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맹(王猛, 325-375)은 산동성 창동현 출신으로 자는 경락이다. 5호 16국의 하나인 전진의 황제 부견을 보좌해 북중국을 통일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어려서 집안이 가난해 삼태기 같은 것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빈천했지만 학문을 좋아했고 특히 병서 읽기를 즐겼다. 하루는 백발의 노인을 만나 시세보다 열배나 비싸게 삼태기를 팔았다. 이 돈으로 병서를 구입해 병법을 공부했다. 노인을 잊을 수 없어 수소문해 화음산에 은거한 노인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부건이 전진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동진의 환온이 북상해 전진을 공격했다. 환온은 패상에 주둔한 채 각지에서 인재를 모집했다. 그는 패상에 도착해 환온과 천하 정세를 논했다. 허름한 옷을 입은채 자기 몸에 있는 이를 태연스레 죽이는 기행을 연출했다. 환온이 물었다. “나는 황제의 명을 받아 북벌해 반역자를 토벌해 천하를 평안케 하려한다. 그런데 천하의 호걸들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당신은 적의 경내에 깊이 들어왔다. 지금 장안이 목전인데 당신이 패수를 건너 장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으므로 모두들 당신의 속내를 몰라 마중하러 나오지 않은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환온의 속마음은 장안 정벌이 아니라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의 대답이 환온의 정곡을 찔렀다. 환온은 “강동에 경에 비길만한 인물이 없소”라고 평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명성이 동해왕 부견의 귀에 들어갔다. 참모 여파루의 조언에 따라 그와 만나 정치 대사를 논의했는데 그의 물 흐르는 듯한 말솜씨와 논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유비가 공명을 만난 것 같다”는 고사가 여기서 탄생했다. 부견은 부생을 죽이고 3대 황제가 되었다. 명칭도 대진천왕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국가중흥에 나섰다. 그는 중서시랑으로 임명돼 국정개혁의 선봉에 섰다.

왕맹은 부견의 한화 정책을 적극 후원했다. 저족 출신의 부견은 한족과의 융화에 주력했다. 자기 면전에서 저족의 실력자 번세가 왕맹을 치려고 하자 칼로 번세를 쳐 죽일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었다. 태학을 세워 학문을 권장하고 중앙집권 강화와 농업생산 증진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었다. 수리시설과 군정 개선에 진력했다. 낙양을 공격하고 수도 업을 쳐 전연을 멸망시켰다. 선비족 4만호를 장안으로 이주시켰다. 이로 인해 사실상 북중국이 전진의 손안에 들어왔다.

372년 승상이 되었다. 그가 승상이 되자, 백관들은 아래에서 하나가 되어 일을 했다. 군사, 행정, 외교 등 모든 국정 현안을 통할했다. 강인하고 명석하며 청렴했다. 선악을 분명히 해 자리만 차지하고 일하지 않는 자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각지의 인재를 두루 발탁했다. 농업과 양잠을 권장해 농업생산력을 크게 높였다. 부국강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특히 엄정한 법 집행으로 국가기강을 바로 잡았다. 초대 황제 부건의 처남 강덕이 취중에 여성을 간음하고 재물을 강탈한 일이 발생했다. 그는 강덕을 체포해 목을 잘라 거리에 효수했다. 법을 위법한 귀족 수십여명을 검거해 엄벌에 처했다. 이를 본 부견은 “나는 천하를 다스리려면 반드시 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감탄했다.

국사에 전념한 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부견은 그의 회복을 위해 직접 종묘사직에 기도를 올렸다. 그는 자신이 오래 못 살 것을 예감하고 상소문을 올렸다. “무릇 일을 잘하는 자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시작을 잘한 자가 반드시 끝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다. 폐하께서 전대의 성인의 명성을 쫓아 따르시면 천하가 매우 행복할 것이다.” 375년 7월 부견은 친히 그의 사저에 가 병세를 살펴보고 뒷일을 부탁했다. 그는 “신이 죽은 뒤에 원컨대 동진을 도모하지 말라”고 간청했다. 그가 죽자 부견은 태자 부굉에게 “하늘은 어찌 우리 왕맹을 이리도 빨리 빼앗아 가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제갈량과 소하에 버금가는 명신으로 부견이 북중국을 통일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부견은 그의 유언을 무시하고 383년 비수대전을 일으켜 대패해 결국 멸망의 길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