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劉裕, 363-422)는 강소성 진강 사람으로 자는 덕여다. 동진의 무장으로 중원 회복을 위한 북벌에 참여했으며 명을 다한 동진 왕조를 멸망시키고 송왕조를 세웠다.

그는 몰락한 관료 집안 출신으로 한나라 초원왕 유예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부모를 잃어 계모 밑에서 어렵게 살았다. 산에서 땔나무를 구해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러나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창쓰기, 칼쓰기, 말타기 등 무예에 뛰어났다. 동진의 양대 주력 군대의 하나인 북부군이 장병을 모집한다는 소문에 지원했는데 이것이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

북부군의 장군 유뇌지는 그의 용모에서 뛰어난 장수의 자질을 발견했다. 자신의 부하로 거두었는데 전쟁터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 군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장령, 사마, 참군으로 승진하고 유뇌지의 심복이 되었다. 유뇌지는 북부군의 총수인 왕공의 휘하에 있었는데 왕공의 쿠데타를 진압하고 398년 북부군의 군단장이 되었다. 399년 손은의 난이 발생했다. 당시 동진 조정의 실력자 사마원현은 동부 연안지방의 소작인을 대거 징집해 병역에 복무토록 했는데 이에 반발해 난을 일으킨 것이다. 손은의 군대는 강력한 수군을 갖고 있어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가 수도인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기세를 올렸다. 손은군 격퇴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유유였다. 그에 대해서는 사서에 “용감하고 강건했으며 큰 뜻이 있었다. 겨우 글자를 알 정도였다. 신을 삼아 파는 것을 생업으로 했으며 노름을 좋아하여 고향 이웃 사람들이 천시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북부군과 비슷한 세력을 가진 서부군은 환현이 통솔했다. 그는 왕위 창탈에 실패했던 환온의 아들이다. 조정의 실력자 사마원현은 스스로 정토대도독이 되고 유뇌지를 천봉도독으로 임명해 환현 토벌에 나섰다. 그러나 유뇌지가 남몰래 환현과 공모하는 바람에 환현은 건강에 쳐들어가 정적들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북부군 주요 간부가 대거 몰락했다. 유유는 다행히 숙청을 면하였다. 403년 환현은 안제를 폐하고 황제가 되었다. 국호를 초로 하고 영시로 개원했다.

유유가 입궐하자 환현의 처 유씨는 “유유는 걸음이 용이나 범과 같고, 눈초리가 범상치 않습니다. 끝내 남의 아래에 있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일찍 제거하는 것이 낫겠습니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환현은 “관중과 황하 정벌이 평정되기를 기다린 연후에 다시 논의하겠다”며 거절했다. 천운이 있어 그가 명을 보존한 것이다. 그는 하무기 등과 함께 비밀리에 진 황실의 부흥을 모의했다.

404년 환현을 토벌하는 군사를 일으켜 복주산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405년 황실을 다시 세웠다. 환현은 서쪽으로 도망쳐 강릉으로 들어갔다가 죽임을 당했다. 405년 유유는 반란 평정의 공으로 양주·형주·서주 등의 군사대권을 장악하는 도독으로 임명되었다. 동진 조정의 새로운 실력자가 된 것이다. 409년 화북 일대를 노략질한 남연을 북벌하여 멸망시켰다. 이를 계기로 청주·익주 자사를 겸하게 되었다. 411년 손은의 매부인 노순이 광주에서 역모를 꾀하자 이를 다시 정벌했다. 네 살짜리 유아인 유의륭을 직접 데리고 전투를 지휘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태위중서감이 되었다. 이때부터 사실상 동진 정권의 정치·군사 대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417년 북벌을 단행해 낙양과 장안을 정벌해 후진의 요흥의 항복을 받아냈다.

418년 유유는 상국으로 임명되고 송공으로 칭해졌다. 신하 최고의 명예인 구석의 명도 받았다. 미래를 예언하는 글에서 “아직 두 황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중서시랑 왕소지를 시켜 안제를 목졸라 죽이고 낭야왕 사마덕문을 공제로 옹립했다. 420년 공제는 좌우 신하에게 “환현때 진나라는 이미 천하를 잃었는데 유공 때문에 20년 더 연장 받게 된 것이다. 오늘의 일은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고 선양하였다. 건강을 도읍으로 새 왕조를 세웠다. 의부를 황태자로 삼았다. 뒷날의 송왕조와 구별하여 유송이라고 불리운다. 422년 병사해 세째 아들 유의륭이 뒤를 이으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