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劉淵, ? ∼ 310)의 자는 원해이며 흉노 선우의 후손으로 산서성 태원 지역을 다스린 족장의 아들이다. 위진남북조 시대 5호 16국의 하나인 전한을 세웠다.

흉노(匈奴)의 대수장은 선우로 좌현왕, 우현왕, 골도후 등이 보좌하는 시스템이다. 흉노는 여러 부족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한무제의 흉노 정벌로 세력이 많이 약화 되었지만 후한 시대를 거쳐 북방 국경에 주기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세력으로 남아있었다. 후한 말 실권을 잡은 조조는 새로운 흉노정책을 수립했다. 여러 부족을 5부로 통합하였다. 부의 수장은 도위로 불리었고 부마다 사마라는 관직에 한족을 임명해 감독토록 하였다. 유연의 아버지 유표는 산서성 태원을 근거지로 한 좌부의 도위에 임명되었다. 흉노는 한나라때 형제의 인연을 맺어 흉노인이 한족의 성을 쓸 때는 대개 유씨(劉氏)를 썼다고 한다.

그는 중국 문화에 조예가 깊었다. 대학자 최유에게 사사해 시경, 주역, 상서를 배웠다. 손오의 병법에도 익숙했고 춘추좌씨전을 좋아했다. 사기, 한서 등 역사서를 즐겨 읽었다. “한가지 사물에 대해 모르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에 씌어진 진서에는 그의 용모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체격이 크게 당당했으며, 신장이 8척 4촌, 수염의 길이 3척여이며, 가슴에 털이 세 개가 나있었는데 그 길이가 3척 6촌이다.”

흉노는 한나라때 대거 중원지역으로 내려와 한족과 잡거하고 있었다. 숫자가 많아진 흉노가 나라의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적지 않았다. 서진 혜제 시절 강통은 유명한 사융론(徙戎論)을 상주했다. 흉노를 옛땅으로 돌려보내 화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주장이었다. “융적의 마음은 중국인과 다르다. 그들이 어려울 때 수도 지역으로 옮겨온 후 모두가 그들을 부리고 희롱하였으니 그 원한이 골수에 사무쳐있다”고 주장했다. 서진말 8왕의 난으로 전국이 소란스런 가운데 성도왕 사마영이 304년 황태제가 되었다. 업 지방을 다스린 사마영은 태원 주변에 거주한 흉노의 우현왕 유연을 관군장군에 임명하고 흉노군을 징발하는 업무를 맡겼다. 이로 인해 조정의 정쟁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유연의 증조부 유선은 “한이 망한 이래로 우리 선우는 다만 빈 호칭만 있고, 더 이상 한 자락의 땅도 회복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사마씨는 부모 형제간에 골육상잔에 빠졌고 천하가 물 끓듯이 소란하다. 지금이 왕업을 회복할 적기다”라고 말하고 서로 모의해 유연을 대선우로 옹립했다. 그는 사마영에게 태원으로 돌아가기를 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런 와중에 안북장군 왕준, 병주자사 사마등이 군대를 일으키자 사마영에게 “청컨대 천하를 위해 돌아가 흉노군을 설득해 국난에 달려오게 할 것이다”라고 주청해 북선우 참승상군사에 임명되었다. 흉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설득이 주효했다.

304년 본거지인 산서로 돌아왔다. 그를 따르는 사람이 “20일동안 이미 5만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신하들에게 “옛날 한이 오랫동안 천하를 차지한 것은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의 후손이고, 형제임을 이미 서약했다. 형이 죽으면 아우가 잇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산서의 좌국성을 수도로 삼아 한왕이라 칭하고 연호를 원희로 고쳐 전한을 건국했다. 5호 16국 중 최초의 국가다. 병주자사 사마등을 격파해 하동지역을 장악했다. 한족과의 싸움에 나서면서 “진이 무도하여 우리를 노예처럼 부렸다”며 흉노의 민족정서를 자극했다. 308년 산서성 포자에서 황제에 등극했고 아들 유총을 대장군으로 삼았다. 309년 평양으로 천도했고 다음해인 310년 7월 병사했다. 그의 시호는 광문이고 묘호는 고조다.

그의 대업을 아들 유총이 뒤를 이었다. 그는 남보다 뛰어나게 날쌔고 용맹스러웠다. 경서와 사서를 두루 읽었고, 글을 잘 지었다. 3백근이 되는 활을 쏘았으며 20세에 이르러 경사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귀족, 명사들과 폭넓게 교류하였다. 그와 유요의 수 차례에 걸친 낙양과 장안 공략으로 316년 서진은 52년만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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