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간(陶侃, 257-332)은 강서성 파양 출신으로 자는 사행이다. 서진과 동진 양대 정권에 출사했으며 인품과 실력을 갖춘 관료로 명망이 높았다. 전원 시인 도연명의 증조부다.

부친이 삼국시대 오나라의 양무장군을 역임했는데 가문이 영락해져 빈한한 삶을 살았다. 현의 하급관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서진의 혜제때 강하태수가 되었다. 8왕의 난 이후 사마예와 낭야 왕씨가 강남에 동진 정권을 세우자 그 아래서 관리 생활을 계속했다. 그는 장강 중류의 요지인 무창태수 직을 수행했다. 전국 각지의 식량이 무창으로 이송된 후 수도인 건강으로 보내졌다. 그는 장강 연안의 수륙 교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무창지역을 잘 다스렸다. 이 공로로 영원장군, 형주자사가 되었다. 형주자사 시절에는 반란을 잘 평정해 조정의 신임이 높아졌다.

동진의 군사대권을 장악한 왕돈은 그를 시기해 변방인 광주자사로 좌천시켰다. 죽이고 싶었지만 도간의 사돈인 주방의 세력이 두려워 부득히 자사로 강직시켰다. 그는 좌천되었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벽돌 1백장을 서재에서 마당으로 옮기고 저녁에는 다시 서재로 옮기는 일을 반복했다. 관원들이 그 연유를 묻자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다. “난 지금 중원의 수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활이 너무 편하게 되면 큰일을 해낼 수 없다. 그래서 벽돌을 나르면서 힘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도간이 벽돌을 나르다”는 도간반전(陶侃搬磚)의 고사가 탄생한 배경이다.

왕돈이 병사한 후 정서대장군 겸 형주자사로 복귀했다. 수북이 쌓인 문서를 일일이 확인해 처리하고 민원을 해결하였다. 부하가 술이나 도박에 빠지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술과 도박 기구를 모두 끌어 모아 강에 던져버렸다. “도박은 성질이 나쁜 인간이 하는 짓이다”라며 술과 도박에 빠진 관리들을 엄히 훈계했다. 그는 곡식을 소중히 여겼다. 하루는 부하들과 들판에 소풍을 나갔는데 한 부하가 아직 여물지 않은 벼이삭을 뜯어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크게 화를 냈다. “그냥 심심풀이로 하나 뜯었다”는 부하의 말을 듣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백성들이 땀 흘려 기른 벼를 축내느냐”며 엄히 나무라고 곤장을 쳤다고 한다.

그는 술을 즐겼지만 절대로 취하도록 마시지 않았다. 주연자리에서 사람들이 자꾸 권하자 사양하면서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젊은 시절에 술자리에서 실수를 했다가 부친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로는 절대로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다.” 이처럼 매사에 절제하고 근신하였다. 진서(晋書)에 따르면 그는 “대우는 성인인데도 촌음을 아꼈다. 일반인도 분음을 아낀다. 어찌 빈둥빈둥 놀고 지내며, 술에 취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살아서 세상에 무익하고 죽어서도 그 이름이 거명되지 않을 것이니 스스로를 버리는 일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검소한 기풍을 진작하고 노동과 절약의 미덕을 강조한 훌륭한 목민관이었다.

327년 장군 소준이 반란을 일으켜 수도가 함락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제의 황태후의 오빠인 유량이 그의 세력을 약화시키려 하자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소준의 무리는 길에서 벌거벗은 채 다니고 왕실과 귀족의 아녀자를 희롱하고 민간인의 재물을 강탈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했다. 조정의 신하들은 매를 맞기도 하고 옷을 벗기는 수모를 당했다. 유량은 도간에게 반란군 토벌을 부탁했다. 황태후 오빠로서 귀족 중의 귀족이었던 유량이 오나라 출신의 도간에게 간청한 것이다. 그는 소준군을 물리치고 수도를 회복했다. 반란을 진압한 후에도 형주에 주둔하였다. 그후 사후 유량이 성서장군과 강주, 여주, 형주 등 3주의 자사를 겸하고 무창에 주둔하였다. 형주지역이 군사 경제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334년 세상을 떠났다. 시중, 대장군이 되었고 강동 8주의 군사권을 장악했다. 한미한 오나라 출신 집안으로서는 이례적인 출세였다. 인품과 실력 덕분에 신분상의 제약을 극복하고 정권의 실력자가 되었다. 말년에는 권세와 부가 크게 높아져 집안에 가동과 시녀가 수십명이었고 재산은 왕실에 못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