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曹植, 192-232)의 자는 자건으로 조조와 변씨 사이에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문제 조비와 조창의 동생이다. 일찍부터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주어 건안문학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조비와의 후계 경쟁에서 패배한 비운의 천재였다.

그는 일찍부터 아버지 조조의 총애를 받아 211년 평원후, 214년 임치후에 봉해졌다. 업성에 동작대가 완공되자 조조는 여러 아들들에게 각자 시를 짓도록 했다. 그는 단숨에 동작대부(銅雀臺賦) 한편을 지었다. 내용이 당당하며 기백이 늠름해서 조조가 크게 흡족해 했다고 한다. 조조는 조비와 조식 사이에서 누구를 후계자로 삼을지를 놓고 고민했다. 이에 따라 조정은 친조비파와 친조식파로 양분되었다. 정의, 정익, 양수 등이 조식의 측근이 되었다. 조비는 겸손하게 중신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 조정 안팎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그는 상서 최염의 조카 사위였지만 최염은 그를 옹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후계 문제를 자문받자 “춘추에 따르면 맏아들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조비는 애정이 깊고 효심스럽고 총명하니 대통을 잇는 것이 당연하다. 저는 죽음을 각오하고 그를 보위할 것이다”고 대답했다. 중신 가후는 원소와 유표 집안의 사례를 들어 장남인 조비를 적극 천거했다. 조비가 후계자로 낙점되었다.

그는 음주에 절제가 없어 조조로부터 여러번 신임을 잃었다. 대장군 조인이 번성에서 관우에게 포위되자 조조는 그를 구원군으로 보내려 했지만 술에 취해 조조는 후회하고 그의 관직을 박탈하였다. 217년에는 수레를 타고 천자만이 가는 길을 달려가 조조가 매우 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비는 왕위에 오른 후 조식 측근인 정의와 정익 집안을 주살해 화근을 없애려 하였다. 조비는 그를 핍박해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다. 그 유명한 조식의 칠보시(七步詩)가 탄생한 배경이다.

콩을 끓여 국을 만들고 콩을 짜서 즙을 만드네. 줄기가 솥 아래서 부서지고 콩은 솥 안에서 눈물 흘리네. 본래는 한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이리도 뜨겁게 불을 때는가. 그는 콩과 콩깍지로 형제 상란을 비웃었다. 조비가 매우 부끄러워해 그를 풀어주었다고 한다.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다는 자두연기(煮豆燃?)는 이후 골육상잔을 의미하는 고사성어가 되었다.

그는 조비로부터 끊임없이 감시를 받았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참새에 비유한 야전황작행(野田黃雀行)은 이때 탄생한 시다. 높은 나무에 슬픈 바람 자주 일다는 뜻의 고수다비풍(高樹多悲風)이라는 첫 구절은 그의 처절한 심경을 잘 보여준다. 평민으로 내쳐져 죽임을 당한 문제의 황후 견비를 사모하는 심정을 담은 낙신부(洛神賦) 또한 작품성을 높게 인정받았다.

그는 조조, 조비와 함께 건안문학의 핵심이었다. 오언시를 발전시키고 중국 문학사상 최초의 문단을 형성하였다. 유협의 문심조룡에는 건안초에 이르러 오언시가 갑자기 성행하였는데 문제와 진사왕 조식이 앞서서 마음껏 달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시는 적극적이고 전취적인 낙관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거리낌 없는 조씨 가문의 호탕하고 담백한 시풍이 잘 나타나있다. 남북조 시대의 시인 사령운은 “천하에 재주가 한 석이라면, 조식이 혼자 여덟 두를 가졌구나”라고 칭찬하였다. 당시의 저명한 비평가 종영은 그를 모든 시대를 통털어 최고의 시인 중 한명으로 높이 평가하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시의 중심 소재로 만듬으로써 시인의 이름을 드러내 중국 최고의 서정시인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버지 조조의 뒤를 따라 악부시를 발전시키는데 공헌하였다.

형 문제가 죽고 조카인 명제 조예가 황위를 이었지만 처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러 번 상소를 했지만 크게 쓰이지 않았다. 11년 동안 세 번 천도했고, 항상 근심이 깊어 즐겁지 않았다. 41살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삼국지 저자 진수는 “조식은 문학적 재능이 풍부하고 화려하여 후세까지 전해졌지만, 겸양하지 않아 장래의 재앙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황제가 될 수 없었다”고 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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