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숭(石崇, 249-300)의 자는 계륜으로 산동성 청주 출신이다. 서진 시대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거부였다. 교역으로 축적한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위·진 시대를 풍미했으나 팔왕의 난의 와중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는 서진의 무제때 성양태수를 지내고 안양향후에 봉해졌다. 혜제 때는 중랑장, 형주자사의 지위에 올랐다. 형주자사 때 항해와 교역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일설에 의하면 형주자사 시절 부하를 시켜 길가는 상인과 외국사신의 재물을 갈취했다고 한다. 그가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것은 엄청난 부와 상상을 초월한 사치스런 삶 때문이다. 280년 무제가 오나라를 멸하고 천하를 통일하자 황실과 귀족 가문에서는 사치와 향락의 경연이 벌어졌다. 태위 하증의 집에서 먹는 음식은 구하기 어려운 희귀한 것으로 음식 만드는 비용이 엄청났다고 한다. 자치통감에는 “하루에 만전의 비용을 들여 음식을 먹으면서도 오히려 젓가락을 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아들 하소는 아버지보다 더 사치스런 생활을 했는데 입는 옷들이 장롱에 가득차 썩어갔다. 좀이 먹어 입을 수가 없어 버린 옷이 부지기수였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당시의 사치스런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무제의 외숙 왕개, 석숭, 무제의 사위 왕제 등이 벌인 사치 행각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노포의 전신론(錢神論)이 저술된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돈이야말로 신이다”라는 극단적인 유물론적 사고다.

특히 석숭의 사치스러움은 필설로 다할 수 없었다. 그의 집안은 땅과 재물이 넘쳐났다. 백명이 넘는 처첩을 거느렸고 집안에 하인이 8백여명이나 되었다. 방앗간도 30개가 넘어 백성들이 쌀을 찧을 때마다 방아세를 징수해 부를 축적했다. 특히 녹주라는 애첩을 아껴 녹주루라는 백장 높이의 호화스런 누각을 지어주었다. 그의 호화 별장은 아래와 같이 묘사되었다. “높은 곳에나 낮은 곳에나 맑은 샘, 울창한 숲, 과일, 대나무, 소나무가 있다. 약초가 있고 농토 10경이 있고, 양 200마리, 닭, 돼지, 거위, 오리가 있다. 또 물레방아, 물고기 잡는 연못, 동굴이 있다.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만족시키는 모든 것들이 다 있다.”

석숭과 왕개의 사치 경쟁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왕실과 관료들의 부패스런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왕개가 찐 쌀 말린 것을 원료로 쓰면 석숭은 양초를 사용했다. 석숭이 산초나무로 벽을 칠하면 왕개는 적석지를 칠하여 경쟁했다. 무제의 사위 왕제는 사람의 젖을 먹여 돼지를 키웠다. 왕개는 석숭을 자기 집에 초대해 무제가 하사한 산호수를 보여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석숭은 쇠막대기로 산호수를 냅다 후려쳤다. “이건 황제께서 내게 하사한 보물이다. 당장 내놓아라”는 왕개의 호통에 석숭은 하인을 시켜 집에 보관해 놓은 산호수를 몇 아름이나 가져오게 했다. 왕개의 기가 꺾였음을 물론이다.

석숭은 집 뒷간에 이쁜 시녀들을 쭉 늘어서게 해 향을 피우고 손님에게 새로 맞춘 옷을 입혀주었다. 뒷간 이용시 악취가 옷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새 옷을 입혀주었다. 손님이 집을 찾아오면 술대접을 하는데 손님이 시중드는 시녀가 따라주는 술을 먹지 않으면 시녀를 베어죽였다고 한다. 무제의 사위인 왕돈은 술잔이 돌아올 때마다 단호하게 마시는 것을 거부해 3명의 시녀가 참사를 당했다고 한다. 동석한 승상 왕도가 꾸짖자, 왕돈이 “저 사람이 자기 집 사람 죽이겠다는데 그것이 승상과 무슨 상관입니까?”라고 대답하였다. 참으로 지독하고 황당한 일화가 아닐 수 없다.

300년 황후 가남풍을 제거하기 위해 조왕 사마율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석숭은 황문랑 반악, 회남왕 사마윤, 제왕 사마경 등과 힘을 합쳐 대항했으나 패했다. 그는 탄식하며 “놈들이 나의 재물을 탐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잡으러 온 자가 “재물이 화가 될 줄을 알았다면 어찌 일찍 재물을 나눠주지 않았는가”라고 말하자 답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삼족이 해를 당하고 그의 자산은 관부에 몰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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