상을 잘 보여준다.

명제의 뒤를 이은 유욱은 장군 소도성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반대하는 다수의 왕족과 대신을 처형했다. 유씨 일족은 사실상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피비린내는 골육간의 갈등에 관해서는 “멀리서 건강을 바라보니 작은 강물이 거꾸로 흐르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연후에 동생이 형을 죽이네”라는 시구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가 조정에서 입궐하라는 명을 받자 주변에서는 조정이 대신들을 잔인하게 죽이므로 부름에 응하지 말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그는 “주상께서 태자가 어리고 약하므로 스스로 여러 동생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어찌 남과 관계가 있겠는가! 오래 머뭇거리고 관망하면 반드시 의심을 사게 된다. 골육상잔은 오래갈 조짐이 없다. 난리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은 경들과 죽을 힘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유욱은 그의 위엄과 명성이 높아지자 죽이려고 했다. 이에 먼저 양옥부를 시켜 왕을 시해하고 안성왕 유준을 즉위시키니 유송의 마지막 황제 순제다. 11세 어린 황제를 대신해 국정을 사실상 장악했다. 황제가 되고 싶었지만 아직 조정내에 반대 세력이 있고 명분도 약해 일시적으로 유준을 황제로 세운 것이다. 태위, 태부, 상국, 제공으로 봉해져 유준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479년 4월 측근인 왕경측이 군사를 동원해 궁궐에 들어가 옥새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결국 선양의 형식으로 황제가 되고 국호를 남제로 바꾸었다.

그는 재위기간 강력한 긴축정책을 폈다. 절약과 근검을 강조하고 세금부담을 줄여주었다. 우완지의 건의에 따라 교적관을 설치해 45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호적을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누실된 세원 발굴과 세수 증대, 난·유민의 방지를 꾀했다. 그러나 가문과 지역간 이해관계가 크게 얽혀 485년 당우의 반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침착하고 그릇이 컸다. 박학하고 청렴하며 검소한 인품을 가졌다. “내가 천하를 10년간 통치하면 그때 황금을 흙과 같은 가치로 만들겠다”고 말하곤 했다. 유송 왕실의 참극을 생생히 목격해 늘 자손들에게 우애와 단결을 강조했다. 왕실의 갈등이 왕조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극력 경계했다. 482년 임종하면서 태자 소색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유씨 왕족이 서로 죽이지 않았다면 소씨 가문이 천하를 얻을 수 없었다. 가족에게 과오가 있으면 엄히 훈계하되 죽여서는 안된다. 이것이 우리 집안의 규칙이다. 대대손손 반드시 지키도록 하라”고 유언했다. 유씨 일족의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간곡히 부탁했다. 그의 아들인 무제 치세 11년간은 왕실의 단결이 지켜졌으나 이후 사촌인 소란과 그의 아들 소보권 대에 이르러 골육상잔이 되풀이 되었다. 남제는 502년 화제를 끝으로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