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王導, 276-339)는 낭야 왕씨 출신으로 자는 무흥이고 시호는 문헌이다. 8왕의 난 이후 낭사왕 사마예를 보필해 강남에 동진 정권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사마예가 낭사왕이 되자 안동사마가 되어 그의 핵심 참모가 되었다. 성도왕 사마영이 8왕의 난에서 승리해 황태제가 되어 실권을 장악했다. 생명의 위험을 느낀 사마예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강남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동진 정권의 운명은 강남의 토착 호족들의 협조에 전적으로 달려있었다. 강남의 귀족들은 사마예를 무시했다. 사마씨 일족 가운데 황실과는 먼 친척에 불과했고 이렇다한 명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강남 호족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마예가 화려한 의장을 갖추고 행진케 하여 위세를 과시했다. 사마예로 하여금 고영과 하순 등 명문 인사를 직접 방문케 해 그들의 환심을 샀다. 하순을 오록내사로 삼고, 고영을 군사로 삼았다. 기첨과 변곤도 중용하였다. 그는 사마예에게 “선비를 대할 때 겸양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강동의 민심이 서서히 동진 정부에 귀의했다. 중원에서 넘어온 중신들의 설득 작업도 그의 몫이었다. 주의가 도망쳐 오자 그를 군자제주로 삼았다. 환이 역시 난을 피해 양자강을 넘어왔는데 사마예가 아무 힘이 없고 무력한 것을 보고 전도가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는 중원에 난리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안전한 것을 찾았는데 이처럼 나약하니 장차 어찌 어려움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왕도와 만나 세상일을 함께 논의한 연후에 “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왕도와 왕돈 등 낭야 왕씨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마예는 그를 숙부라 부르며 모든 정사를 함께 논의했다. 백성들 사이에서 “왕씨와 사마씨가 천하를 함께 다스린다”는 말이 회자 되었다. 그는 강남 호족을 어떻게 다루는가 여부에 동진의 사직이 달렸음을 잘 인식했다. 소주나 회계와 같은 선진지역의 호족은 학문과 교육수준이 매우 높았다. 반면에 양선이나 무망 등 여타 지역은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그는 두 세력을 차별적으로 대해 양자가 결합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히 다루었다. 소주와 회계의 호족은 우대한 반면 다른 후진호족에 대해서는 냉담히 대했다.

그는 성미가 괄괄한 왕돈과는 달리 현실적 정치인이었다. 사마씨의 권위를 인정해 주면서 강남 귀족과 통혼이나 관직 임용 등을 통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정권 초기에는 중원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점차로 강남 정권의 안정에 치중하였다.

왕씨의 세력이 커지자 원제 사마예는 측근인 유의와 조협 등을 중용해 그 힘을 꺾으려 하였다. 강주, 양주, 형주, 상주, 교주, 장주 등 6주의 군사대권을 장악한 왕돈이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매일 새벽마다 조정에 나가 왕돈의 역모를 사죄했다. 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해치려는 신하와 역적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습니까. 뜻하지 않게 지금 신의 일족에서 나왔습니다”고 말했다. 왕도 덕에 조정이 유지될 수 있었다. 325년 원제가 죽자 유조를 받들었다. 사도가 되었고 시흥군공에 봉해졌다. 명제가 죽자 5세인 성제를 보좌했다. 녹생서사가 되어 유량과 함께 주요 대사를 처리했다.

327년 소준이 반란을 일으켰다. 조정은 그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소준은 시기를 잘하고 음침해서, 반드시 조서를 받들지 않을 것이다. 우선 너그럽게 포용하는 것이 났다”고 건의했다. 소준은 수도에 침입해 조정을 장악했다. 많은 중신을 처벌했지만 왕도는 덕망이 있다고 보아 원래의 관직을 유지토록 하였다. 반란이 진정되자 승상이 되었고 3대의 걸쳐 승상을 역임했다. 339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충직하게 일했고, 진심으로 본분을 지켰으며,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했다. 식견있는 자들이 모두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시기에 잘 대처했다고 칭송했다. 욕심이 적었으며 공을 잘 세웠다. 창고에 비축된 곡식이 없었고, 비단 옷을 즐겨 입지 않았다. 그의 인품과 역량 덕분에 동진 왕조의 강남 통치가 공고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