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염(司馬炎, 236-290)은 중국 서진의 초대 황제다. 자는 안세이고 시호는 무제다. 263년 촉한과 280년 오나라를 정벌해 천하를 재통일하였다.

사마씨가 세상에 권위를 드높이게 된 것은 할아버지 사마의 덕분이었다. 사마의의 자는 중달로 조조에게 신임을 받아 중신의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촉의 제갈량의 5번에 걸친 북벌을 막아내 위의 사직을 구했다. 그러나 명제 조예가 죽자 조씨 가문의 견제가 극심해졌다. 대장군 조상 일파는 그를 권력에서 철저히 배제시켰다. 사마의는 조상 일파가 방심한 틈을 노려 249년 쿠데타를 감행해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권력은 큰아들 사마사와 둘째 아들 사마소에게 넘어갔다. 사마염은 사마소의 장남이다.

시중에는 “사마소의 속내는 지나가는 나그네도 뻔히 들여다 본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 조만간 사마씨가 정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사마소는 263년 환관 황호의 발호로 혼란에 빠진 촉한을 공격했다. 결국 후주 유선은 항복하였다. 265년 사마소가 죽자 사마염이 뒤를 이었고 위의 마지막 황제인 원제 조환의 선양을 받아 황제가 되었다. 국호를 진(晋)으로 정하고 낙양을 수도로 삼았다.

무제는 즉위한 후 양호를 형주 도독으로 임명해 남하에 주둔시키고 오나라 정벌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양호는 둔전을 실시해 10년 먹을 양식을 확보했다. 익주자사 왕준을 용양장군으로 임명해 양자강 상류에서 수군을 훈련시켜 동오를 칠 준비를 갖추었다. 양호는 오나라 토벌을 무제에게 건의하였다. 무제는 두예를 장군으로 삼아 오나라를 정벌토록 하였다. 오나라는 손호가 통치하고 있었는데 간신 잠혼이 전횡해 국정이 어지러웠다. 중서령 호충은 투항을 권유하였다. 오는 망하고 280년 천하는 재통일되었다.

무제는 가충을 시켜 진나라의 율령을 정비하고 주군의 군비를 대폭 축소했다. 위나라가 시행해 온 둔전제를 개폐해 정전법, 과전법을 제정하고 세법도 고쳤다. 천하를 통일해 후한 말 황건의 난 이래 100여년에 걸친 분열을 마무리하였다. 이후 귀족 중심의 정치가 수·당까지 이어졌다.

무제 시대 황실과 귀족들은 한결같이 사치스러운 삶을 추구하였다. 황실은 조상의 묘당을 각지에서 채벌해 온 목재와 석재로 호화롭게 조성하였다. 황궁을 웅장하게 지었고 만명이 넘는 궁녀를 거느렸다. 대신들 또한 호화스런 생활에 빠졌다. 태위 하증은 문이나 수레의 휘장을 값비싼 비단으로 장식했다. 석숭의 사치는 천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무제는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그것이 멈추는 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궁녀들은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양이 좋아하는 깻잎을 출입문에 꽂기도 하고 바깥에 소금을 뿌려 수레가 멈추도록 했다고 한다. 무제가 사예교위 유의에게 “짐을 한나라의 어떤 황제와 비교할만한가”라 물었다. 유의는 “환제와 영제입니다”고 답했다. “환제와 영제는 관직을 판 돈을 관의 창고에 넣었으나 폐하께서는 그 돈을 개인 재산으로 만드셨습니다. 이일을 가지고 말하면 환제와 영제만도 못합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무제는 조위가 황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왕실 일족을 너무 억압한 결과 정권을 잃은 사실을 반면 교사로 삼아 각지에 사마씨 일족을 왕으로 봉하였다. 280년 무제를 뒤이은 혜제가 어리석자 군사를 동원해 난을 일으키니 이것이 유명한 팔왕의 난으로 진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무제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후계자인 황태자가 우둔한 점이었다. 그는 후사를 황후 양씨의 아버지 양준과 숙부 여남왕 사마량 두 사람에게 부탁하였다. 혜제의 어리석음은 천하에 숨길 수 없었다. 진서에는 백성이 굶어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쌀이 없으면 어째서 고기를 먹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290년 4월 무제가 죽었다. 사서에는 “도량이 크고 돈후하고, 사리에 훤히 통달하고 일을 도모하기를 좋아했다. 직언을 용납했고, 일찍이 사람들 앞에서 낯빛을 잃은 적이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치를 범했고 어리석은 혜제에게 후사를 맡긴 것은 커다란 과오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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