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陶淵明, 365∼427)은 남북조 시대의 대표적 시인이다. 자는 원량이며 강서성 주상현 시상 출신이다. 증조부는 동진의 명신인 도간이며 외조부는 명사 맹가다. 그의 시풍은 후일 맹호연, 왕유 등 당대의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도간은 한미한 집안 출신이었다. 그는 뛰어난 직무능력으로 군공을 세워 요직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사후 집안의 가세는 다시 기울었다. 기본적으로 동진 왕조는 명문 귀족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연명은 자신의 신분을 일찍이 예민하게 인식했다. 그가 쓴 ‘자제문’에는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 가난한 운명을 만났기에 밥그릇은 자주 비고 거친 베옷으로 겨울을 보냈다. 바빠 쉴 틈이 없었으나 마음은 항상 한가로웠고, 하늘이 준 분수에 즐거워하며 평생을 살았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가 후일 당시 선비들이 하찮게 여긴 농경 생활을 자원한 것은 신분에 대한 그의 인식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29세때 관직에 들어가 주의 좨주가 되지만 곧 사임했다. 이후 진군참군, 건의참군 등의 벼슬을 했다. 늘 전원생활에 대해 깊은 동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41세때 누이가 죽자 팽택현령을 그만두고 은퇴하였다. 은퇴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제2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가 관직을 그만 둔 핵심 사유는 관직이 자신의 본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세속의 기질과 맞지 않았고, 본래 성품이 산을 좋아했다.” “오래도록 새장속에 갖혀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네” 같은 시구에 간절한 귀향 본능이 잘 표현되어 있다. 퇴직하면서 쓴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는 “돌아가자, 전원이 바야흐로 묵으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로 시작해 “저 천명을 즐기면 그만이지 또 무엇을 의심하랴”로 끝난다. 속세로부터의 은둔으로 평소 꿈꾸던 전원생활을 시로 읊었다.

그도 한때는 관직생활에서 크게 성공하고 싶어했다. 그의 잡시에 “맹지(猛志)가 사해를 넘쳐 나오니 날개를 펼쳐 저 멀리 날아가고자 생각했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입신출세해 한미한 집안을 번성케 하고 경륜을 펴고 싶은 마음이 적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접고 전원으로 돌아가 평범한 인간사에 애착을 느끼고 이를 시로 승화시켰다.

은거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름을 도잠(陶潛)으로 개명했다. ‘잠’자에서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시인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당시는 동진이 몰락하고 동진의 장군인 유유가 송나라를 건국하던 정치적 전환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에서는 시대적 아픔과 나라의 위기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이 표출되어 있다. 시 독산해경의 “태양과 경주했던 관보의 남은 흔적 등정에 깃들고, 그 공은 결국 사후에 빛나네”라는 구절은 이러한 정서를 잘 보여준다.

그의 은거생활은 국화를 키우고 술을 마시는 삶이었다. 따라서 국화에 관한 시가 적지 않다. 그가 지은 시 ‘음주’에 나오는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 멀리 남산을 바라보다” (彩菊東籬下, 悠然見南山)는 시구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문장이다. 그의 시에는 술에 관한 구절이 유독 많다. 그래서 이태백은 술의 신선, 소동파는 술의 친구라 한 반면 그는 술의 성인으로 불리었다. 동시대의 고승 혜원은 ‘백련사’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도 참가를 권유받았다. 승려와 문사가 참여한 모임이었다. 술을 좋아한 관계로 ‘술을 마셔도 좋다면 가겠다’는 조건하에 가입해 혜원이 있는 여산을 찾았는데 뜻이 맞지 않아 바로 돌아왔다고 한다. 세속적 성격의 백련사 모임이 은둔자인 그에게는 체질상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시문은 당시에 유행했지만 크게 평가받지는 못했다. 문학평론가 종영은 그의 ‘시풍’에서 도연명을 중품(中品)으로 평가했다. 북제의 양휴지는 “내가 그의 문장을 읽어보니 문체는 비록 뛰어나지 않지만 간혹 뛰어나고 남다른 말이 있다”고 평하였다. 그러나 당왕조에 들어와서는 당시 시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북송의 소동파는 그의 시를 “질박하면서도 실제로는 화려하고, 빈약한듯 하지만 실제로는 풍성하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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