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륵(石勒, 274-333)의 자는 세룡으로 산서성 무향현 지방에 살고 있던 갈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흉노보다 한 급 낮은 갈족 집안이었다. 남북조시대 5호16국(五胡十六國)의 하나인 후조를 건국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이 너무 가난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14세 되는 해에 상인을 따라 낙양에 가서 장사도 하고 남의 집 소작농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의 나의 스무살 때 변주자사 사마등의 군대에 붙잡혀 산동성 지평현의 지주인 사환에게 노예로 팔려나갔다. 진서 석륵재기 편에는 당시 흉노인의 비참한 생활이 잘 묘사되어 있다. 사환의 품을 떠난 후에는 다시 반란군에 붙잡혔다가 도망쳐 나와 여덟 명의 장졸을 모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노략질을 했다. 여덟 명이 말을 타고 다닌 관계로 팔기병(八旗兵)으로 불리웠다. 이후 유랑민과 탈주병을 모아 군대를 조직해 반도 활동을 벌였다. 사람들은 그들을 ‘오랑캐 누리떼’라고 불렀다고 한다.

흉노의 유연이 전한을 세우자 그 아래서 장군에 임명되었고 산동와 하남의 통치를 담당했다. 유연의 아들인 유총을 보좌해 낙양 공략에도 참여했다. 유총의 명에 따라 서진을 공격해 태위 왕연 등을 사로잡아 서진이 이렇게 몰락한 연유를 물었다. 왕연은 “젊어서 벼슬할 마음이 없었고 세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며 그에게 존호를 칭할 것을 권하였다. 그는 “그대는 젊고 한참 때에 조정에 들어가 이름은 천하를 뒤덮고, 스스로 중요한 직책을 맡았으면서, 어찌 벼슬할 마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천하를 파괴한 것이 그대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유총이 죽자 사촌 유요가 유총의 아들을 죽이고 제위를 찬탈해 새 왕조인 전조(前趙)를 세웠다. 그는 이에 반발해 양국을 수도로 후조 정권을 수립했다.

그는 장군이 된 연후 천하 대사를 도모하려면 단순히 무력에만 의지해서는 안되고 학식과 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족 학자인 장빈을 참모로 영입하고 북방 한족 출신 선비들을 모아 군자영(君子營)을 세웠다. 황제가 된 이후에는 전쟁터에 나가 선비를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 수도인 양국으로 데려오도록 했다. 장빈의 건의에 따라 학교를 세워 부하 장령들의 자제를 공부시켰다. 공직 천거제도를 만들어 각지에서 천거한 인재를 시험으로 선정해 관직을 부여했다. 그는 비록 문맹자였으나 구품관인법(九品官人法)에 의한 합리적 관리등용을 실천했다.

후조의 영토는 하북, 산서, 산동, 하남에 걸쳐 있었고 한족과 이민족이 잡거하고 있었다. 그는 각 민족의 고유한 전통이나 습속을 최대한 존중해 주었다. 호한(胡漢) 갈등을 없애기 위해 문신좨주와 문생제주 직을 만들었다. 전자는 흉노족 후자는 한족을 임명했다. 한족이 흉노를 ‘호인’이라 부르는 것을 금하고 국인(國人)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흉노가 한족을 무시하는 행위도 엄격히 규제했다. 여러 민족을 포용하는 관용의 정치를 지향했다.

332년 신하 서광에게 “짐은 옛 어느 군주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폐하의 뛰어난 무예와 계략은 한 고조를 초월하며, 후세에 비교할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고 답하였다. 그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사람이 어찌 스스로를 알지 못하겠는가? 경의 말이 너무 지나치다. 대장부는 일을 행할 때 마땅히 당당하게 하고, 해와 달처럼 밝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륵이 한서를 읽다(石勒讀漢書)라는 고사가 있다. 그는 일찍이 사람을 시켜 반고의 한서를 읽게 했는데 역이기가 육국(六國)의 후손을 세우라고 권하는 내용을 듣고는 놀라며 “이 방법은 잘못되었는데, 어떻게 해서 마침내 천하를 얻었는가”라고 물었다. 장량이 간언했다는 말을 듣고, 곧 “이 덕택일 뿐이로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는 학문과 교육을 중시하고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하는 인정(仁政)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333년 그가 죽자 조카 석호가 인효온공이라는 말을 듣는 태자 석홍을 죽이고 제위를 찬탈했다. 싸움을 즐기고 잔인한 석호의 폭정으로 후조는 석호 다음대에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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